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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평양은 선언한다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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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5,771회 작성일 21-07-25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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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도 온 세계가 평양에 모여들어 들끓는것 같았다. 국가수반, 정부수반, 당수반들을 비롯하여 130여개 나라에서 온 420여개 대표단을 맞이한 조국의 수도는 련일 계속되는 다색다채로운 행사들로 들끓었으며 크나큰 영광과 행복, 긍지로 하여 잠들줄 몰랐다.

인류력사의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의 령도자의 탄생기념일도 이런 세계적인 대축전으로 경축된적이 없었던것이다. 4월의 그 나날 당중앙위원회 청사, 김정일동지의 집무실 창문들에서는 날이 샐 때까지 불빛이 꺼질줄 몰랐다.

어느 누구도 대신하거나 교대해줄수도 없는 그 책임적인 위치에서 그이께서는 위대한 수령님의 탄생 80돐 기념행사와 관련한 모든 사업들을 직접 장악하고 지도하며 부문별 사업들을 빠짐없이 료해하여 제기된 난문제들을 풀어주고 행사준비단계별 방향을 주고 그 진행을 보살펴주시였다.

위대한 수령님의 탄생 80돐기념 중앙보고대회에서 할 보고문 검토, 축하손님으로 온 국가수반, 부수반들과 각계층 대표단 단장들과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참가한 세계 예술인들에 대한 수령님의 접견사업보장, 기념촬영조직, 단독회담조직, 성대한 국가연회의 준비, 대표단별 환영모임, 환영연회, 상봉모임준비조직, 대집단체조, 련환공연, 친선야회준비, 외국대표단들의 지방참관조직사업… 헤아릴수 없이 많고 다색다채로운 그 모든 거창한 사업들을 비상한 조직력과 전개력으로 번개같이 처리해나가시였다. 그래도 시간이 모자랐다. 시간, 시간, 시간… 제기되는 문제들은 하나같이 시간을 다투는 사업과 관련된것들이였다. 피곤에 지쳐 쉬고싶어도 쉬실수 없었다. 과로… 과로… 과로의 계속… 측근의 보좌일군들은 얼굴빛이 컴컴해졌다. 그들한테는 이 세상에서 제일 공정하지 못한것이 시간의 할당인것 같았다. 령도자에게도 보통사람들과 같이 하루가 24시간뿐이니 그 시간에 방대한 사업량을 처리하자면 건강을 희생시키는것외에 다른 길이 없었기때문이다.

깊은 밤이면 외국대표단들의 참관정형이 보고되였다. 평양과 묘향산, 금강산, 서해갑문, 동해안과 서해안의 공업지구와 농촌들을 돌아보는 외국손님들의 반향이 상세하게 보고되였는데 국가수반들과 당수들은 평양의 웅장화려한 모습에 한결같이 경탄하여 찬탄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세계 1등급의 도시이다. 혁명의 중심답게 꾸려졌다… 그이께서는 사회주의가 좌절된 나라 당대표단들의 반영에 각별한 관심을 돌리시였다. 우리 현실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것인가, 신심과 고무를 줄것인가, 아니면…

어느날 밤이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대동강의 강바람이 선들선들 불어오는 초대소뜨락에서 행사부문 일군들로부터 전반적인 행사들의 진행정형을 료해하고계시는데 한석비서가 찾아왔다. 어딘지 모르게 긴장된 표정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행사일군들과의 사업을 마치고 한석을 돌아보시였다. 한석은 가까이로 다가와 지방참관중인 로씨야공산주의정당대표단들속에서 몇가지 문제가 제기되였다고 하였다.

