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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영원한 넋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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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5,941회 작성일 21-08-18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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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공연을 앞둔 극장안은 눈부신 불빛으로 대낮처럼 밝았다. 관람석을 꽉 메운 인민군장병들 그리고 이미 활짝 열려진 무대우에 공연준비자세로 서있는 공훈합창단 배우들은 흥분된 열기속에서 이제나저제나 하고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나오실 시각만을 기다리고있었다.

김화준중장은 여느때없이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옆자리에 앉아있는 아들을 슬며시 돌아보았다. 공훈합창단공연을 처음 보는건 아니지만 이번 관람은 그의 인생에서 꿈같은 영광이고 행운이기도 하였다. 자기만이 아닌 최전연에서 복무하는 아들까지 한날한시에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보내주신 초대장을 받아안고 이처럼 나란히 앉아 공연을 보게 되였으니 왜 마음이 설레이지 않으랴! …

바로 그 시각 중앙출입구로 수수한 잠바옷을 입으신 김정일동지께서 인민군지휘성원들과 함께 천천히 걸어나오시였다.

순간 폭풍같은 환호와 환영곡이 극장안에서 터져오르고 그이를 모신 환희와 기쁨으로 하여 관람석과 무대는 불도가니마냥 끓어번졌다.

중앙석으로 가시던 그이께서는 잠시 걸음을 멈추시고 극장안을 천천히 둘러보시며 손을 높이 들어 흔드시였다. 극장이 통채로 들리우듯 더 큰 환호성이 터져올랐다.

김화준은 불시에 가슴이 쩌릿해왔다. 그이께서 퍼그나 수척해지신듯싶었기때문이다.

그이께서 몇번이고 손을 들어 만류해서야 장내는 진정되고 관람석의 조명이 서서히 암전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더 눈부시게 밝아진듯싶은 무대우에서 관람자들의 격동된 분위기를 담아안고 방사포 일제사격의 포성과도 같은 공훈합창단의 노래소리가 터져나왔다.

 

항일의 빛나는 전통을 이어

강철로 다져진 영광의 대오

 

시원하고도 후련한 기분이 대번에 김화준의 가슴을 휩쓸었다. 지금까지 군사복무를 해오면서 그리도 많이 불러왔고 들어온 《조선인민군가》였다. 그러나 최고사령관동지를 한자리에 모시고 군가에 심장의 박동을 맞추느라니 젊은이들마냥 가슴이 들먹이고 금시 련합부대를 다시 맡아안고 전선으로 달려나가는듯 한 심정이였다. 매절마다 반복되는 후렴부가 그 어느 대목보다 통쾌하게 가슴을 울려준다.

 

나가자 조선인민군 일당백용맹을 떨치며

제국주의침략자 모조리 때려부시자

 

무대우에서는 어느덧 《사향가》의 절절한 노래소리가 울려나오고있었다.

 

내 고향을 떠나올 때 나의 어머니

문앞에서 눈물 흘리며 잘 다녀오라

하시던 말씀 아 귀에 쟁쟁해

 

김화준의 머리속으로는 홍안의 경위중대시절 어느 명절날 어버이수령님을 모시고 오락회를 하던 때가 생각났다. 누군가 수령님께 차례를 드렸는데 바로 저《사향가》를 부르시였다. 광복의 큰 뜻을 품으시고 14살 어리신 나이에 만경대사립문을 나서시던 그때의 비분, 20년만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시고 만경대고향집에 돌아오시여 조부모님들의 마중을 받으시던 때의 심정, 함께 오지 못한 부모님들과 동생분에 대한 그리움이 한껏 노래에 어려있어 그날 경위중대원들은 모두 뜨거운 눈물을 금치 못했다. …

김화준중장은 못 잊을 회억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제 다시한번 그 시절로 되돌아갈수만 있다면… 그때처럼 어버이수령님께서 부르시는 《사향가》를 다시 들을수만 있다면! …

김화준은 저도 모르게 손수건을 꺼내여 눈굽에 가져갔다.

무대우에서는 수시로 공연종목이 바뀌여가고있었다. 《승리의 열병식》,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 《경례를 받으시라》…

시간이 흐를수록 관람자들의 흥분된 열기가 출연자들에게까지 이어져 공연은 점점 고조를 이루었다. 종목 사이사이에 울려퍼지는 열광적인 박수, 그에 호응하는 배우들의 열정적인 눈빛, 상기된 얼굴, 무한한 형상세계에 젖어있는 노래소리가 그것을 말해주고있었다.

