장편소설 비약의 나래 제46회 > 통일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통일게시판

장편소설 비약의 나래 제46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3,780회 작성일 21-05-09 19:38

본문

20210324165530_2ce3cb6f0e35973d34b07aae3052648b_o4u8.jpg

제 5 장

6

 

과학지구는 이 아침도 여느날과 다름없이 긴장한 탐구의 사색이 숙연히 흐르고있었다. 새날의 일과가 시작된지도 이슥하였다. 독서와 실험에 심취된 학자들의 상념은 과학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어갔다. 구내에는 오가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수십개의 연구소들이 밀집되여있는 과학지구는 하나의 도시를 방불케 하지만 출퇴근시간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구내가 조용했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구내의 그 정적에 압도되는 자신을 의식하면서 고도로 집중된 정신적창조의 세계가 펼쳐지는 과학의 전당에 들어섰다는 엄숙한 느낌을 받게 되는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과학원청사로 꺾어드는 도로입구에서 차를 세우고 뒤따르는 수행원들의 차들도 멈추게 하시였다. 승용차행렬이 구내를 달리면서 학자들의 사색을 깨쳐서는 안되였다. 학자들의 사색은 그 순간순간이 다른 분야의 로동시간으로는 계산할수 없는 값높은 가치를 담고있다. 그렇기때문에 김정일동지께서는 지속적으로 집중되여야 할 그들의 사색을 방해하는것은 누구도 허용할수 없는 일이라고 간주하시였다.

차에서 내리신 그이께서는 허리에 손을 얹고 과학지구를 둘러보시였다. 수행한 일군들이 그이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고중환은 그 누구의 영접도 없이 그이를 과학원에 모시게 된 사실이 그지없이 마음에 걸렸다. 어제 그이께서는 과학원에 함께 나가보자고 하시면서 학자들이 밖에 나와서 요란스레 환영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간곡히 당부하시였다. 그리하여 오늘 아침 그이를 맞이할 준비를 갖추라고 과학원일군들에게 지시도 하지 못했던것이다.

과학원 책임일군들이 그이의 앞으로 달려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과 인사를 나누시다가 누구의 손에나 사업수첩과 만년필이 쥐여져있는것을 띄여보시였다.

《갑자기 찾아와서 동무들의 사업을 방해한게 아닙니까? 뭘하댔습니까?》

《당위원회 모임을 했습니다.》

키가 훤칠한 책임비서의 말이였다.

《우리때문에 회의를 중단한게 아닙니까?》

《아닙니다. 방금 회의를 끝내고 여담을 나누던중입니다.》

《그렇다면 나와 함께 건설장을 돌아봅시다. 내 이미 림수봉동무에게 말한바 있지만 과학지구 건설정형을 알아보려고 나왔습니다.》

그이께서는 오래전부터 과학지구를 훌륭히 건설할데 대한 웅대한 구상을 품고 개별적건물들의 설계까지 보아주시였다. 전국의 여러곳과 군부대들을 찾으시고 새로 일떠선 건축물들을 보실 때마다 과학지구건설을 생각하시였다. 하지만 지난 한두해동안은 어쩔수 없이 과학지구건설에 건설력량을 집중할수 없었다.

착공을 한지 한해가 넘었는데 축조를 못한 살림집이 여러동이였다. 언덕우에 터를 잡은 몇동은 이제 겨우 기초를 한데 불과했다. 고중환을 통해 시원치 못한 건설실태를 진작 알고계셨지만 현지에 와보니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드시였다. 건설장은 발을 옮기기가 어려울 정도로 길이 험하였다. 자동차바퀴에 짓이겨진 흙이 비죽비죽 솟았고 파헤쳐진 웅뎅이와 벽돌무지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안으로 들어갈수록 길이 더 험하고 어지럽습니다.》

림수봉이 말씀드렸다.

《일없습니다. 건설자들이 무거운 돌짐을 지고 오가는 길인데 빈몸으로야 왜 못 가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주택지구를 한눈에 부감할수 있는 언덕우에 오르시였다.