《무슨 문제요?》

《전련맹볼쉐비크공산당 총비서가 인민군부대를 방문할수 있도록 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해왔습니다.》

《인민군부대를?!…》

《예… 총비서는 군사시설이나 무장장비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보통병사들을 만나 담화해보는것이 소원이라고 했습니다.》

《…관심이 없다… 왜 그런 말을 한것 같소?》

《우리가 무엇을 꺼려할수 있다고 짐작한것 같습니다.》

《그렇소. 그는 총비서이기전에 사려깊고 민감한 녀성이요.》

사실 적들과 장기간 맞서 한시도 전투준비태세를 늦추지 않고있는 부대들에 외국대표단을 들여놓는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였다.

일반적으로 부대위수구역에 외국인을 들여놓는것은 엄금되여있었던것이다.

《총비서는 우리 군인들의 사상정신상태를 깊이 알아보고싶은것 같소. 그는 세계에 널리 알려진 새 세대의 견결한 공산주의자이고 우리에 대한 감정도 아주 좋습니다. 군대의 문을 열어줍시다. 부대에 들어와 군인들과 마음대로 만나 이야기할수 있도록 … 그런데 어느 부대를 보인다?》

《그 대표단이 지금 강원도에 체류하고있는것만큼 거기 가까운 어느 부대를 택했으면 좋겠습니다.》

《좋습니다.… 총비서가 녀성인것만큼 녀성해안포중대를 보여줍시다. 보여줄바에는 포진지도 보여주고 녀성군인들의 훈련모습도 다 보여줍시다. 예술소품공연도 괜찮게 하면 그것도 보여주고…》

한석은 얼굴빛이 밝아졌다.

《다른 문제가 제기된건 없소?》

《서부지방을 참관하는 대표단에서 좀 까다로운 문제가 제기되였습니다.》

《어떤 문제요?》

한석비서는 그 대표단의 라옙쓰끼라는 부단장이 당신들은 이때까지 자기 나라의 강한 측면만 보여주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념비적건축물들과 대공업지구, 풍요한 평야지대의 농촌을 보여주었는데 경제적조건이 불리한 산간지대농촌을, 약한 측면을 보고싶다면서 송탄군을 짚었다고 말씀드렸다.

《그 사람이 그런 산골이 있다는걸 어떻게 아는가?》

《송탄군으로 들어가는 갈림길에서 우리 사람과 만나 몇마디 말을 주고받더니 송탄군을 보여달라고 고집스럽게 제기한것 같습니다.》

《단장은 가만히 있고?》

《단장은 외국당 당수들과의 쌍무회담때문에 평양에 남아있습니다.》

《부단장의 제기라… 류수진박사와 동창이라는 그 라옙쓰끼가 아닌가?》

《그렇습니다. 밤이면 슬그머니 나가 자기네 통역을 데리고 뒤골목으로 돌아다니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세워놓고 별의별것을 다 따져물었습니다. 동행하는 수진동무가 롱삼아 손님은 손님다와야 한다고 하니까 정치에는 개인적우정이 개입하여서는 안된다는 소리를 했습니다.》

《흠, 괴짜구만… 좋은 의도로 그랬든 나쁜 의도로 그랬든 우리 동무들은 주인으로서 손님을 례절있게 대하도록 해야 합니다.》

《류수진동무는 우리가 손님대접을 너무 후하게 한다, 왜 하필이면 산골군을 보이겠는가 하면서 반대의사를 말했습니다.》

그이께서는 산간군을 참관시킨다면 맹산군이나 전천군, 아니면 양덕군 같은 좀더 이름난 고장을 선정하고싶으시였다.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신중한 안색으로 말씀하시였다.

《로씨야에서 온 공산주의자들도 형언할수 없는 비극과 참혹한 재난을 체험한 동지들입니다. 그들은 수난자들입니다. 그들은 허물어진 쏘련공산당의 페허에서 피눈물을 머금고 사회주의기치를 들고 일어선 사람들인것만큼 우리는 어디까지나 도와주는 립장에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개중에는 좋지 못한 사람이 있을수 있지만 절대다수의 동지들은 우리 현실을 립체적으로 리해하고 자기네는 좌절, 전복되였는데 우리는 왜 흔들리지 않는가. 그 깊은 원인을 알아보자고 할수 있습니다. 그 심정을 리해하고 성과이든 부족점이든 보자는것은 다 보여주고 알고싶어하는것은 다 알려줍시다. 약한 측면을 그렇게 보고싶다면 보여줍시다. 어디든지…》

한석비서는 저으기 놀란 눈으로 그이를 지켜보았다.

