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2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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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4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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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승혁은 불안한 심정으로 문을 두드리며 큰소리를 쳤다.
《나요, 나 주승혁이요.》
그리고 제잡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정삼은 이부자리를 깔고 누워있었고 그의 안해 안지향은 깨진 사발쪼각들을 주어모으며 쿨쩍거리고있었다.
《이 집에선 무슨 일이 생겼소?》
정삼은 해쑥한 얼굴로 승혁을 보다가 힘겹게 일어나앉았다. 기름한 얼굴이 더욱더 기름해지고 피기가 없었다.
《앓고있나?》
《예, 위가 발작을 해서…》
옆에서 안지향이 격분한 목소리로 설분을 터쳐놓았다.
《술을 퍼마시고 위경련이 와서 앓고있는거예요. 해볼데 가선 해보지 못하고 술이 무슨 원쑤라고 술과 해보니 가뜩이나 병든 위가 견딜수가 있겠습니까.》
좀전엔 그릇을 깨면서 성격을 살리던 정삼이가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 앉아있었다. 단지 찌프린 얼굴로 위부위를 손으로 슬슬 쓸어만지고있었다.
《아저씨, 글쎄 내 말을 좀 들어보세요.》 안지향이 사연을 설명하였다.
정삼은 어제 김준선반장에게서 모욕적인 비판을 받은 후 그것을 삭이지 못하고 집에 들어서자바람으로 술을 퍼마시기 시작하였다. 그는 자기의 운수가 꼬였다고 한탄하였다. 알럼덤직장이 해산된것은 어쩔수 없다치고 하필이면 김준선의 작업반에 배치받을건 뭐란 말인가. 그에게 잘못 보였으니 그 작업반에서 일하는 한 입당도 하지 못하고 인생의 보람도 찾을수 없을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속을 끙끙 앓았다. 밤새 그런 고민을 하면서 술을 마시다나니 원래 약하던 위가 경련을 일으켰던것이다.
《물론 애아버지가 제 마음대로 카바이드덩어리를 가져온건 잘못했어요. 따져보면 제탓이기도 해요. 제가 집에 카바이드가 다 떨어져서 불을 켤수 없다고 쫑알거렸더니 철수 아버지도 마음이 편치 않았겠지요.》
지향의 말을 듣노라니 저도 모르게 허거픈 웃음이 나갔다.
녀자들이 바가지를 긁으면 남자들은 견디기가 힘들다. 이 지향이란 녀자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지난날 장사길에 나섰다가 교양을 받고 어느 자그마한 기업소에 출근하고있었으나 아직도 바가지 긁는버릇만은 고치지 못했구나. 빨리 공장이 일떠서고 수직방사직장도 돌아가야 지향이도 자기의 숙련된 기능솜씨를 발휘하며 생의 보람을 찾을수 있을것이다.
안해에게 이 지향의 병집을 고쳐주라고 말을 단단히 해야겠다. 녀자들의 일은 그들이 더 잘 알테니까.
지향은 승혁의 심중은 알지 못하고 제 설음에 겨워 눈물을 흘리였다.
《아무리 우리 철수 아버지가 잘못했기로서니 사람들 많은데서 그렇게 리기주의자로 몰아대면 너무하지 않습니까. 준선동진 수리공을 할 땐 그렇지 않았는데 반장을 하면서 사람이 달라진것 같아요.》
안지향이 수직방사직장에서 비날론을 뽑던 시절에 아마 김준선과도 인연이 있었던 모양이였다.
《준선이를 곡해하지 마오.》 하고 승혁은 지향에게 말하였다. 《준선이가 그렇게 모진 사람은 아니요. 이제 두고보면 알게 될거요. 좀 거친데는 있어도 진국이지. 내가 실은 오늘 아침 준선반장이 정삼이가 안 나왔다고 걱정하는 소릴 듣고 찾아온거요.》
이윽고 승혁은 지향에게 정삼이와 할말이 있으니 딴방에 좀 피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지향이가 나가자 승혁의 엄한 얼굴에 감사납게 서슬이 돋았다.
