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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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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구자
댓글 0건 조회 3,375회 작성일 23-06-05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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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 회)

제 2 장

3

(1)


주선철은 의젓한 걸음으로 비날론공장 구내도로를 걸어갔다. 중키에 보기 좋은 체격을 가졌고 곱살한 얼굴에 머리칼이 굽실굽실한 선철은 미남자라고 할수 있는 청년이였다. 그와 마주오다가 《의사선생, 또 나왔습니까.》 하고 인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1카바이드직장에 나왔댔습니다.》 선철은 매력있는 미소를 지어보이였다.

산업병원 의사들중에서도 외과의사들은 공장종업원들과 친숙해질 기회가 많이 생기군 한다. 주로 비날론공장을 대상하는 산업병원에서는 외과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갑자기 생기군 하여 외과의사인 선철은 구급차를 타고 공장에도 다니고 병원에서 수술도 자주 하군 하였다. 그 과정에 공장종업원들을 많이 사귀게 되는것이다.

오늘 주선철은 현장치료대로 공장에 들어왔다. 산업병원에서는 매주 화요일에 각 직장 담당의사와 간호원들을 공장으로 파견하여 로동자들에 대한 치료사업을 진행하였다.

선철은 점심시간이 가까와오는 그 시각에 아버지를 찾아가는 길이였다. 어머니가 점심밥을 잊고 나간 아버지에게 밥곽을 가져다주라고 맡기였던것이다.

그는 문득 설계실이 자리잡은쪽을 바라보며 걸음을 멈추었다. 설계실에서 일하고있는 강혜경을 만나보고싶은 강렬한 충동을 받았던것이다.

위대한 장군님의 기업소현지지도가 있은 후 개건공사에서 한몫하겠다고 탄원한 처녀, 얼마나 훌륭한 처녀인가.

선철은 함흥시내 좁은 철길역 표파는 곳에서 처음 혜경을 보았을 때 정말 깜짝 놀랐었다. 그가 혜경에게 지난날 친했던 한 처녀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한 말은 거짓말이 아니였다.

선철은 자기의 인생에 하나의 자취를 남긴 그 처녀를 돕는 심정으로 혜경에게 자기의 차표를 주었다. 그후 병원에서 다시 혜경을 만났을 때도 지난날이 떠오르면서 자꾸 도와주고싶었다.

그런데 오늘 비날론공장으로 탄원한 혜경을 생각하면 어쩐지 자신이 끌리는것만 같은 심정이였다. 혜경에게는 확실히 돋보이는 성격이 있었다.

지금 선철은 혜경을 다시 만나보고싶었다. 그런데 무엇때문에 찾아왔느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한다? 그저 보고싶어서 왔다고 해? 그건 좀 어색한데…

주선철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는 우선 아버지를 만나 점심밥을 넘겨주고보자고 생각하였다.

공업기술연구소에 당도하여 아버지를 찾으니 아버지는 요새 합성직장개건때문에 거기에 가있다고 하는것이였다.

《아버지가 합성직장에 가있다구요?》

선철이 머리를 기웃거리자 접수실의 녀인이 웃으며 말하였다.

《주승혁동지만큼 합성생산공정에 밝은 사람이 있나요? 그러니 승혁동지가 가서 봐주지 않으면 안되는거예요.》

선철은 합성직장으로 걸음을 옮기였다. 합성직장은 공업기술연구소가까이에 자리잡고있었다. 아버지를 칭찬하는듯 한 녀인의 말이 다시금 떠오르면서 아들의 긍지가 가슴속에 밀물처럼 차올랐다.

(말이야 바른대로 합성직장에 아버지만 한 기술자가 없지.)

평소에 아버지를 존경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해온 그만큼 아버지가 합성직장장직에서 해임되였을 때의 고민도 컸다. 아들로서 부끄러웠고 어깨가 처진 아버지가 측은하여 속을 태웠다. 아버지에게 힘을 주자고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웃어보이였지만 남들이 보지 않는데서 줄담배를 피우며 땅이 꺼질듯 한 한숨을 내쉰적이 그 몇번이였던가.

