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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평양은 선언한다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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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3,972회 작성일 21-07-05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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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시커먼 하늘은 앙심을 품고 그 무슨 보복이라도 하는듯 폭우를 퍼붓다가는 누구를 우롱하고싶은지 뜸해져 가랑비를 뿌리는가 하면 다시 기승을 부려 우뢰질로 위혁하며 무더기비를 쏟아붓군 하였다.

송탄호의 언제우에서는 허우대가 큰 관개사업소 작업반장이 불안감에 진정 못하고 서성거리다가 세차게 설레이는 호수물을 굽어보고있었다. 호수로 흘러드는 물량은 매 초당 1 500여t이고 여수터의 7개 수문으로 빠져나가는 물량은 매 초당 1 400여t이였다.

그날밤 송탄호언제로부터 7리가량 내려와 활등처럼 휘여든 강굽이에서는 뚝을 보강하는 전투가 벌어지고있었다. 장마때마다 산골짜기들과 송탄호에서 나오는 물이 합쳐져 급류를 이루었는데 그 흐름이 굽이치는곳, 강뚝이 물살에 패워 무너지면 해일처럼 밀려나가는 홍수가 밭들이며 집들을 모조리 쓸어버릴수 있었다. 그래서 그곳 100여m구간의 강뚝을 튼튼히 다지고 더 높이는 공사가 벌어졌던것이다.

강뚝근처와 산기슭 몇군데에 켜진 외등들의 희미한 불빛밑에서 백여명의 청장년들이 왁작 떠들며 끓어번지고있었다.

산비탈로부터 흙포대를 둘이 맞들고 혹은 혼자 둘러메고 혹은 등에 업고 억척스럽게 뛰여오는 사람들, 그것들을 받아 강뚝에 넓은 폭으로 쌓는 사람들, 포대들의 짬에 진흙다짐을 하는 사람들, 빨리하라고 재촉하는 소리들, 뚝심을 주는 소리들, 영차… 영차… 하는 소리, 꾸중소리, 웃음소리, 걸쭉한 롱말들, 쏟아지는 비… 달려가고 뛰여오고 뒤섞여 붐비는 사람들, 번들거리는 얼굴, 떡판같은 잔등들이며 버그러진 어깨들우에 뽀얗게 날아오르는 물보라, 화끈 단 사람들의 몸에서 피여오르는 김이며 땀냄새때문인지 외등밑에서는 부연 안개같은것이 서려돈다. 후려치는 비에 물참봉이 된데다가 온몸이 흙투성이 되여 누가 누구인지 알아볼수 없다.

차영진은 청년들속에 어울려 흙포대를 나르다가 강뚝우를 돌아다니며 작업정형을 살펴보았다. 불가항력적인 힘으로 굽이쳐흐르는 강물은 뚝밑을 휩쓸면서 서늘한 바람과 함께 물보라를 안개처럼 날리였다.

그는 조바심이 들었지만 《자, 천천히! 덤비지 말고!》 하며 흙포대를 받아쌓았다. 그에게는 어제 송규태와 론쟁한 일이 가슴에 어혈처럼 맺혀 사그러지지 않았다. 그리고 문득문득 불안감이 엄습할 때마다 너무 지나치지 않았는가 하는 후회가 들었다. 사실 그는 사람들에게 신심과 용기를 주기 위하여 태연자약하고 자신만만한척 했지만 속마음은 한 순간도 편안하지 못하였다. 혹시 무슨 일이… 하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가슴속에 드리운 금선이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사람들속에 어울려 흙포대를 나르며 그들과 같은 가락으로 《영차! 영차!》 하고 소리치면 금선의 떨림이 멎는것이였다. 인민들이 자기한테서 고무를 받는지 자신이 그들의 기세에서 신심을 얻는지 알수 없었다.

차영진이 단숨을 뽑으며 다가온 사람한테서 흙포대를 받아내려 바로 쌓기 시작하는데 뒤켠에서 진흙다짐을 하는 두 친구가 주고받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동유럽… 서쪽것들은 정말 한심해…》

《뭐라구?》

《자본주의가 뭐가 좋아 사회주의를 버려? 쳇, 속았단 말이야!》

《여 여, 그것들 걱정이랑 말구 제가 맡은 자리나 좀 콱콱 다지라구. 여기가 터지면 밭이구 집이구 다 없어.》

《걱정말어…》

《여, 이건 우리 땀이 밴 밭들과 집들을 지키는 전투야. 송탄에서 사회주의를 지키는 투쟁이거든. 알겠어? 엉? 명심해…》

《챠 이거 누가 아니래?!》

후끈한 기운이 곁으로 확 다가왔다. 돌아보니 구영세였다. 비물이 흘러내리는 얼굴, 가슴팍이며 목까지 온통 흙투성이가 되였다. 그는 입술로 흘러드는 비물을 푸푸 내뿜었다.