《네가 사내녀석이 맞느냐?》
승혁이가 지르는 소리에 정삼이가 흠칫 놀라며 수그리고있던 머리를 쳐들었다. 정삼의 미간에 주름이 잡히고 성긴 눈섭이 쫑긋거렸으며 숨결이 거칠어진다. 그는 심한 모욕감을 느꼈던것이다.
《아니, 왜 그래요?》 정삼의 입에서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반장에게서 욕 한번 먹은게 뭐 그리 큰게라고 술마시고 지랄이야. 너 아직도 그 술 마시는 버릇을 못 고쳤니?》 승혁은 일부러 거칠게 말하였다.
정삼이를 어루만져서는 안되겠다고, 우정이라도 그의 아픈 곳을 찔러야겠다고 생각하였다.
《내가 지랄을 한다구요? 그래 아저씨같으면 가만있겠어요. 날 도적처럼 몰아대는데 그래 가만있겠느냐 말이예요.》
《네가 잘한게 없어.》
《그래요. 내가 다 잘못했어요. 그래서 비판받아 싸지요. 잘못은 2카바이드에 간것부터 시작된거예요. 그 잘못부터 시정하자는거예요. 난 다른 직장으로 가겠어요. 아저씨가 도와주지 않아도 갈수 있단 말이예요.》
《덜돼먹은 녀석. 지금이 어느때게 직장타령을 하고있어?》
《아저씨가 내게 무슨 상관이 있다고 날 몰아대는거예요?》 정삼은 언제 앓고있었더냐싶게 얼굴이 벌개서 소리를 높이였다.
그제야 승혁은 자신이 흥분한김에 너무했다는것을 느끼며 큰숨을 내쉬였다. 사실 정삼의 말마따나 자기가 그에게 소리를 지를 까닭이 없었던것이다. 구태여 그 리유를 따진다면 이웃에서 사는 과정에 정이 생겼다는 그것뿐이 아닐것인가.
《그래, 내가 잘못했다. 내가 로망이 들었는지도 모르지.》
승혁은 담배를 피워물고 생각에 잠겨 말을 이었다.
《날 리해하라구. 아픈 사람에게 큰소릴 쳐서 안됐어. 내 심정을 솔직히 말하면 너무 가슴이 아파서 이러는거야. 네녀석이 그래 비날론공장을 사랑한다는 놈이 맞긴 맞냐? 고난의 행군시기에 먹을것이 없어 변변히 먹지 못하면서도 비록 숨이 죽은 공장이래도 정들어 여길 뜨지 못하겠다던 네가 아니냐.
지금 비날론중간체공정 개건공사가 시작되였는데 이렇게 술 마시고 배를 끌어안고 집구석에 엎뎌있으니 네가 심장이 뛰는 사람이 맞긴 맞아? 정 그렇게 살겠으면 차라리 여길 떠나가는게 좋을것 같다.》
《못 가겠어요!》
정삼이가 주먹으로 방바닥을 치며 소리를 질렀다.
이때 방문이 열리면서 한 사나이가 들어섰다. 그는 김준선이였다. 준선은 밖에서 승혁과 정삼이 하는 소리를 듣고있다가 참지 못하고 들어 온것이였다. 준선은 대뜸 무릎을 꿇고 정삼의 손을 잡았다.
《정삼동무, 용서해주오. 내가 동무에게 너무했소. 우리 이제부터 모든것을 령으로 하고 잘해보기요. 공장을 일떠세우는데 다 제몫을 해야 떳떳할게 아니겠소.》
《나같은 놈이 무슨 필요있겠소.》 머리를 돌리는 정삼의 두눈에는 눈물이 그렁하니 고여있었다.
《빨리 건강을 회복하고 공장으로 나오시오. 반원들이 모두 기다리고있소.》
승혁은 준선이와 정삼을 보다가 그들의 손을 량손에 하나씩 잡았다.
《우린 다 비날론공장 사람들이야. 공장을 떠나 우리가 딴 생각을 할수 있겠나. 그 무엇이 맺힌게 있다면 개건공사가 끝난 후에 따져보자구. 알겠나?》
승혁은 괜히 껄껄 웃어댔다. 그러면서 승혁은 코마루가 찡해와서 두눈을 슴벅거리였다.