지금 아버지가 기업소에서 중히 여겨지고있다는 사실이 선철에게는 너무나 반갑고 기꺼웠다.

합성직장건물에 이르니 직장은 오가는 사람들로 부산스러웠다. 기업소에서 합성직장의 개건에 보수력량을 집중시키고있었다. 10여년동안이나 죽었던 설비와 장치물들을 보수정비하고 현대적으로 개건한다는것이 쉽지 않았다.

선철은 아버지가 직장 책임기사의 방에 있다는 말을 듣고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책임기사의 방은 2층에 있었다. 계단쪽으로 향하면서 직장장방을 지나치게 되였다. 왜서인지 직장장방문이 조금 열려있었다. 선철이가 그 방문을 지나치는 순간에 안에서 주고받는 말소리들이 들려왔다.

《그 사람이야 비법적인 행위를 하다가 적발되여 보안서의 취급을 받고 쫓겨난 사람이 아닙니까?》 누군가 분하다는듯 소리치고있다.

《됐소, 그만하오.》 좀 립장이 애매하게 여겨지는 그 목소리는 직장장 김명수의 목소리였다.

선철은 가슴이 철렁하여 그 자리에 멈추어섰다. 그는 지금 직장장방에서 아버지에 대한 뒤소리를 하고있다는것을 알아차렸다. 방금전 아버지가 긍지스러웠던 벅찬 감정은 순간에 싸늘하게 식어버리고 신경이 날카롭게 살아올랐다.

(이럴수가 있는가? 아버지는 이런것도 모르고…)

직장장방에서는 말소리가 계속 새여나왔다.

《이건 자존심이 상한단 말입니다. 글쎄 기술자들과 기능공들이 적지 않게 사망하고 빠져나가기도 했지만 주승혁이가 없다고 될 일이 안되겠나요.》

《그는 지배인동지가 우리를 도와주라고 해서 온거요. 그더러 우리끼리 할테니 돌아가시오 할수도 없지 않소.》

《그렇긴 하지만… 감정은 좋지 않습니다.》

선철의 가슴속에 격분이 부글부글 끓었다.

(아, 아버지가 저따위 비난을 들으면서까지 합성직장에 와있을 필요가 뭐란 말인가.)

복도에 어떤 사람이 나타나자 선철은 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그는 2층으로 올라가 책임기사방을 찾아들어갔다. 조용한 방에서 주승혁이가 책상에 마주앉아 지금까지 보관해두었던 기술월보들을 쌓아놓고 한권한권 들여다보고있다가 얼굴을 쳐들었다. 아버지의 수척한 얼굴을 보는 순간 선철은 저도 모르게 눈물이 솟구쳐올랐다. 그는 아버지에게 눈물을 보이기 싫어 창밖을 향해 의자에 앉았다.

《네가 어떻게 나타났느냐?》

《1카바이드직장에 현장치료때문에 나왔댔어요. 어머니가 아버지점심밥을 싸가지고 오는걸 만나 내가 들고왔지요.》

《그래? 내가 이젠 늙긴 늙었는가부다. 이놈의 건망증이 참…》 승혁은 허거픈 웃음을 지었다.

선철은 눈물이 잦아들자 아버지에게 돌아앉으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신경질적으로 들이대였다.

《아버지, 아버지가 꼭 합성직장에 와서 일을 해야 해요?》

《너 갑자기 왜 그러느냐?》

《그만두고 돌아가라요. 사람들이 뒤에서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네가 무슨 기분나쁜 소릴 들은 모양이구나.》

선철은 혼자서 씨근거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이자 직장장방앞을 지나치다가 아버지를 비난하는 소릴 들었어요. 비법적인 행위를 하다가 쫓겨난 사람이 직장에 와서 돌아친다구 자존심이 상한대요. 아버지가 없어도 직장은 얼마든지 살릴수 있다고들 해요. 아버지를 불청객으로 취급한단 말이예요. 정말 분해요. 난 아들로서 참을수 없어요.》

승혁은 담배갑에서 한대를 뽑아들었다. 손이 가늘게 떨리였다.

(뒤에서 날 비난한단 말이지? 이건 정말 기가 막히누나.)