무대에서는 또다시 거창한 밀림의 바다가 설레이는듯 한 관현악전주에 이어 끝없는 추억을 자아내는 노래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밀림이 설레인다 파도쳐 설레인다

 

김화준중장은 이름할수 없는 명상에 잠겨 두눈을 슬며시 감았다.

밀림이 무엇을 전하며 설레이는가! 어버이수령님의 그 이야기를, 항일의 7련대에 대한 추억을 전하며 끝없이 설레이고있었다. 2절에서 그것을 말해주고있다.

《고난의 눈보라를 못 잊어…》 그건 고난의 행군시기를 이르는 말이다. 《사령부 지켜싸운 그날의 총소리 밀림에 차고넘쳐 소리높이 설레인다》 이건 오중흡7련대가 울린 총성이다.

김화준은 입을 꾹 다문채 백두의 그 밀림을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개개의 나무가 아니라 무수한 총검을 이루며 온 나라에 림림총총 일떠서고있는 오늘의 총대숲이 아니겠는가!

그 생각을 이어주듯 장엄한 함성과도 같은 마감절이 터져올랐다.

 

밀림이 설레인다 폭풍쳐 설레인다

백두의 밀림이 폭풍쳐 설레인다

 

극장안을 들었다놓는듯 한 박수소리가 터져올랐다.

화준은 문뜩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앉아계시는쪽을 우러렀다.

그이께서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시며 박수를 보내고계시였다.

종전 음악상을 승화시켜주듯 관현악이 행진곡조로 넘어갔다.

김화준은 얼핏 자막에 시선을 주었다.

《오늘도 7련대는 우리앞에 있어라》

반가움과 기대, 확신으로 하여 가슴이 뭉클해났다.

 

백두밀림 헤쳐온 항일의 준엄한 나날에

사령부를 보위해 한목숨 바쳐온 7련대

 

거침없이 전진하는듯 한 통속적인 선률, 드세찬 발구름인양 구절구절에 담겨있는 박력있는 웨침, 그 웨침속에 내포되여있는 시대성, 강한 호소성으로 하여 심장이 들썩 들리우는듯 한 쾌감을 느꼈다.

 

포연속을 뚫고온 성스런 군기앞에도

위훈 떨친 돌격대 그 기발 앞에도 7련대

 

김화준중장의 머리속으로는 다시금 피끗 비쳐드는 생각이 있었다. 합창《밀림이 설레인다》와 우연한 일치인가! 두 노래는 각이한 년대에 태여났지만 력사적인 하나의 줄거리로 불가분리하게 이어져있었던것이다. 《밀림이 설레인다》에서는 항일의 7련대 위훈을 못 잊어하시는 어버이수령님의 당부가 절절히 가슴을 적시게 했다. 그런가하면 《오늘도 7련대는 우리앞에 있어라》에서는 그 당부를 받아안고 자기 최고사령관을 결사옹위해갈 오늘의 새 세대 인민군장병들의 각오와 의지가 증폭되여 울려나오고있었다. 음악적으로 보아도 그것은 승화였다. 북받치는 정서에 떠받들려 너도나도 소리치며 일떠서 돌진해가는 발걸음소리와도 같아 관람자들은 자기들도 그 대오에 들어선듯 노래의 박자에 맞추어 박수를 쳤다.

 

내 나라 내 조국 부강을 지켜가며

오늘도 7련대 우리앞에 있어라

 

노래는 관람자들의 심장을 완전히 틀어잡았다. 관중들모두가 일어서서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내는 속에 극장안의 조명이 서서히 켜지기 시작하였다. 공연은 합창 《오늘도 7련대는 우리앞에 있어라》로 끝났던것이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의자에서 일어서시여 무대를 향해 손을 저으시고계시였다.

관람석과 무대에서는 폭풍같은 만세소리가 터져올랐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들어서시던 때와 같이 환희와 격정으로 들끓는 인민군장병들을 향하여 손을 높이 들어 답례를 보내시였다. 그러시고는 인민군지휘성원들과 함께 출입구로 걸어나가시였다.

공연은 끝났으나 관중들의 박수갈채는 멎을줄 몰랐다. 벌써 몇번째 전막이 내리다가 다시 올랐다.

김화준중장도 그 모든 관중과 어울려 공연의 여운을 안고 열정적으로 박수를 쳤다.

바로 그때 웬 대좌가 그의 곁으로 소리없이 다가섰다.

《중장동지! …》

김화준은 주춤 대좌를 마주보았다.

대좌는 친절하고도 나직한 목소리로 귀띔했다.