바로 그 시각, 류수진박사는 로씨야손님들이 든 숙소의 뜨락을 무거운 걸음으로 오락가락 거닐고있었다. 숲이 무성한 산속의 밤공기는 상쾌하면서도 차거웠다. 그는 코트주머니에 손을 찌른채 머리를 수굿하고 착잡한 생각에 잠겨 천천히 걸었다.

류수진은 경축행사준비위원회안에서 할 일이 많았지만 한석비서의 권고로 자기 직책상임무를 잠시 떠나 이 로씨야대표단과 동행하게 되였다. 한석은 이 로씨야대표단에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하여 라옙쓰끼와 동창인 그를 림시 동원하였던것이다.

훤한 외등의 조화로 발치에 묻어다니는 그림자가 작달막하게 졸아드는가 하면 길게 부풀어나군하였다.

일은 참 공교롭게 되였다. 대표단이 판문점과 콩크리트장벽을 본 다음 도안의 두 협동농장을 더 참관하고 평양으로 올라가는데 라옙쓰끼가 대도로와 오른쪽으로 꺽어져들어간 어떤 길 갈림목에서 차를 세워달라고 하였다.

차에서 내린 라옙쓰끼는 갈림길에 서있는 뜨락또르로 곧바로 다가갔다. 손님은 운전사에게 어디서 오는 뜨락또르이며 당신네 농장농사작황은 어떠하며 생활형편은 어렵지 않는가고 물었다. 젊은 운전사는 나무랄데없이 대답하였다. 손님은 솔직한 말이냐고 따져물었다. 여기에 불쾌해진 운전사가 믿지 못하겠으면 와보라, 우리 집에 와도 좋다고 대답하고는 수진에게 이 코대바우가 자본주의나라에서 온 놈이 아니냐고 물었다. 손님은 그 말뜻을 알아듣지 못했을텐데 목소리에서 자기에 대한 반감을 느꼈던지 한개 정당대표로서는 지체에 어울리지 않게 송탄으로 꼭 가봐야 하겠다고 고집스럽게 제기했던것이다. 그것은 뜻밖의 일이였다. 수진은 날이 어두워진것만큼 그 고장으로 가도 숙소에 가서 쉬고 가자고 하는수밖에 없었다.

그는 처음부터 라옙쓰끼한테 관심을 더 돌리게 되였다. 다른 정당대표단성원들은 고려호텔에 들자 호실에 비치된 도서들중에서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로작들을 골라내여 밤이 깊도록 탐독하였다.

그리고 흥분하여 독후감을 말하며 떠들썩하게 론쟁도 하였다. 전련맹볼쉐비크공산당 총비서는 그이의 로작 《사회주의건설의 력사적 교훈과 우리 당의 총로선》을 읽고 너무 감동되여 다시 읽으며 밑줄도 새까맣게 긋고 여백에 《Верно!》 (그렇다) 《правда!》 (옳다) 《Солпасен Свами》 (당신과 공감이다)라고 적어넣었다. 영국공산당 총비서는 자기 당 기관지에 김정일동지의 로작들을 계속 실으며 당안에 주체사상연구쎈터를 조직하겠다고 하였다. 대표단성원들의 반영은 폭풍같은것이였다. 그러나 라옙쓰끼는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늘 심사숙고하는 표정이였다.

