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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영원한 넋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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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104회 작성일 21-08-12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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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침기상을 알리는 직일병의 구령소리가 울렸다. 만수대예술단 단장 박영순은 두눈을 번쩍 떴다. 옆에서 자던 중대장은 어느새 일어나 나갔는지 침실에는 자기밖에 없었다.

박영순은 희붐히 밝아오는 창밖의 낯선 풍경을 새삼스런 눈길로 바라보았다. 현실체험지의 하루밤이 지났다. 근 일주일간의 공연일정이 끝나자 박영순은 위대한 장군님께서 지지해주신 현실체험계획에 따라 예술단과 헤여져 418련대로 왔다.

이미 평양에서 면목을 익힌바 있는 련대정치위원 김윤범이 그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윤범은 만수대예술단 단장이 자기 부대에서 현실체험을 하게 된데 대해 반가움을 금치 못하며 총정치국에서도 지시가 있었다는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직접 승용차로 중대까지 동행해주었다.

박영순은 담요를 제끼고 일어나앉아 기지개를 크게 했다.

야외고성기에서 울려나오는 경쾌한 노래선률에 맞추어 병사들이 운동하는 소리가 방안에까지 들려왔다.

박영순은 그 선률에 맞추어 흥얼흥얼 코노래를 부르며 잠자리를 거두고 밖으로 나왔다.

초봄날의 청신한 새벽공기가 기분좋게 그의 페부로 흘러들었다. 상쾌함에 휩싸여 산보삼아 병실과 잇닿은 산기슭쪽으로 걸음을 옮기던 그는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여러명의 병사들과 어울려 중대장이 산기슭 여기저기서 모닥불을 활활 지피고있었다. 무슨 일인가, 부업밭을 일구는것 같지는 않고… 호기심에 이끌려 그곳을 향해 걸어가던 그는 다시금 주춤 멈춰섰다. 발치에 무슨 화페같은것들이 널려있었던것이다. 무심결에 그 종이장을 집어보던 그는 소스라치듯 놀랐다. 감히 우리의 존엄을 헐뜯는 글자가 적혀있었던것이다.

아니, 어떤 놈이 이런걸 여기에 뿌렸을가?… 종이장을 들고있는 두손이 후들후들 떨렸다.

때마침 중대장 리철이가 조용히 웃으며 걸어왔다.

《단장동지, 뭐 놀랄건 없습니다. 이따위 종이장으로는 저 하늘의 태양을 가리우지 못합니다. 적들의 얼빠진 〈풍선작전〉입니다.》

《〈풍선작전〉?…》

《아침에 기상하여 보면 적들이 풍선에 달아보낸 삐라들이 온 산판을 뒤덮습니다. 어떤 날에는 병실마당과 지붕에서까지 가랑잎처럼 굴러다닙니다. 하지만 놈들의 이런 심리전은 오히려 병사들의 복수심만 더 끓게 합니다. 우리 병사들이 오늘은 비록 이 삐라장을 불태우는것으로 그치지만 어느때건 이런걸 날려보낸 놈들의 본거지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고 윽윽합니다.》

박영순은 새삼스러운 눈길로 리철을 바라보았다. 건장한 체격에 여유작작한 거동이 척 보기에도 믿음과 호감이 가는 청년이였다.

리철이 갑자기 물었다.

《저, 단장동지는 한때 유명한 성악배우가 아니였습니까?》

《유명한?…》

박영순은 이렇게 되묻고나서 껄껄 웃었다.

《유명하지는 못했지만 그저 노래를 불렀소.》

《전사때 텔레비죤에서 자주 보았습니다. 독창이랑… 그리고 남성4중창이나 중창을 할 때에는 오른쪽 맨옆에!… 엊저녁 정치지도원동무가 그러기에 무슨 소린가 했더니 이제야 정확히 알아보았습니다. 듣자니 이번 현실체험기간에 중요한 가사작품도 창작한다던데…》

《그건 어디서 들은 소린가?》

리철은 빙긋 웃었다.

