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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약의 나래 제6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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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192회 작성일 21-05-2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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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장

9

 

영림을 떠난 승용차 한대가 북으로 뻗은 도로를 따라 경쾌하게 달리였다. 운전사곁에는 박치영이 앉아있었다. 양영복을 대신하여 《별빛》연구집단으로 소환되여가는 길이였다.

양영복박사는 로환으로 한달전에 일흔아홉을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인공지구위성의 어느 한 부분품의 가공을 위한 공정도를 작성하다가 순직했다. 그에게서만 볼수 있는 고도로 집중된 탐구적사색이 한껏 승화되는 상태에서 확대경과 연필을 든채 숨을 거두었다. 로쇠한 심장은 마지막피방울까지 과학적탐구를 위해 폭발적으로 연소시키고 고동을 멈추었다. 양영복은 생전에 원하던대로 자신의 육체적생애와 학자로서의 생애를 완전히 일치시키였다.

몇분의 차이도 없었다. 다문 몇시간이라도 자리에 누워서 림종을 맞이한것이 아니였다. 결전장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병사마냥 마지막순간까지 결사적인 탐구속에 그리도 깨끗이 숨을 거두었다.

박치영은 비보를 들었을 때 슬픔도 컸지만 보다는 엄숙하고 경건한 감정에 휩싸였다. 양선생은 바로 그렇게 자기 인생을 마무리하셨구나! 신비롭다고 할만치 류다른 최후였다.

양영복선생은 해방직후 청춘시절부터 위대한 수령님을 따라 탐구자의 한생을 살아왔으며 말년에는 경애하는 김정일동지의 믿음과 사랑속에 여생을 빛내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와 경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령전에 화환을 보내주시였고 유해를 애국렬사릉에 안치하도록 하여주시였다. 더없이 복되고 영광스러운 삶이였다. 그러나 림종의 시각에 아무런 유언도 남기지 못했다. 흔히 생명이 서서히 꺼져가는 로인들은 림종을 앞두고 고별의 인사로 유언을 남기는 법이다. 누구에게나 나름대로 자기 인생을 되돌아보며 후대들에게 꼭 하고싶은 당부가 있는것이다. 하지만 한생을 시간에 짓쫓기며 과학탐구에 열중하여온 양영복선생에게는 최후의 순간에 유언을 남길 시간적여유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의 최후의식은 유언을 남겨야 한다는 범상한 생각이 아니라 열광적인 탐구의 사색속에 초불마냥 마지막불꽃을 날리고 꺼져버렸다.

그런데 양영복의 장례를 치른 며칠후에 그의 책상빼람에서 한통의 편지가 발견되였다. 박치영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써놓고 미처 부치지 못한것이였다.

후날에 박치영은 《별빛》연구집단의 한 일군이 전해주는 그 편지를 받았다.

 

내가 연구소를 떠나 이곳에 온것이 어제일같은데 벌써 한해가 흘렀네. 자네가 무척 보고싶네. 이곳에 와서도 자네가 곁에서 조력을 해주면 얼마나 좋을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

자네도 짐작이 가겠지만 이곳의 연구사업이야말로 세계적수준으로 나래쳐오르는 우리 과학의 실상을 대표할만 한것이고 우리 조국의 위력을 세상에 떨치게 될 그런것이네.

경애하는 김정일동지의 손길아래 비약하는 우리 과학의 발전모습을 커다란 경탄속에 내 눈으로 똑똑히 보고있네. 전에는 별로 그런 일이 없었는데 이즈막에는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이 자꾸만 아쉽게 생각되네. 우리 과학의 눈부신 미래가 바야흐로 다가오는데 나의 인생은 종착점을 향하고있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단 말일세. 몇해만 더 살면 우리 과학사의 위대한 사변을 보게 될것 같네. 하지만 오래 사는것은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지. 뜻대로 할수 있는것은 남은 여생의 한초한초를 더욱 보람있게 사는것뿐이네. 그래서 분발하고있네. 한편 나의 과학적생애의 연장선우에 자네와 같은 재능있는 후대들이 서있다는것을 생각하면 오늘 죽어도 한됨이 없다는 생각도 드네.

내 없는 사이에 제련소에서는 새 가공법을 도입하는 공사가 성과적으로 벌어졌고 거기에서 자네가 큰 몫을 감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네. 오늘에 이른 자네는 나보다 티탄연구에서 훨씬 앞섰네. 나는 그것을 커다란 기쁨으로 여기네.

치영이 이 사람, 젊어서는 흔히 성공에 도취되면 허영에 들뜨기가 쉬운 법이네. 몇해전에 저질렀던 자네의 잘못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닐세. 그때의 자네가 아니라는것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알지. 하지만 떨어져있다보니 편지로나마 자네한테 꼭 하고싶은 말이 있단 말일세.

내가 하는 말을 꼭 명심해주기 바라네. 실상 이것은 위대한 수령님의 품속에서 한생을 살아온 우리 과학의 1세대에 속하는 한사람으로서 자네와 같은 후배들에게 평소에 늘 호소하고싶던 말이기도 하네.

자네도 아다싶이 과학자체에는 아무런 리념도 없네. 그리고 과학적성과는 어느 나라의 그 누가 달성하였던간에 인류공동의 재보에 속하네. 바로 이때문에 자고로 많은 과학자들이 정치와 담을 쌓고 상아탑속에서 연구사업을 하여왔네. 그러나 과학자에게는 그를 낳아키워준 어머니조국이 있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해방직후 방향을 못 잡고 방황하던 우리 과학자들을 접견하신 석상에서 절절히 말씀하시였네.