《저기서 누가 만나잡니다…》

차영진은 그를 따라 작업장가녁으로 나갔다. 거기에서 기다리는것은 음산하게 서려도는 물안개뿐… 구영세가 겁에 질려 희번뜩이는 눈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그런게 아니라… 저수지… 수압이 한계에 접근하고있습니다.》

수압! 그 말이 쇠메처럼 가슴을 들이쳐 단숨을 헉 들이키고는 조언자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목구멍에서 쇠비린내가 풍겨올랐다.

《책임비서동지…》

《동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수압을 지켜보고있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

《저수지… 반장한테 알아봤습니다. 수면이 오르는 속도가 점점 빨라집니다. 언제가 견디지 못합니다!》

《그런 소릴 또 누구한테 옮겼소?!》

《누구한테 하겠시꺄. 사람들을 철수시키고 비상수문을 열지 않겠습니까? 조금씩…》

《…》

《책임비서동지!》

《예전에 송규태책임비서는 이 언제가 터져 참사가 벌어진 다음부터는 비가 좀 와도 수문을 열어놓게 했수다. 인계할 때 말이 없었시꺄?》

《그래서 가물에 물고생을 죽도록 하고 강냉이들이 말라죽구…》

《송규태동지는 그걸 몰랐겠시꺄?》

《여보, 언제는 철벽, 철벽이요!!》

차영진은 아까자리로 돌아가 억척스럽게 흙다짐을 해나갔지만 등골로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격해서 구영세한테 큰소리를 쳤지만 그자신이 공사가 시작된 첫순간부터 몇십번이고 수문을 열어야 하지 않을가 생각했었다.

하지만 수문을 미리 열어서는, 굴복해서는 안되였다. 건설한 모든것을 지켜내고 농사대풍을 가져오자면 이를 사려물고 수문을 굳게 닫아 물을 잡아두어야 하였다.

사람들은 겁이 전혀 없지 않을텐데 오늘까지 당을 믿고 따라온 타성으로 책임비서가 다 타산이 있어 벌린 일인데 설마 무슨 일이 생기랴 하는 믿음에서 롱질도 웃기도 하고 저렇듯 비속에서 기운차게 뛰여다니며 일하는것 같았다. 그 믿음을 느끼면 느낄수록 시시각각으로 속이 바작바작 타들고 언제가 터져 저 숱한 사람들의 운명이 광란하는 물속에 휘말려드는 환각이 눈앞에 번개쳐 목안에서 겨불내가 풍겨올랐다. 언제인가 집에 찾아갔을 때 송규태가 한 이야기, 첫 홍수때 구제작업을 하다가 잘못된 행정경제위원회 지도원의 시신이 저 황새벌 어느 가로수에 걸려있었다는 그 끔찍스러운 이야기도 떠올랐다. 오늘을 예상하여 그런 소리를 한것이 아닌가… 도의 요구대로 수문들을 열었어야 했을게 아닌가.… 송규태의 노한 얼굴도 비발속에 어른거렸다. 첫 사고후 언제는 만년대계로 개축되였다. 그런 참사가 다시야 벌어지겠는가… 마침내 사람들이 책임비서의 불안을 눈치채면 얼어붙어 일을 못하리라는 생각이 뇌리에 번개쳤다. 그는 배심이 든든한 소리로 선동구호라도 웨치려고 비속에서 허리를 폈다.

바로 그때였다.

저쪽 산기슭에서 누구인가 째지는 소리를 내질렀다.

《책임비서동지ㅡ도당책임비서ㅡ전화ㅡ》 근처의 농장작업반실에서 근무중인 군안전부 무전수의 목소리였다.

차영진은 홱 돌아서 그쪽으로 정신없이 달려갔다. 사람들이 일손을 멈추는것을 눈결에 보며…

《동무가ㅡ영진동무ㅡ맞소?ㅡ》

《책임비서동지, 영진입니다!》 그는 두손으로 무선전화기를 꽉 잡고 피타는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여러해동안 갈라져 외롭게 지내다가 체취와 온기까지 풍겨오는 혈육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처럼 목이 꺽 메였다.