《정치위원동지가 귀띔해주었습니다. 단장동지가 깊은 사색속에 들어갈 때면 방해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방해하지 말라고? 허허!… 뭐 그럴것까지는 없지만 가사를 창작하게 된건 사실이요.》

《제목이 뭡니까?》

박영순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흔히 독자들이나 관중들은 작가가 창작하려는 작품을 두고 그것이 소설이든 영화든 또 시와 가사든 제목부터 물어본다. 아마 그것은 제목에 창작하려는 작품의 내용이 상징적으로 다 담겨져있다고 생각해서인지 모른다.

박영순은 김화준중장을 만난 이후 내내 생각하고있던 제목을 말해주었다.

《〈빨찌산의 련대장〉… 이렇게 달가 하오. 물론 가제요.》

《〈빨찌산의 련대장〉?…》

리철은 저 혼자 조용히 되뇌여본다. 어쩐지 제목이 그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듯 한 불안감이 들었다. 그래서 한마디 덧붙였다.

《항일의 7련대장 오중흡동지를 형상하려 하오.》

리철은 그제야 기뻐했다.

《그러지 않아도 그렇게 예감했습니다. 이번 중대장, 정치지도원대회에서도 오중흡7련대의 사령부보위정신을 따라배울데 대하여 중요하게 강조되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전연경계근무도 그런 정신에서 수행하고있습니다.

단장동지, 오중흡동지에 대한 노래를 하루빨리 완성해주십시오!》

《알겠소!》

박영순은 다소 마음이 놓였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주제를 잡았다는 안도감이라 할가.

리철은 걸으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단장동진 오늘 전연부터 돌아보겠다고 하셨는데 날씨도 마침 개여 시각적으로 잘 가려볼수 있게 되였습니다.》

박영순은 그제야 그의 눈길을 따랐다. 저 멀리 드넓은 고원의 동쪽끝에서 아침해가 떠오르며 새벽녘의 엷은 안개를 서서히 밀어내고있었다. 그러자 병영아래 야산기슭에 자리잡은 한채의 살림집이 유표히 눈길을 끈다. 그 집이 살림을 한다는 정치지도원의 집일것이라고 짐작해보며 리철에게 물었다.

《그런데 중대장동문 왜 아직 독신이요?》

리철은 빙그레 웃었다.

《천천히 갈 생각입니다.》

《너무 눈을 높이는게 아니요?》

《그러자 해도 여긴 처녀의 그림자도 찾아볼수 없는 곳입니다.…》

리철은 그렇게 말해놓고는 다시 웃음을 지었다.

《하긴 한 평양처녀가 찾아오긴 했댔지만…》

《평양처녀?…》

《그 처녀를 여기로 보낸 사람들부터 잘못이였습니다.…》

박영순은 놀란 눈길로 리철을 마주 보았다.

《잘못이라니?…》

《금성제1고등중학교 음악교원이였습니다. 인물도 곱고 성품도 차분해보였습니다.

처녀를 소개해준 우리 정치위원동지의 말을 들어보면 이미 여러명의 인재를 키워 예술학원과 음악대학에도 보내주었다는데 그런 천성적인 재능을 가진 처녀를 여기로 보냈으니…

단장동지도 예술을 하는분이기에 하는 말인데 이건 국가적인 리익에도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통 무슨 소린지 모르겠구만.… 그래서 어떻게 되였다는거요?》

《되돌아가고말았습니다. 그가 여기서 무슨 일을 할수 있겠습니까?》

박영순은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뭇처녀들도 첫눈에 반할 인물체격과 모든 행동거지에서 믿음이 가고 전망이 기대되는 이런 훌륭한 중대장을 외면한 처녀에 대한 의혹을 금치 못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말 할 일이 없을가? 여긴 뭐 학교가 없고 음악교원이 필요치 않단 말이요?》

《음악교원이 필요한 학교라면 련대나 사단계선인데…

전연구분대가족으로서는 적합치 않습니다.》

박영순은 갑자기 그 어떤 기대를 가지고 물었다.