아, 비날론, 너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울고 웃게 만드는것이냐. 이제 네가 되살아나는 그날에는… 아마 그날에도 우린 행복에 겨워 또 울고 웃게 될것 같구나.
김준선이 집으로 오니 개가 달려나오며 반갑다고 껑충껑충 뛴다. 준선은 잠시 주저앉아 개의 목덜미를 쓸어주었다. 작업반의 동무 김성철이 몇년전에 준 강아지가 이렇게 크고 충실하게 자랐다. 딸 금순이가 달려나오고 잇달아 안해 박성미도 나왔다.
《왜 들어오지 않고 달구(개이름)와 노는거예요?》
안해의 말에 중학교학생인 딸애가 대답한다.
《엄만 그것도 몰라요. 아버진 우리보다 달구가 더 좋다는거예요, 호호.》
준선은 웃으며 딸애의 볼을 살짝 건드렸다.
《우리 금순이가 시샘을 하는게 아니냐?》
《몰라.》 금순이가 머리를 흔들었다.
《그럼 우리 금순이를 위해서 달구를 처리해야겠다.》
준선은 개의 목사슬을 풀었다.
《금순이 아버지, 왜 그래요?》 성미가 놀라서 묻는다.
《노느라고 그러는거지요?》
《아니요.》
이번에는 금순이가 개의 목을 껴안았다.
《아버지, 달구를 어디 가져가려고 해요?》
《응, 꼭 가져가야 할데가 있다.》
금순은 금시 울상이 되였다.
《아버지, 다신 그런 말 안할게. 아버지가 나보다 달구를 더 좋아한다는 말을 안할게. 달구를 가져가지 말아요.》
《그래?》
준선은 잠시 자기가 할바를 잊고 멍히 서있었다.이윽고 그는 딸애를 안아일으켰다.
《됐다. 넌 어서 들어가거라. 내 엄마와 할말이 있다.》
금순이가 겁먹은 눈으로 뒤를 힐끔힐끔 살피면서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문이 빠끔히 열려있다. 금순이는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는것이였다.
《금순이 아버지, 어떻게 된 일이예요?》 성미가 의혹이 어린 눈으로 지그시 준선을 여겨보고있었다.
《작업반을 위해서 달구를 내야 하겠소.》 준선은 잠시 말을 끊고 숨을 몰아쉬다가 힘들게 동을 이었다. 《우리 작업반 리정삼이 몸이 약해 앓고있소. 당신 아직 리정삼이를 모르던가? 알럼덤직장이 해산되면서 우리 작업반에 배속된 친구요. 참, 주승혁동지와 한인민반에 살고있소.》
준선은 리정삼의 일에 주승혁과의 인연이 무슨 필요가 있는지 자신으로서도 알지 못하면서 말하였다.
《그런데요?》
성미는 어처구니가 없는듯, 그러면서도 불안한 긴장감이 어린 얼굴로 준선을 바라보고있었다.
《정삼동무는 앞으로 공장을 위해 일을 많이 할 사람이요. 헌데 몸이 약해서 영양보충이 필요하거던. 어쩌겠소. 당신이 형수인셈치고 좀 덕을 베풀어보지, 응?》
성미는 대꾸가 없이 머리를 숙이고 서있었다. 한숨을 쉬며 발끝으로 땅바닥을 허비였다. 이윽고 그 녀자는 머리를 쳐들었다.
《당신이 하겠다는데 내가 어떻게 거부할수가 있나요? 단지 금순이가 섭섭해할것이 걱정되는군요. 이놈을 얼마나 고와했게요.》
《어쩌겠소. 당신이 애를 잘 얼려보구려. 달구가 낳은 새끼가 두마리 있지 않소. 그놈들을 잘 키워봅시다.》
《금순이 아버지가 새삼스레 내 의견을 물을게 있어요. 당신이야 일단 결심하면 하는거 아니예요.》
《그렇게 리해해주니 고맙소.》
준선은 미덥게 성미를 보며 슬그머니 한손을 잡아주었다. 그는 정말 안해가 사랑스러워 힘껏 껴안아주고싶은 심정이였다. 하지만 저기 문틈으로 딸애가 지켜보고있으니 참지 않으면 안된다.