《동무들은 일제식민지통치시기에 대학을 나왔지만 조선사람의 피줄을 타고난 과학자, 기술자라는것을 한시도 잊은적이 없었을것입니다. 피줄의 인연은 선택할수도 없고 바꿀수도 없습니다. 부모를 선택할수 없는것처럼 조국을 선택할수는 없습니다. 일제의 식민지기반에서 갓 해방된 우리 나라는 세계문명에서 멀리 뒤떨어졌습니다. 그러나 뒤떨어졌다고 하여 자기 조국을 배신한다면 조선사람이기를 부정하는, 다시말하여 자기의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처사일것입니다.

나는 동무들의 민족적량심과 조국애를 믿습니다. 나와 함께 굳게 손잡고 새 민주조선건설을 위해 자기의 지식과 기술을 바쳐주기 바랍니다.》

나는 그때부터 자신의 운명을 내 조국, 내 겨레의 운명과 하나로 결합시키기로 결심하고 이날까지 살아왔네. 그런데 조국과 민족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이겠나. 우리에게 있어서 그것은 그 어떤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네. 조국은 곧 위대한 수령님이시고 경애하는 김정일동지이시네. 우리는 김일성민족의 성원들이네. 누구나 잘 아는 리치를 설교한다고 생각지 말아주게. 이 위대한 리치를 터득하는데는 론리적인 인식이 아니라 심장의 체험이 필요하네. 만일 위대한 수령님과 자신의 운명을 하나로 결합시키지 않았다면 나의 지나온 한생이 어찌 되였을가 하고 돌이켜보면 생각만 해도 눈앞이 아뜩해지네. 위대한 수령님께서와 경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계셨기에 오늘의 내가 있네. 두분의 령도를 충심으로 따르는 그 길에 조선과학자의 행복이 있고 과학적성공의 담보가 있네. 이것이 내 한생의 총화이고 후대들에게 넘겨주고싶은 정신적유산의 전부이네.

치영이 이 사람, 내가 보지 못할 우리 과학의 찬란한 미래를 자네는 보게 될걸세.

경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조선민족제일주의정신으로 이끌고계시는 조선의 과학은 반드시 그이의 이름으로 불리우는 시대에 세계의 제일 높은 봉우리에 오를것이네.

위대한 수령님을 모시고 살아온 우리 과학의 1세대들도 복받은 세대였지만 경애하는 김정일동지의 현명한 령도따라 우리 과학을 세계적수준에로 이끌어올리는 력사적위업의 실현을 보게 될 다음세대의 과학자들은 더욱 행복한 세대일세.

경애하는 김정일동지의 구상과 뜻을 받들어가는데 자기 삶의 전체 목적을 두고 지혜와 정열을 다 바쳐주게. 그러면 자네의 뛰여난 재능이 놀랍게 꽃필것이네. 나는 최근에 과거를 돌이켜보면서 정치와 과학의 호상관계를 두고 명상에 잠기는 때가 있네. 자고로 과학은 정치와 인연이 먼것으로 여겨왔지. 그러나 나는 과학이야말로 사회생활의 그 어느 분야보다도 정치에 의하여 그 성과여부가 가장 민감하고 예리하게 좌우된다고 인정하네. 정치가 마음을 움직여서 사람들을 조직하고 지휘하는 사회적기능이라면 사람들의 정신활동분야, 지적창조활동분야에 가장 예리하게 작용하리라는것은 정한 리치라 할것이네. 과연 그렇네. 숭고한 리념에 고무되고 옳바른 방법론을 구현할 때 과학자는 자기의 준비정도를 초월하여 놀라운 창조를 이룩할수 있네. 이것은 론리라기보다 나의 체험일세. 나의 인생경험으로 재삼 호소하고싶은것은 앞으로 자네가 그 무엇을 연구하든 경애하는 김정일동지의 과학지도리념과 주체적방법론을 따르라는것일세.

굳이 당부를 하지 않아도 자네가 어련하겠지만 어쩐지 요사이는 자네에게 꼭 이런 말을 하여주고싶네. 스스로도 이상스러운 일이네.

자네와 명심이가 생활의 길동무로, 반려자로 약속이 된것은 나로서는 더없이 기쁜 일이네. 장차 과학자부부로 서로 도우면서 크게 성공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네.

 

편지내용을 보면 양영복선생이 림종을 예감한듯싶었다. 그렇기때문에 자기 인생을 되돌아보며 그렇듯 절절한 당부를 보냈을것이다.

박치영은 그 편지의 구절마다를 가슴에 새기였다.

지금 달리는 승용차안에서 그 편지를 되새겨보는 박치영은 옷깃을 여미며 엄숙한 감정에 사로잡히였다. 양영복선생의 령전에 다시 선듯 한 느낌이였다. 눈앞에 생전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연구소옆의 오물장에서 연구기록을 찢던 자기를 발견하고 엄하게 꾸짖던 그 모습이였다. 그때에는 수치와 자책감에 용서도 빌지 못하고 달아나버렸다. 하지만 이 순간에는 안정된 마음으로 자기 결심을 터놓을수 있다. 선생님, 선생님의 당부를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생전에 선생님이 바라신대로 꼭 그렇게 살겠습니다. 저는 지금 《별빛》연구집단에서 선생님이 담당했던 일을 넘겨받고 그리로 갑니다. 선생님당부대로 경애하는 김정일동지를 과학으로 잘 받들어모시겠습니다!

선생님의 마지막편지는 언제나 저의 가슴속에 소중히 간직되여있을것입니다. 머나먼 인생길에 혹시 빗나감이 있다면 그 편지가 저를 채찍질하여줄것입니다. 제 걱정을 마시고 편히 잠드십시오!

하고싶은 말을 다하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승용차는 쾌속으로 달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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