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딛고선 대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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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딛고선 대지 (2)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영예군인동창을 찾는 윤주칠의 발걸음은 끊기지 않았다.
교원이 된 주칠은 교수사업으로 바쁜 속에서도 경일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에는 밤을 새웠고 새살림을 폈을 때에는 부엌세간들과 필수품들도 가지고 왔다.
경일의 생활의 갈피마다에는 언제나 주칠이 있었으며 둘은 기쁨도 함께 나누고 어려움도 함께 헤쳐나갔다.
경일이 조선로동당에 입당한 날 만수대언덕에 오르던 때에도 주칠이 그의 팔을 끼고 한층한층 함께 올랐고 승리거리에 위대한 수령님들의 자애로운 영상을 형상한 모자이크벽화를 건립하기 위한 작업이 벌어질 때 위대한 장군님의 크나큰 사랑에 너무도 보답한것이 없다는 죄책감을 안고 매일 저녁 야간지원돌격대에 나가는 경일과 함께 주칠도 몰탈을 이기고 흙마대를 날랐다.
세월은 흘렀다. 이 흐름과 함께 변하는것이 있었다.
경일에게 주칠이와 같은 동행자들이 늘어난것이였다.
주칠의 안해와 딸, 주칠이 맡은 학급의 학생들이 경일의 집으로 찾아왔다.
이 과정에 경일과 주칠이네는 한집안식구처럼 되였다.
경일을 돕느라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건만 주칠이만큼 오랜 세월 생활의 쓴맛, 단맛을 함께 다 맛보면서 정이 든 사람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해였다.
한번은 경일의 집에 들어선 주칠의 얼굴이 이전처럼 밝지 못했다.
생활에서 더 다른 일이 없었는가 이것저것 물어보는 주칠의 어조도 심드렁했다.
주칠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경일은 그를 멈춰세웠다.
《주칠이, 무슨 일이 있었나? 낯색이 전같지 않구만. 우린 대학동창인데 뭘 숨길게 있나. 속상한 일이 있으면 함께 풀어나가자구.》
주칠은 말없이 고개를 숙이였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주칠의 입이 열렸다.
《경일동지, 섭섭합니다.》
《내게 섭섭한게 있으면 어서 이야기해달라구. 동무의 비판은 무조건 다 접수하고 고치겠어.》
《정말입니까?… 경일동진 저를 어떻게 보구… 제가 누가 알아달라고 경일동지에게 오는줄 압니까?》
《뭐라구?》
뜻밖의 공격에 경일은 어리둥절했다.
그러다 얼마전에 주칠이 교편을 잡고있는 평양제1중학교 초급당위원회에 주칠이의 소행에 대하여 알리는 편지를 보냈던 일이 생각났다.
주칠과 아무런 의논없이 제딴에 그를 생각해서 한 일이 그의 노여움을 살줄 몰랐다.
경일은 어색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 생각해보라구. 주칠동무,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강산이 두번이나 변했을 그 오랜 세월 나를 그처럼 위해주었는데 난 동무를 위해 아무것도 한것이 없지 않소. 대학동창을 위해서 무엇이든 해야 할게 아니요. 당조직에라도 반영해서…》
단호하게 울리는 주칠의 말이 경일의 말을 중둥무이시켰다.
《그렇다면 난 더욱 섭섭합니다. 전 이름이나 내자고 이렇게 경일동지를 찾아오는게 아닙니다. 그리구 단순히 대학동창의 우정만을 지키기 위해 오는건 더욱 아닙니다. 경일동지는 조국을 위해 자기의 청춘시절과 한몸을 바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경일동지에게 저 한사람만 옵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경일동지를 위해줍니까. 은청(경일의 둘째딸)이가 초급중학교때 담임교원이였던 김금실선생님이랑 보십시오. 은청이가 고급중학교에 다니는 오늘까지도 경일동지를 찾아오지 않습니까.…》
주칠의 말에 경일은 뭐라 할 말을 더 찾지 못했다.
가슴은 격정으로 후더워졌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위해 알게 모르게 마음쓰며 친혈육의 정을 기울였던가.
그들이 기울인 정은 단순히 동정심 하나에서 출발한것이 아니며 평가를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였다.
조국에 한몸을 기꺼이 바친 영예군인의 삶을 빛내여주려는 우리 당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나가는 깨끗한 마음들, 그 마음들이 그대로 따뜻한 열과 체취로 자기 생활을 뜨겁게 감싸고있는것이다.
경일은 주칠의 손을 뜨겁게 잡았다. 그리고는 집벽면에 모신 위대한 수령님들의 초상화를 우러렀다.
그의 가슴속에서는 이처럼 훌륭한 사람들을 키워주신, 고마운 사회주의대가정을 꾸려주신 위대한 수령님들과 경애하는 김정은원수님에 대한 다함없는 감사의 정이 끓어올랐다.
위대한 태양이 빛나고 사람들모두가 동지적으로 굳게 결합된 하나의 대가정 - 사회주의조국이야말로 두 다리를 잃은 그가 비관에 잠기지 않고 인생길을 떳떳하고 보람있게 걸어갈수 있게 한 밝고 따사로운 대지였다.
* *
얼마전 경일은 쉰두번째 생일을 쇠였다. 주칠이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의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영예군인을 위해 뜨거운 사랑과 정을 바쳐가는 그 사람들속에 묻힌 경일의 모습은 해빛밝은 대지에 뿌리박은 한그루 나무와도 같이 청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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