《아이들의 놀이터와 공원은 주택지구 어디에 예견하고있습니까?》

《그런것은 아직 예견한것이 없습니다.》

일군들속에 새로 나타난 중년남자가 대답했다. 세멘트물이 군데군데 튕긴 작업복차림새와 볕에 그을린 얼굴색으로 보아 건설현장 일군인것 같았다.

《동무는 누굽니까?》

《이곳 건설장 책임잡니다.》

《그동안 수고가 많았겠습니다.》하고 인사를 나누신 그이께서는 간곡히 당부하시였다.

《이 주택지구에 놀이터와 공원을 특색있게 꾸려야 하겠습니다. 놀이터에는 아이들에게 과학적환상을 키워줄수 있는 유희시설들을 갖추어주고 공원은 우리 학자들이 산보를 하면서 사색을 하고 서로 마주앉아 학술론담도 할수 있게 꾸려야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자, 인제는 연구소건설장들을 돌아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자리를 뜨시였다. 림수봉이 길을 안내해드리였다. 언덕을 내린 일행은 단층주택마을을 꿰지른 골목길을 걸었다.

그이께서는 추녀낮은 단층집들을 둘러보시였다. 이런 집에서 생활하는 학자들과 그 안해들의 불편이 낱낱이 헤아려지시였다. 그럴수록 하루빨리 그들에게 훌륭한 주택을 마련해주고싶으신 생각이 불같이 치미시였다.

문득 과학자려관건설장을 돌아보시던 그밤이 되새겨지시였다.

그때의 안타깝던 심정이 지금의 감정과 하나로 겹치였다.

과학자려관건설은 지금 마감단계에서 벌어지고있다. 20층에 361개의 손님방을 가진 과학자려관은 내부설비도 그 어느 려관보다 훌륭히 꾸려지고있다. 출장온 과학자들이 려관방에서도 탐구의 사색을 마음껏 펼쳐갈수 있게 될것이다.

우리 과학자들은 집에 들어와서도 조금의 불편도 없이 생활하고 탐구해야 한다. 그들의 살림집 역시 과학자려관처럼 나무랄데없이 꾸려져야 할것이다.

골목길을 빠져나온 일행은 큰길을 건너 과학지구구내에 들어섰다. 정문을 벗어나자 곧게 뻗은 통로의 량옆으로 길다란 대형게시판이 서있었다. 오른쪽에는 연구사업에서 모범을 보인 과학자들을 소개하는 속보들이 나붙었고 왼쪽에는 과학지구건설에 동원된 돌격대원들의 로력적위훈을 소개하는 속보들이 나붙어있었다.

주먹같은 글자에 색조를 맞추어 그림을 그리고 장식을 한 속보제목들이 한눈에 안겨왔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량쪽의 속보들을 번갈아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한곳에 시선을 멈추시였다.

《성천중대 대원 황석태아바이 벽돌축조에서 련일 200%돌파!!》

속보원은 그 짧은 글에 구체적인 사연을 다 전할수 없는 안타까움을 표현하듯 글자보다 더 큰 감탄부호를 두개나 쳐놓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뒤따르는 건설장책임자에게 눈길을 돌리시였다.

《저 속보에 소개된 황석태가 9월제련소 당비서를 하던 동무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그가 어떻게 여기에 왔습니까?》

《평남도당에서는 그에게 고향인 성천군의 어느 지방산업공장 직맹사업을 맡기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그가 도당일군들을 어떻게 설득시켰는지 돌격대원으로 왔습니다. 돌격대는 새파란 청년들뿐인데 나이가 많은 그가 끼여있는것을 보고 우리는 놀랐습니다. 처음 우리 지휘부에서는 돌려보내려고 했으나 그의 고집을 꺾을수 없었습니다.》

《그는 워낙 고집이 센 사람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더 설명을 듣지 않고도 모든것을 짐작하시였다. 황석태는 과학자들앞에 저지른 잘못을 다소나마 씻어보려는 비장한 각오를 안고 건설장으로 달려왔을것이다.