《내 말이 잘 들리오?》

《예!… 예!》 소리칠 때마다 움씰거리는 그의 잔등에서 김이 문문 피여올랐다.

《어디서 전화를 받소?》

《농장작업반실입니다.》

《언제는?…》

《예?》

《언제ㅡ송탄호언제ㅡ 무사하다는게 사실이요?!ㅡ》

《예ㅡ아직까지는…》

《그러니까 인민들도 다 무사하겠소?》 도당책임비서의 목소리는 침착하고 부드러웠다.

《예… 만약을 생각해서 모두 후보지들에 소개시켰습니다.》

《읍이랑 다 텅 비웠소?》

《당일군들만 몇이 남았습니다.》

《잘했소… 거기 송규태부위원장이 갔지?》

《아니요, 오지 않았습니다.》 그는 한손으로 비물에 젖은 얼굴을 훔치였다.

《내가 보냈으니까 이제 도착할거요. 도착하면 둘이 잘 토론해서 호수의 수문들을 조심스럽게 열라구.》

차영진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거의 애원하는듯 한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책임비서동지ㅡ 인민들이 결사ㅡ 반대합니다ㅡ 아직은 극한점에 이르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수화기에서 격노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뭐?!… 자기가 선동하구서 인민들이라구?! 왜 사람의 속을 이렇게 태우는가?!》

《…》

《욕심을 부려도 분수가 있지. 도의 지시도 몰라보구… 여보!》

《…》

《언제가 터져 거기 물이 한꺼번에 쓸어내리면 제철소 용광로들이 폭발하오. 어떤 사태가 빚어지는지 아우? 지금 제철로동계급들은 결사대를 뭇고 방수벽을 쌓고있단 말이요. 곰같이 산골에 배겨서 알기나 아는가 엉?!》

차영진은 눈앞이 어둑해지며 숨이 막혔다. 목안에서 불이 이는듯… 그러나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책임비서동지, 저도 그래서 수문을 다 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인민들이 어떻게 알고 달려왔습니다. 모두 웬만하면 열지 말아달라고 빌었습니다. 몇해동안 애써 건설한 집들을 쓸어버린다구… 수십년동안 걸군 옥토가 모래판이 된다구…》

수화구에서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전파의 소음뿐… 도당책임비서가 무슨 급한 정황으로 무선송수화기를 내려놓았는지, 무슨 고장인지 알수 없었다.

차영진이 작업반실에서 나와 공사장쪽으로 달려가는데 새된 부르짖음소리가 따라왔다.

《책임비서동지ㅡ》 무전수의 목소리였다.

불길한 예감에 홱 돌아봤다.

《언제ㅡ언제ㅡ언제가ㅡ》

《뭐요ㅡ?!》

《언제가 떨기 시작했습니다! 관개사업소 반장이 거기 무선전화로 소리쳤습니다. 수문들을 다 열자고…!》

순간에 공사장의 불빛이며 밤하늘이 핑 돌아가며 무시무시한 환각이 일었다. 산산 부서져 허공중에 떠오르는 언제토막들, 그밑에서 수평으로 날아나가는 물바다, 휩쓸어내리는 홍수에 지푸래기처럼 휘말려드는 사람들… 그는 어떻게 구영세를 찾아 사람들을 대피시키라고 소리쳤으며 어떻게 차를 몰아 송탄호언제로 달려올라갔는지 몰랐다.

영진은 급정거한 차에서 뛰여내렸다. 휘뿌려지는 비발, 몰아치는 바람이 얼굴을 후려쳤다. 여수터의 수문으로 빠져나가는 물소리… 그 무시무시한 굉음이 넋을 앗아가는듯 했다.

키가 꺽두룩한 사람이 앞으로 달려왔다. 관개사업소 반장이였다.

《책임비서동지ㅡ》 그는 물소리때문에 목청껏 소리쳤다.

《언제가ㅡ떨었ㅡ습니다ㅡ네ㅡ번ㅡ》

《…》

《수문을ㅡ다ㅡ열겠ㅡ습니다ㅡ열겠ㅡ습니다ㅡ》

《…》

차영진은 아무런 응대도 없이 언제가녁으로 걸어나가 호수를 굽어보았다.