준선과 성미는 2카바이드직장에서 일하면서 서로 마음이 통해 련애를 하던 끝에 결혼한 사이였다. 준선이가 수리공을 하였기때문에 물뽐프실에 자주 드나들었는데 뽐프운전공을 하던 성미와 롱지거리로 말을 주고받으면서 친숙해졌다. 처녀시절 성미가 눈여겨보니 준선이는 대담하고 진취성이 강한 총각이였다. 수동권양기를 써서 30명이 동원되여야 들어옮길수 있던 전동기를 2명이 들어옮길수 있게 장치를 만들어놓는 기술혁신도 하였고 혼자서 뽐프수리기지도 꾸려놓았다.
한번은 성미가 맡아보던 한개의 잔사뽐프 출구변에 잔사가 너무 들어차는 바람에 제대로 동작하지 않게 되였다. 준선이가 와보고 성미에게 15분간만 5개나 되는 뽐프를 동시에 세우자고 하였다. 잔사가 뽐프안에서 굳어졌는데 뚫을 방법이 없다, 수리하자면 문제의 뽐프를 세워야 하는데 그러면 카바이드로를 다 세워야 한다, 5대의 뽐프를 동시에 세우면 관성의 힘을 리용하여 잔사를 다 뽑아던질수가 있다, 15분간 세웠다가 다시 돌리면 로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고 뽐프를 정상으로 계속 돌릴수 있다고 성미를 설복하였다. 준선은 직장장에게 말했대야 승인해줄수도 없을것이니 자기와 짜고 몰래 하자고 하는것이였다. 성미는 준선의 말이 그럴듯하여 뽐프를 세웠다. 준선의 말대로 뽐프안의 잔사는 말끔히 씻겨나갔는데 동시에 5대의 물뽐프안에 있어야 할 일정한 량의 물까지 다 뽑아져나가는 바람에 예정한대로 뽐프를 운전할수가 없게 되였다. 준선은 미처 이런 경우를 타산하지 못하였던것이다. 하여 물뽐프가 40분이나 동작하지 못하게 되였고 집수정의 물을 뽑지 못하여 전기로작업현장에 일시 물이 차는 사고가 발생하게 되였다. 이 사고로 하여 김준선은 호된 비판을 받았고 수리공을 그만두고 전기로현장에 가서 일정한 기간 처벌로 무보수로동을 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런데 준선은 별로 가책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준선은 성미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직장에 좋은 일을 했지. 아마 내가 대담하게 작전하고 접어들지 않았으면 전기로를 세우는 사태가 빚어졌을걸. 그렇다고 직장간부들이 나처럼 그런 용단을 내릴수 있겠나. 잔사뽐프도 깨끗해졌지. 한마디로 직장에 해가 된게 하나도 없단 말이야.》
성미는 준선의 이런 영민함과 대담성 그리고 인정미에 끌리였다. 그러나 그들이 결혼하기까지는 곡절이 많았다. 성미의 아버지가 준선의 키가 작다고 머리를 흔들었던것이다. 당시 준선의 키는 남자로서는 너무 작았다. 중학교를 졸업하였을 때 키가 작아 신체검사에서 불합격되여 군대에도 입대하지 못한 그였다. 공장에 입직하여 키가 좀 컸으나 성미와 거의 비슷한 정도였다. 준선이가 성미보다 크다고 우기는 바람에 조용한 방에서 키를 재보게 되였다. 하여 성미는 준선이가 자기보다 2센치메터는 더 크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어쨌든 남자로서는 키가 작았다. 《너 아이같은게 어떻게 우리 딸과 살수 있어.》 하고 성미의 아버지는 준선에게 맞대놓고 말하였다.
《남자가 키가 작다고 할일을 못하겠습니까.》 하고 준선은 당당하게 들이대였다. 그리고 그는 정열적으로 성미의 집을 찾아다녔다.