《혹시 그 처녀가 다시 생각을 돌려먹을수 있지 않을가?》

리철은 박영순을 쳐다보며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그런 가벼운 처녀는 아닌것 같습니다. 우리 정치지도원동무의 평가에 의하면 말이 적고 지성미도 있는 처녀같다고 하였습니다. 그가 되돌아설쯤이야 가볍게 결심했겠습니까?》

다행이란듯 박영순은 제꺽 말꼬리를 물었다.

《바로 그거요. 성품도 차분하고 지성미도 있을뿐만아니라 가벼운 처녀는 더욱 아니다.… 그런 처녀라면 자기가 그처럼 소중히 여기는 음악과 생활을 서로 련결시켜볼수 있소. 음악의 아름다움은 음악 그자체에 있는게 아니라 생활의 아름다움에서 시작되는거요. 또 생활의 아름다움은 환경에 있는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있소.

이건 나 역시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요.》

리철은 잠시 생각을 더듬는듯 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장동지, 생활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는 그 처녀에게 있어서 여기 전연의 환경이 너무도 엄혹합니다.

나자신도 그런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줄지 자신이 없습니다. 더우기 난 지금까지 전연군관으로서 그런 형의 처녀를 꿈꾸어본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하긴 이젠 다 지나간 일입니다.

참, 단장동지의 아침식사가 늦어지겠습니다.》

박영순은 어쩔수없이 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아침식사가 끝나자 그들은 곧 초소로 떠날 차비를 하였다.

리철은 허리에 권총을 차며 병영뒤 야산을 가리켰다.

《초소까지는 한 15분이면 올라갈수 있습니다.》

박영순은 나지막한 야산우를 놀라서 쳐다보았다. 중대에서 분계선까지 이렇게 지척이란 말인가?…

그들이 막 침실을 나서려는 때였다.

어딘가 푸수하고 텁텁하게 생긴 중대정치지도원이 마주 걸어왔다.

《중대장동지, 이거 문제가 생겼습니다. 휴가를 갔던 2분대장이 돌아왔습니다.》

리철은 아연해하였다.

《아니, 떠난지가 며칠되였다구 벌써 돌아왔단 말이요?》

《오늘 새벽에 렬차에서 내려 곧장 중대까지 걸어왔다는겁니다. 그런데 어디 말을 해야지요?》

정치지도원은 그제야 병실모퉁이를 향하여 손짓하였다.

《2분대장동무!…》

듬직한 체격의 사관이 리철의 앞에 달려와서 거수경례를 하였다.

《중대장동지, 중사 신금성 휴가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리철은 미간을 찌프렸다.

《휴가를 마치고?… 그래 무엇때문에 이렇게 빨리 돌아왔소?》

분대장은 중대장옆에 서있는 박영순을 흘끔 쳐다보더니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순간 입귀가 옴폭 패이며 별로 애된 인상을 주었다. 별수 없는듯 그는 내키지 않는 어조로 대답하였다.

《고향에 가보니 중대가 그리워졌습니다.》

《리유가 그게 다요?》

분대장은 대답을 피했다.

리철은 잠시 망설이더니 정치지도원을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저 친구의 비밀을 뽑아내는거야 정치지도원동무가 낫겠지. 난 초소에 갔다와서 만나보겠소!》

정치지도원은 황급히 박영순을 향해 웃음을 지어보였다.

《단장동지, 걸음을 지체시켜 미안합니다.》

박영순은 어설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일없소!》

리철은 초소로 질러가는 오솔길에 들어서면서 말해주었다.