《그 동무의 건강이 어떻습니까?》

《건강은 좋은 편입니다. 청년들의 앞장에서 힘든 일을 도맡아합니다. 언제 배웠는지 그는 건설물계가 환합니다. 건설로동에서는 막히는데가 없습니다. 저는 때때로 그한테 가서 막힌 고리를 의논하군 합니다. 우리 건설지휘부 정치분과에서 일해주었으면 좋겠는데 본인이 듣지 않고 그냥 돌격대원으로 남아있습니다.》

《그 동무가 지금 어데서 일합니까?》

《전자요소제작소건설장에서 일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걸음을 재촉하시였다. 마침 그곳부터 들려보실 예정이시였다.

전자요소제작소는 과학자회관을 지나 산기슭에 자리잡고있었다. 많은 건설대상중에서도 선차적인 의의를 부여하는 곳이였다.

벽체를 쌓아올리던 건설자들은 잠시 일손을 멈추고 그이를 우러러 우렁찬 박수를 보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손을 높이 들어 저으시며 건설자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보내시였다. 그러시면서 황석태의 얼굴을 찾으시였으나 그는 보이지 않았다.

《황석태동무가 왜 보이지 않습니까?》

《제가 찾아보겠습니다.》

곁에 섰던 건설장책임자가 건설장으로 들어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자리에 서신채 건설장을 부감하시였다. 송림이 우거진 산기슭의 아늑한 곳에 터를 잡은 전자요소제작소는 벽체조립이 거의 끝나가고있었다.

잠시후에 건설장 책임자가 황석태를 데리고 나타났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말없이 머리숙여 인사를 올리는 황석태를 반가운 눈길로 바라보시였다. 작업복에는 세멘트물이 군데군데 튕기였고 혈색 좋던 얼굴은 눈에 뜨이게 축간듯 했다. 볕에 그을린 피부는 고동색을 띠였고 터갈린 입술에는 적지가 앉았다.

그는 과오를 범했던 자신을 스스로 징벌하고 개조하려는 심정으로 일을 하여왔을것이다. 사람은 성공과 찬양의 계기에서보다 실패와 비판의 계기에서 그의 면모가 더 예리하게 드러나는 법이다. 불현듯 영림에 가셨을 때 무용지물로 되여버린 가공설비옆에서 그를 준절히 비판하신 기억이 머리에 떠오르시였다. 과거와 현실이 교차되면서 뜨거운 정회가 다 밀려왔다.

《나는 이리로 오면서 동무가 달려올줄 알았는데 어데 있었기에 보이지 않았습니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차마 뵈옵기가 부끄러워서…》

황석태는 머리를 들지 못하고 말끝을 더듬었다.

《그렇다면 황동무, 섭섭합니다. 나는 70년대 중엽부터 함께 일해오면서 동무가 어떤 사람인가를 잘 알고있습니다. 그런데 동무는 아직 내 심정을 잘 모르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소 격하게 말씀하시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황석태는 번쩍 고개를 들고 목메인 음성으로 입을 열었으나 뒤를 잇지 못했다. 자기 감정을 도저히 표현할 길이 없다는것을 깨닫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어깨가 떨리는것을 잠시 지켜보시였다. 말로 표현하지 못한 그의 감정이 어깨의 파동에서 느껴지시였다. 황석태는 두말할것없이 결함보다 우점이 더 많은 충실한 일군이였으며 청렴하고 성실한 인간이였다. 그에게는 사나이다운 성품도 없지 않았다. 여러모로 아까운 사람이 과오를 범하였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머리속을 스치였다.