준선을 마땅치 않게 여긴 성미의 부모들이 다른 남자를 소개해주려고 하였으나 딸은 여전히 귀먹은 시늉을 하였다. 앞집에 사는 녀인이 자기 조카를 곱게 생기고 성격도 시원시원한 성미에게 맞세워보려고 하다가 성미와 련애하는 남자가 있다고 하는 소리를 듣고 이렇게 물어보았다.
《성미야, 그 사람이 제대군인이냐?》
《아니요.》 하고 성미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그럼 그 사람이 입당은 했느냐?》
《아니요.》
《그럼 대학을 졸업했느냐?》
성미는 너무 얼굴이 뜨끈하여 대답을 못하고 그 자리를 피하고말았다. 준선은 당시 남자들의 인끔을 저울질할 때 사람들의 입에 오르는 어느 기준에도 도달하지 못하였던것이다.
그들의 결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주승혁이였다. 주승혁은 성미네 집과 류다른 인연을 맺고있었다. 승혁이가 흥남화학전문학교에 입학시험을 치러 가던 길에 만났던 임신부, 조기해산을 앞두고 급해하던 그 임신부가 낳은 애가 바로 박성미였다. 그후 승혁은 성미네 집과 친한 사이가 되여 놀러다녔고 성미에게는 《네가 이 세상에 태여나느라고 난 전문학교 입학시험에서 떨어졌단다.》 하고 롱을 하면서 놀려대군 하였었다. 여하튼 주승혁은 자기스스로가 박성미의 부모들에게 발언권이 당당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이였다.
주승혁이가 준선이와 성미의 결혼에 적극적인 찬성을 표시하였다. 그는 준선이가 똑똑하다고 성미 아버지를 꾸준히 설복하였다. 그로 하여 김준선과 박성미는 주승혁을 은인처럼 여기였다.
결혼하고나서 준선은 어찌된 일인지 키가 쑥 커서 작은 남자라는 말을 면하게 되였고 입당도 했다.
그는 지금 작업반에서 가장 높은 기능급수인 7급공에 올라섰고 6년전부터 반장사업을 하고있다. 준선은 성격이 거칠었지만 인정미가 있어 주위사람들에게서 좋은 평을 받고있었다.
성미는 남편을 절대적으로 믿는 녀자였다. 그는 한 10여년전에 심장병을 앓으면서 집에 들어왔다. 그 녀자는 비날론공장에 대한 정을 남편에게 다 쏟아붓는듯 남편을 적극적으로 받들어주었다.
《당신이 먼저 들어가서 애를 좀 얼리오.》 준선은 안해를 집안으로 들여보내였다.
준선은 집안에서 울리는 금순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개를 끌고 집을 나섰다. 어쩐지 가슴이 알알해진다. (우리의 비날론을 위하여.) 하고 준선은 속으로 중얼거리였다.
문득 주승혁이가 좀전에 자기와 정삼의 손을 잡고 하던 말이 상기되였다.
《우린 다 비날론공장 사람들이야. 공장을 떠나 우리가 딴 생각을 할수 있겠나. 그 무엇이 맺힌게 있다면 개건공사가 끝난 후에 따져보자구. 알겠나?》
(승혁동지의 말이 옳아. 모든것은 다 개건이 끝난 후에 따져봐야지. 그땐 금순이도 이 아버지의 심정을 리해할거야.)
자기 손으로 개를 잡아 손질까지 해서 주는것이 좋을듯싶은데 정을 기울여 키운 개를 차마 잡을수가 없었다. 김준선은 개를 끌고 정삼의 집 대문안으로 들어서서 깜짝 놀라는 안지향에게 말하였다.
《내 이놈을 좀 키워보자고 했는데 맘대로 안되오. 도무지 키울 재미가 없소.》 준선은 쑥스럽게 웃었다. 《또 우리 금선이가 이놈을 무서워한단 말이요. 내 손을 들었다니까. 아무래도 아주머니가 수고스러운대로 이놈을 맡아줘야겠소. 좀 키워보다가 신통치 않으면 맘대로 처리하시오. 난 차라리 정삼동무의 몸보신에 쓰면 좋을것 같구만.》
준선이가 대문을 나서려는데 뒤에서 지향이 그의 팔을 잡으며 다급히 말하였다.
《좀 서세요. 이러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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