《고향이 강계인 동무입니다. 아버지는 입대전에 사망하고 집엔 앓는 어머니와 동생이 있지요. 가정사정으로 1차휴가를 보내주었는데 이렇게 빨리 돌아올줄 몰랐습니다.》

박영순은 중대장의 심란해하는 마음을 건드리고싶지 않아 묵묵히 걸음만 옮겼다. 그러나 은근히 의혹이 생기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순회공연차로 박영순은 강계땅을 밟아본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조용하고 순박하였으나 로동과 창조의 열기는 그 어느곳보다 높았다. 그러나 그때는 조국이 시련을 겪기 전이였다.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강계를 포함한 자강도가 제일 큰 시련을 겪고있다는것을 알고있는터이라 분대장에게 필경 무슨 곡절이 있을것이라고 짐작되였다.…

초소는 아담하고도 견고하게 지은 콩크리트건물이였다.

련락을 받았는지 소위의 군사칭호를 단 애젊은 군관이 마당에서 힘있게 거수경례를 했다.

《최전연을 찾은 단장동지에게 초소군인들의 이름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박영순은 황송히 고개숙여 인사를 받았다.

감시소까지의 안내는 초소장이 맡았다. 박영순은 리철과 함께 권총과 자동보총으로 2중무장을 한 초소장의 뒤를 따라 교통호에 들어섰다.

철갑모를 쓰고 자동보총을 멘 두명의 감시병이 약속이나 한듯 일행을 향하여 차렷자세를 취하였다.

박영순은 처음 어리둥절하여 드넓게 펼쳐진 들을 바라보았다. 어디서부터 적측 지역인지 분간할수 없었던것이다.

초소장이 들 한가운데를 가리켰다.

《저기 둔덕진 곳에 세워져있는 2층건물이 적 〈헌병〉초소입니다. 그리고 동서로 가로질러간 수림지대가 적아간 비무장지대입니다.》

박영순은 그제야 긴장한 눈길로 적《헌병》초소를 쏘아보았다. 감시소로 올라서는 첫 순간에 그 건물을 보았지만 적들이 이렇게 가까이 있을줄은 미처 몰랐던것이다. 초소장이 넘겨주는 쌍안경을 눈가에 가져가니 코앞에서처럼 보이는 《헌병》초소 지붕우에 푸른색의 기발이 걸려있었다.

리철이 설명했다.

《저 퍼런색기발이 이른바 유엔기라는겁니다. 반세기전 미국놈들이 우리를 침략할 때 도용한 〈유엔기〉를 오늘도 저렇게 버젓이 내걸고있으니 괴뢰들이야말로 얼마나 추악한 사대매국노인가를 스스로 보여줄뿐입니다.

〈헌병〉초소 뒤쪽을 보십시오. 수림지대와 함께 역시 동서로 가로질러간 시꺼먼 구조물이 콩크리트장벽입니다.…》

쌍안경을 쥔 박영순의 손이 가볍게 떨렸다. 반세기 가까이 지속된 민족분렬의 비극이 현실로 눈앞에 펼쳐졌던것이다.

갑자기 박영순의 귀가로는 이상한 음향이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오랜 기간 음악을 해온 그는 그 음향이 불협화음으로 이루어진 리듬과 장단을 위주로 한 이색적인 곡이란것을 직감할수 있었다. 급히 쌍안경을 내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리철이 말해주었다.

《적들의 〈대북방송〉이 시작되였습니다. 저렇게 퇴페적인 곡조를 울리다가는 우리를 헐뜯는 악의에 찬 험담을 늘어놓습니다.

밤에는 심리전이 절정을 이루지요. 콩크리트장벽우에서는 울긋불긋한 네온등이 번쩍이고 대형전광판으로는 저희들쪽으로 넘어오라는 글자를 새기는 등 〈열성〉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저기 적측 지역 호수쪽을 보십시오. 하필이면 군사적대결지점인 분계선옆 호수가를 유흥지로 정할 리유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타락한자들과 인간쓰레기들을 벌거벗겨 저 호수가로 내몰고는 우리 젊은 군인들의 심리를 흔들어보자는거지요.