호수는 어스름속에서 날바다처럼 거창하게 설레였다. 높아진 수위… 시꺼먼 파도가 처절썩처절썩 언제벽을 칠 때마다 발바닥에서 전률이 이는듯… 그것을 느끼면 느낄수록 언제가 뒤로 기울어지는듯 했고 방금 터질것같은 공포에 휩싸였다.

소름이 끼쳤다.

그는 온갖 착각에서 벗어나려고 발을 억척같이 내짚으며 언제우를 왔다갔다 거닐다가 그 복판에 번듯이 드러누웠다. 언제의 떨림을 가늠하려고… 온 정신이 잔등에 쏠렸다. 잔등의 신경들이 전기에 닿는듯 짜릿짜릿해졌다. 떨림이 느껴지는듯도 하고 아무런 기미도 없는것 같기도 하였다. 숨을 죽이고 가늠해봐도 울리는지, 아닌지 도무지 가늠할수 없었다. 뇌리에 오만가지생각이 회오리쳤다. 주관적욕망때문에 떨림을 느끼지 못하는것이 아닌가, 아니면 공명심에 환장해서, 아니면 느끼면서도 고집때문에… 문득 이 언제를 개건하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 온 군이 떨쳐나서 관개건설사업소 로동계급을 도와 언제를 다졌다. 이웃군들에서도 지원자들이 달려왔다. 개건공사가 끝났을 때 준공검사를 한 기술일군들은 한결같이 만년대계의 언제라고 하였다. 인민들은 언제우로 달려올라가 인공호수의 설레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목이 터지게 만세를 불렀다고 한다. 처음에 타산했던 문제들이 떠올랐다.… 언제의 총높이, 만수위의 높이, 홍수위의 높이, 언제중심의 진흙다짐장벽인 중심강토의 높이 등을 놓고 타산해볼 때 수면이 만수위와 홍수위를 넘어 중심강토의 최고계선까지 올라와도 언제는 안전할수 있다. 이것은 수리공학의 계산이 담보해주는 언제의 능력이다. 만수위까지만 수위를 높여도 1억수천만t의 물을 잡아둘수 있다. 그다음 다른 생각이 뇌리에 번개쳤다. 이런 토언제가 떨다니? 무슨 강철구조물도 아닌데… 무너지거나 터질수는 있어도 떨수는 없다. 신경과민이다!

그는 벌떡 일어나 언제우로 왔다갔다 걸어다녔다. 강심을 먹고 걸음걸음에 힘을 주며 걸어나가고 걸어들어왔다. 비바람이 얼굴을 후려쳤다.

웬일인지 선전차가 불어대던 서정가요가 떠올라 마음속으로 불러보다가 비바람에 반발하여 소리내여 불렀다. 걸걸한 목소리로…

 

  내 젊은 시절 추억도 많은

  사진첩을 펼칠 때면

  전화의 그날 옛 전우들이

  나를 보고 물어보네

 

군당책임비서는 비바람속을 걸으며 주먹을 내흔들면서 가슴에 차오르는 격정을 마구 터뜨렸다. 남들을 선동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하여, 자신의 결심을 다지기 위하여…

 

그때처럼 우리가 살고있는가

그때처럼 우리가 살고있는가

락동강을 넘으며 더운 피를 뿌리던

그때 그 나날처럼

 

누구인가 앞을 막아섰다. 비물이 흐르는 얼굴, 번뜩이는 눈…

《책임비서동지!》

반장이다.

그를 보는 순간 차영진은 분격이 욱 치밀었으나 웬일인지 말은 다르게 나갔다.

《언제가 떤다기에 감기에 걸렸나 했지. 맥을 짚어보니 정상이요. 정상! 핫하하…》

그 호탕한 웃음소리에 반장은 주눅이 든듯 고개를 숙였다.

《용서하십시오. 그만 착각해서…》 그리고는 뒤덜미를 쓸어만졌다.

차영진은 주먹으로 그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엑키, 이사람. 간이 떨어질번 했네. 우리 로동계급이 만든 언제를 믿어야지. 그렇지 않소?!》

《책임비서동지, 알겠습니다!》

《저아래 공사장에 안전하다구 빨리 알리오. 무선전화로…》

반장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물관리초소쪽으로 뛰여갔다.