《중장동지, 저와 함께 가십시다. 그리고 418련대 정치위원동지도…》

김화준은 영문을 가려볼사이 없이 아들과 함께 대좌의 뒤를 따랐다. 극장복도를 걸어 어느 한 방앞에 이르니 박진건대장이 기다리고있었다.

《중장동무,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지금 기다리고계십니다!》

《예?! …》

김화준은 깜짝 놀라 아들을 돌아보았다.

김윤범이 역시 뜻밖의 충격으로 아버지를 마주보기만 하였다.

박진건대장이 조심히 문을 열어서야 김화준은 서둘러 옷매무시를 바로하고 그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인민군지휘성원들, 공훈합창단일군들 그리고 만수대예술단 단장 박영순과 마주서시여 무엇인가 이야기를 나누고계시였다.

《오늘의 공연은 그저 공연이라 하기에는 그 위력이 대단히 큽니다.》

그이의 음성은 나직하셨으나 열정에 넘쳐있었다.

《이 땅을 진감하는 승리의 포성, 원쑤들의 심장부에 들씌워지는 사상의 포탄세례라 해야 할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또 한해 원쑤와의 대결을 승리적으로 결속하고있기때문입니다. 오늘 공연을 본 모든 관람자들도 그렇게 감수했으리라 봅니다. 극장안에 차고넘친 그들의 열기와 흥분된 분위기를 보아도 잘 알수 있습니다. …》

김정일동지께서는 만수대예술단 단장 박영순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시고나서 다시 말씀을 이으시였다.

《모든 종목들이 다 한결같았지만 특히 합창 〈오늘도 7련대는 우리앞에 있어라〉가 좋습니다. 노래에는 고난의 행군정신, 붉은기사상이 강하게 반영되여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노래 〈오늘도 7련대는 우리앞에 있어라〉는 시대의 장엄한 진군가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 노래가 우리 인민군장병들에게 새로운 신심과 용기를 안겨주고 영웅적위훈에로 불러일으키게 되리라는것은 의심할바 없습니다. …》

문뜩 그이께서는 방안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섰다는것을 감촉하셨는지 출입문쪽으로 고개를 돌리시였다.

그때를 기다려 박진건대장이 보고드렸다.

《최고사령관동지, 김화준중장동무와 418련대 정치위원동무가 왔습니다.》

김화준은 경건히 거수경례를 올렸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강사 중장 김화준과…》

그이께서는 따뜻한 미소를 보내시며 손을 들어 김화준의 보고를 제지시키시였다. 그러시고나서 그 무슨 기억을 더듬듯 유심히 바라보시였다. 그러나 그것은 순간이고 인차 안광에 환한 미소가 어리시였다.

《기억납니다. 제1중앙군관학교 2기졸업식때 어버이수령님께 축배잔을 올리던 동무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김화준은 그만 목이 꺽 메여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최고사령관동지, 고맙습니다! … 그때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날의 영광을 단 한번도 잊은적 없습니다. …》

그이께서는 방안의 모든 일군들에게 김화준의 경력과 성장에 이르기까지 친절히 소개하시고나서 다시금 그를 바라보시였다.

《중장동무, 난 동무가 그 영광을 잊지 않고 오늘도 새 세대 군인들을 전세대들처럼 준비시키는데 앞장서고있다는 사실을 보고받았습니다. 난 이에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있습니다.》

김화준은 황송한 눈길로 그이를 우러렀다.

《최고사령관동지, 아직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전 그저 그때 인민군당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전후하여 오중흡동지를 따라배울데 대하여 하신 최고사령관동지의 말씀을 아들에게 상기시켜주었을뿐입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부자가 다같이 초대장을 받고보니 그저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김화준의 뒤에는 김윤범이 어깨를 들먹이며 서있었다.

《정치위원동무, 축하합니다. 혁명적인 군가는 저절로 태여나지 않습니다. …》

김정일동지께서는 박영순에게로 고개를 돌리시였다.

《단장동무, 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박영순은 정중히 말씀올렸다.

《418련대와 같은 최전연부대의 벅찬 현실이 명가사를 태여나게 하였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다시금 김윤범에게로 믿음어린 눈길을 보내시였다.

《그래서 내가 정치위원동무를 축하해주고있는것입니다.》

김윤범은 격동된 자세로 거수경례를 올렸다.

《최고사령관동지, 부대를 항일의 7련대가 지녔던 신념과 기질을 그대로 이어받은 최고사령관동지의 결사대, 돌격대로 준비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화준은 최고사령관동지의 격려를 받고있는 아들을 꿈속에서처럼 바라보았다. 이 영광이야말로 세대를 이어 누리는 행운이 아니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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