적들은 우리를 와해시키기 위한 작전에 수단을 가리지 않습니다.

쌍안경으로 저기 콩크리트장벽뒤에 있는 야산우를 보십시오. 거기에 새하얀 3층건물이 세워져있을겁니다.…》

박영순은 다시금 쌍안경을 눈가에 가져갔다. 퍼그나 사치하게 꾸려진 3층건물이 바라보였다. 그런데 지붕우에는 총체적인 건물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십자가가 세워져있었다.

《교회당입니다. 적들은 〈풍선작전〉으로 성경책을 우리 지역에 대대적으로 들이밀고는 시각적으로 보이는 곳에 교회당까지 세워놓았습니다. 세상에 없는 하느님을 설교하여 최고사령관동지의 품에서 우리 군인들을 떼내여보려는 어리석은 술책이지요.》

박영순은 분연히 쌍안경을 내리며 속으로 부르짖었다. 그래서 여기를 수령결사옹위의 제1선이라고 말하는게 아닌가!…

리철은 긴장해진 그의 마음을 풀어주듯 비무장지대수림을 가리켰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니 원시림같지 않습니까. 메돼지, 노루를 비롯해서 산짐승들만 서식합니다. 우리 지역과 적지역을 번갈아 에돌며 흐르는 저 협곡천에는 금자라며 자랄대로 다 자란 잉어, 농어, 메기들이 득실거립니다.

하루빨리 남녘땅을 되찾고 저 비무장지대를 개발해야 합니다.…》

박영순은 리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였다.

여전히 남쪽땅 저 멀리를 바라보는 리철의 눈에서는 비장한 각오가 번뜩이였다.

《그 과제가 우리 새 세대 군인들에게 맡겨져있습니다. 이번에 열린 중대장, 중대정치지도원대회에서도 언급되였지만 혁명의 전세대들이 전승을 이룩하고 전승기념탑을 세웠다면 우리 새 세대 군인들은 남녘땅을 해방하고 통일기념탑을 세워야지요. 우린 그걸 맹세했습니다!》

박영순은 리철을 미더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이런 훌륭한 군인들이 전연을 지켜섰기에 이 땅의 평화와 행복이 굳건히 수호되고있는것이 아닌가!

그의 눈길은 긴장한 자세로 감시근무에 열중하고있는 두명의 병사에게로 향해졌다. 그들에 대한 기대와 믿음, 지어 대견함으로 하여 저도모르게 눈시울이 젖어들었다.

이때였다. 감시병의 침착하고도 재빠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적초소앞 좌지, 적발견! 우리 감시소를 향해 사격자세를 취하고있음!》

박영순은 흠칫 놀라 감시병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초소장이 감시병으로부터 쌍안경을 넘겨받아 《헌병》초소쪽을 주시하고나서 리철에게 보고했다.

《중대장동지, 적들의 도발입니다!》

리철은 여전히 놀라움에 두눈을 크게 뜨고있는 박영순을 향해 빙긋 웃었다.

《단장동지가 놈들의 감시에 포착된것 같습니다. 사복차림에 풍채도 좋으니 무슨 큰 간부가 나타났는가 하는 모양입니다.

단장동지, 놈들의 공연한 허세에 놀랄건 없지만 이젠 내려갑시다.》

박영순은 리철을 따라 교통호에 들어섰다.

중대로 돌아오는 지름길에 들어서서도 그는 금방 최전연에서 받아안은 충격을 눅잦힐수 없었다. 그러자 자기가 창작하게 될 가사의 성격에 대하여 다시금 더듬어보게 됨을 어쩔수 없었다.

《빨찌산의 련대장》… 어딘가 모르게 병사들의 숨결, 호흡에 따라서지 못한듯 한 공허감이 안겨든다. 더우기 순회공연의 나날에 받아안은 병사들의 열정에 넘친 호소를 놓고봐도 그렇다. 무엇때문인가?

박영순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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