승혁은 대꾸없이 담배를 꺼내물었다. 어쩐지 아들앞에서 부끄럽기도 했다.

《도대체 너절한 직장이예요.》 아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그래도 아버지가 여기서 오래동안 직장장을 했는데.》

이때 누군가 문을 열었다가 급히 닫았다. 승혁은 자신을 다잡고 선철에게 말하였다.

《됐다, 넌 그만 돌아가거라.》

선철은 선선히 일어섰다. 그러나 문을 열고 나가면서 다시 강조했다.

《아버지, 제발 여기 일은 여기 사람들이 알아 하도록 내버려두세요.》

《됐다는데…》 승혁은 시끄럽다는듯 신경질적으로 손을 흔들었다.

아들이 돌아간 후 승혁은 혼자서 담배를 피우며 앉아있다가 기술월보를 캐고들 의욕이 더는 생기지 않아 아들이 두고간 점심밥곽을 옆에 끼고 일어섰다.

사실 정준학지배인의 부탁을 받고 합성직장으로 오면서도 직장사람들을 다시 보기가 면구스러운 감정으로 마음이 괴롭기도 했었다. 하지만 합성생산공정을 다시 살려야 한다는 자각이 너무나 강하여 쉽게 자신을 이겨낼수가 있었다.

기업소에서는 합성직장 개건 1단계로 알데히드생산공정과 초산생산공정을 살리기로 하고 그에 대한 기술의안을 전적으로 주승혁에게 맡겼다. 하여 승혁은 스스럼없는 태도를 꾸미며 책임기사의 방에서 기술적탐구에 몰두하였다. 그러나 뒤에서 자기에 대한 비난이 돌고있다는 소리를 아들에게서 듣게 되자 맥이 풀려버리는것을 느끼였다.

(김명수, 그러니 너도 내가 오는게 달갑지 않다는 소리인가? 이건 정말 모를 일이군.)

김명수는 함흥화학공업대학을 졸업하고 합성직장에서 일하다가 주승혁직장장의 밑에서 책임기사까지 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합성생산공정에서 일한 기간은 4년남짓한 정도였다. 2년은 현장에서 일하였고 2년을 책임기사로 일하다가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 합성생산공정이 완전히 멎어버리였다. 그후 그는 기업소 생산과 교대부기사장으로 소환되였다. 그는 생산과에 소환되게 되였을 때 맞갖지 않게 여기고 주승혁에게 해보았다.

《직장장동지, 왜 날 생산과로 보내는겁니까?》

어느새 합성직장에 정이 든 명수는 자기가 직장에서 밀려나는것처럼 느끼였던것이다.

《내가 보내는게 아니라 기업소에서 뽑아가는거요.》

명수를 보내고싶지 않아 기업소책임일군들과 엇서기도 했던 승혁은 그가 자기를 곡해하는것이 불만스러워 얼굴을 찌프렸다.

《그래도 직장장동지가 못 보내겠다고 하면 그만이 아닙니까.》 명수의 목소리에는 섭섭함이 진하게 어려있었다.

《난 그런걸 할줄 몰라.》 승혁은 진속을 감추고 퉁명스럽게 대꾸하였다.

승혁은 자기를 알아달라고 구구히 설명하는것을 질색하는 사람이였다.

김명수는 감정이 좋지 않아 합성직장을 떠나갔다. 그후 그는 가성소다직장장으로 임명되여 일하였으며 주승혁의 해임후 합성직장에서 일한 경험을 중시하여 합성직장장으로 다시 소환되였던것이다.

주승혁은 지난날을 돌이켜보면서 혹시 그가 자기자신에게 그 어떤 한을 품고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생겼다.

아무리 합성직장이 귀중하다고 해도 남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부득부득 찾아올 필요가 어디 있단 말인가. 아들이 격분하는것도 리해할만 한 일이라고 승혁은 생각하였다.

(자기들이 다 할수 있는데 내가 삐친다는거지. 사실 내가 상관할 명분도 없는거지.)

합성직장을 나선 승혁은 연구소를 향해 터벌터벌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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