《황동무, 환갑이 다된 나이에 너무 무리하지 마시오. 내 듣자니 건설지휘부에서 일하라는 권고도 뿌리쳤다는데 그러지 마시오. 동무야 대건설전투장들에서 조직적수완을 보이지 않았습니까. 한사람의 돌격대원으로 일하는것보다 과학지구건설전반을 돌보는것이 과학자들을 위해 보다 큰 기여를 하는것으로 될것입니다.》

《…》

《동무를 보니 티탄합금압착가공설비를 개발하던 젊은 동무가 생각나누만. 그 동무는 지금 뭘하고있습니까?》

《여태껏 소식을 모르고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전에 그 동무가 인민대학습당에 왔다가 제가 여기에 와있다는것을 알고 편지를 보내여왔습니다. 박치영동무는 압착가공설비가 실패한 후 제련소부업농장으로 나갔답니다. 그동안 그 동무도 심각히 자기를 뉘우치면서 잘못을 씻어보려고 노력하는것 같습니다.》

《그가 부업농장에 나가서 무슨 일을 한답니까?》

《농기계수리공으로 일한답니다. 그 일을 하면서도 학술적욕망을 버리지 않고 연구사업을 계속한다고 했습니다.》

《그가 스스로 농장에 나갔습니까 아니면 처벌로 내보냈습니까?》

《스스로 나갔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얼굴에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시였다. 재능있는 금속공학자가 농장에서 일을 하다니… 물론 박치영이라는 청년에게는 개인의 명예를 앞세운 불순한 의도가 없지 않았다. 빗나간 탐구의 자세에 서있었던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과학을 열렬히 사랑하고 과학으로 사회에 복무하려는 청년이다. 우리의 현실에는 고등교육을 받고도 어려운 과학탐구의 길이 아니라 쉽고 먹을알이 있는 다른 분야에서 살길을 찾는 청년들이 없지 않다. 그들에 비하면 박치영은 이러나저러나간에 생활의 목표가 뚜렷한 청년이라고 할수 있다.

《지금도 제련소당위원회가 과학자들과의 사업을 잘하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과오를 범했다고 해서 과학인재를 다른 사람과 같은 방법으로 처리해서는 안됩니다. 본인의 요구라고 해서 농장에 내보낸것은 잘못되였습니다. 과학연구과정에 범한 과오는 과학연구사업을 통해서 씻도록 해야 합니다. 사연이야 어찌되였든 과학자에게 농장일을 시키는것은 잘못되였습니다. 인재를 아낄줄 모르는 처사입니다. 과학자는 어디까지나 과학자이고 누구도 대신할수 없는 인재란 말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황석태를 데리고 수행원들과 함께 전자요소제작소건설장으로 들어가시였다. 첨단기술을 요구하는 전자요소생산은 건물부터가 먼지 한점 없고 온습도가 정확히 보장되도록 건설되여야 했다. 그러나 그러한 조건이 잘 갖추어지도록 시공되지 못하고있었다. 전자요소생산의 기술적특성을 잘 알고계신 그이께서는 그 부족점들을 일일이 깨우쳐주시였다.

그이께서는 련이어 다른 건설장들을 돌아보시였다. 산기슭을 따라 10여동의 덩지가 큰 건물이 동시에 일떠서는 과학지구건설장은 하나의 새 도시를 방불케 하였다. 어느것 하나 빠짐없이 다 돌아보신 그이께서는 오늘 나와보기를 잘하였다고 생각하시였다. 현장에 나와보니 건설에서 걸린 고리들도 구체적으로 알게 되시였고 앞으로 더 웅대하게 펼칠 건설구상도 머리에 떠오르시였다. 마지막건물을 돌아보신 그이께서는 일군들에게 힘주어 강조하시였다.

《과학지구건설은 다른 건설대상과 다릅니다. 나라의 강성이 과학발전에 달려있는것만큼 과학지구건설에 선차적의의를 부여해야 합니다. 필요한 자재와 로력을 우선적으로 보장해주어야 하겠습니다. 건설의 질적수준도 최상의 높이에서 보장해야 합니다. 과학의 요새를 점령하는 진군길에 나선 우리 시대를 상징할수 있도록 그렇게 건설해야 합니다. 나는 과학지구를 우리 당 력사에 길이 남을수 있도록 세계적수준에서 건설할 결심을 품은지 오랩니다. 그런데 나와보니 뜻대로 진척되지 않고있습니다. 이제라도 전당, 전민이 동원되여 과학지구건설을 다그쳐야 하겠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서비스이용약관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상단으로


Copyright © 2010 - 2023 www.hanseattle1.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