수진은 로씨야손님들을 맞이한 첫날에 벌써 그들한테서 두가지 판이한 인상을 받았었다. 쏘련의 붕괴로 하여 좌절감과 수치감을 느끼는듯 표정이 침통하고 어딘지 모르게 후줄근해보이는 사람들과 사회주의는 전복되여도 로씨야는 의연히 대국이라는 슬라브적인 자부심때문인지 도고하고 당당하고 호협해보이는 사람들이였다. 리지야 꾸즈네쪼바가 첫번째 부류에 속한다면 글레브 라옙쓰끼는 틀림없이 두번째 부류에 속하는 인물이였다.

라옙쓰끼는 세인이 다 감탄하는 인민대학습당이나 5월1일경기장, 평양산원과 같은 기념비적인 건축물들을 참관하고도 그저 좀 감동된 표정일뿐 찬탄의 말은 별로 하지 않았으며 안내통역이나 강사는 물론 류수진의 해설을 듣고도 머리를 약간 끄덕일뿐이였다.

그러나 묘향산의 국제친선전람관을 돌아보고는 위대한 수령님의 국제적인 권위를 알게 되였다. 그이의 탄생기념일에 세계의 모든 대륙에서 수많은 축하대표단들이 평양에 모여든 까닭을 알게 되였다고 기뻐하였다.

그는 지방참관의 길에서 별의별것을 다 캐여물었으며 우리 현실에 파고들었다. 그가 어찌나 진지한 얼굴로 묻는지 소홀히 대할수 없었다.

류수진은 그가 현실을 옳게 인식하도록 물어보는 모든 문제들에 대하여 성실하게 대답해주었다. 로씨야의 벗들속에서 오히려 그의 집요성을 언짢게 여기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한 참관지에서 리지야 꾸즈네쪼바는 수진의 팔을 끼며 조용히 속삭이였다. 라옙쓰끼가 아닌가. 량해하라고…

밤은 깊어만 가고 불빛이 미치지 못하는 저쪽 컴컴한 수림속으로부터는 소쩍새의 울음소리가 귀따갑게 들려왔다. 소쩍… 소쩍… 그 소리는 어둠의 정막에 끝없이 맞구멍을 뚫는듯 하였다.

그는 한숨을 후- 내쉬고는 로씨야손님들이 든 2층의 호실들쪽에 눈길을 돌렸다.

라옙쓰끼의 호실에만 불이 꺼지지 않았다. 부드러운 불빛이 흘러나오는 연한 하늘색창가림에 이따금 이지러진 그림자가 언뜻 비쳤다가 사라지군하였다. 라옙쓰끼, 저 친구는 왜 자정이 지나도록 자지도 않고 몽유병환자처럼 왔다갔다 하며 저러는가… 무슨 생각을 하는것일가?…

문득 불안감이 들었다. 모스크바의 밤, 우리 나라에 대하여 회의적인 말을 한 라옙쓰끼… 그가 저 산골군을 보면 무엇을 느낄것인가. 거기 농업실태는 어떠하며 인민생활수준은 어떤지… 차라리 그의 집요한 참관요청을 보고하지 않고 잘 설복하여 스스로 취소하도록 했더라면…

뒤에서 다급한 발자국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안내원처녀가 달려왔다. 외국손님에게 그처럼 상냥스럽던 처녀는 류수진박사에게 눈이 올롱해서 여기 있는걸 한참 찾아돌아다녔다고 옹알거리며 도당책임비서동지가 전화로 찾는다고 하였다.

그는 코트자락을 펄럭이며 현관으로 뛰여들어가 접수실 전화의 송수화기를 들었다.

《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동무입니까?》

《예, 류수진입니다.》

박윤식책임비서는 래일 대표단이 송탄군을 참관하게 되였으며 상대편 부단장이 당중앙비서급인것만큼 자기도 동행하겠다고 하였다.

《군이 한심하지 않습니까?》

《글쎄요. 산골군이 그저 그렇지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로씨야동지들한테 보자는것은 다 보여주라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고 방금전에 말씀이 계셨습니다.》

《예?!》

류수진은 대표단의 제기가 그이께까지 보고되였다는것을 알자 가슴이 천근무게로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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