차영진은 공사장으로 내려오며 반장의 착각으로 생긴 대피소동이 사람들의 심리에 충격을 주었을것이라고, 이제 작업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가 하고 우려하였다. 로력이 부족하여 작업을 다그칠수 없는 형편인데 언제에 대한 불안까지 겹치면…

언제로부터 질풍같이 달려내려온 차에서 내린 영진이 공사장쪽으로 걸어가는데 구영세부위원장이 마주 달려왔다.

《책임비서동지!》 그는 숨이 턱에 닿아 부르짖었다.

《야ㅡ 이거… 여기 소식을 알고… 어떻게 알고 소개시켰던 인민들이 산에서 사태처럼 밀려내려왔습니다.》

《뭐요?!》 순간에 목이 메여 더 말을 못하였다.

《위험하다. 언제가 터져 홍수가 쓸어내리면 다 죽는다, 엄포를 놓아도 어디 물러가야지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면서 일판에 뛰여들었수다.》

자정이 되여서는 린근에 주둔하고있는 군부대의 려단장이 수백명의 대원들을 이끌고 공사장으로 달려왔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전군에 주둔지역 인민들의 수해방지투쟁을 지원하라고 명령하셨다는것이였다.

이윽고 려단장이 데려온 군악소대가 《결전의 길로》의 취주악을 공사장이 들썩하게 불어대고 군민이 한데 어울려 기운차게 뛰여다니며 흙가마니들을 날라오고 빈틈없이 쌓으며 강뚝을 다져나갔다. 취주악의 피타는 울부짖음은 포화에 뒤덮인 결전의 언덕을 떠오르게 하고 흩날리는 비발이며 수많은 어깨와 잔등에 실려 날아오는 흙가마니들이며 높아지는 강뚝에 비장하고 엄숙한 의미를 부여하는듯 했다.

사람들속에 어울려 흙가마니를 등에 업고 《영차! 영차》 하고 기운차게 달리던 영진은 문득 잔등을 짓누르던 짐이 가벼워지는듯 한 감을 느꼈다.

그리고 자박자박 뒤따르는 발자욱소리… 누구인가 뒤에서 흙가마니를 들어올려주는것이 분명하였다.

《누구요? 나는 일없소. 다른 동무를 도와주오!》

강뚝에 올라와서 흙가마니를 내려놓고 보니 식료공장 지배인 리순희였다.

《책임비서동지!》 그 녀자는 울먹이였다.

《책임비서동지! 그 처녀가, 금옥이가 여기로 왔어요. 창길이한테…》

《뭐?! 어떻게 된 일이요?》

《금옥이네 마을에 글쎄 여기 언제가 터져 숱한 사람들이 잘못됐다는 소문이 날아들었대요. 창길이도 어떻게 된줄 알고 여기로 달려오다가 도중에 송규태부위원장을 만났대요…》

처녀는 부위원장이 물에 떠내려온 사람을 차에 싣고 가는것을 보고는 얼이 나가 무서운줄도 모르고 험한 산발을 타고 송탄으로 뛰여왔다는것이다.

《읍거리에 내려갔다가 우연히 만났어요. 창길이 살아있다는 말을 듣고는 어찌나 독종인지 제 가슴에 얼굴을 콱 박고는 창길이 없으면 홍수물에 뛰여들자고 했다면서 엉엉 울었어요. 여기로 시집와서 영영 살겠다고 했어요.》

《아, 그렇게 됐구만!》

《책임비서동지가 자기 집에 왔던 이야기랑 다 했어요.》

《지금 어디 있소?》

《집에 눕혀놨어요. 말이 아니예요. 험한 산발을 타고와서 옷이 다 찢어지고 긁히고 찢겨 팔다리가 피투성이예요.》

《우리 결혼식을 본때있게 해주자구!》

어느새 다가왔는지 구영세부위원장이 끼여들었다.

《허, 이런 경사라구야!》 그리고는 은근한 목소리로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어려우면 더 뭉친단 말입니다. 어려우면… 이게 우리 사람들 기질인가 보지요? 예?!》

차영진은 응대를 못하였다. 아직까지도 오지 못한 송규태부위원장의 생각이 가슴을 파고들어서였다.

그는 번개불이 간단없이 번뜩이고 먼 우뢰소리가 둔중하게 울려오는 서남쪽하늘가를 바라보았다.… 물에 떠내려온 사람을 싣고 병원에 갔어도 인차 돌아서 여기로 왔다면 두세번은 오고도 남았을것이다. 어디로?… 어디로 갔을가?

얼마후 영진은 엄습해드는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여 무선전화가 있는 작업반실로 발걸음을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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