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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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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구자
댓글 0건 조회 3,330회 작성일 23-06-0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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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 회)

제 2 장

2

(2)


조선로동당 제2차 대표자회 결정관철을 위한 투쟁속에 새로운 혁명적대고조의 불길이 일어나 전국도처에서 세차게 타번지고있던 1967년이였다.

그해에 18살에 잡히던 주승혁은 기술학교를 졸업하게 되였다. 동창생들중 누구는 공장으로, 누구는 인민군대로, 누구는 전문학교 혹은 교원대학(당시 기술학교졸업생들중 전문학교를 거치지 않고 갈수 있는 대학은 교원대학뿐이였다.)으로 헤여져가게 되였다.

주승혁은 한창 배움의 열망에 불타고있었다. 그는 앞으로 화학공업대학에서 공부하고 비날론공업의 발전을 위해 헌신할것을 꿈꾸고있었다. 하여 승혁은 흥남화학전문학교를 지망하였다.

3월 어느날 아침 승혁은 흥남화학전문학교에 입학시험을 치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다. 승혁의 집이 있는 흥덕구역에서 흥남까지 가려면 시오리정도 걸어야 하였다. 그는 야산중턱을 넘어가는 지름길을 택하였다.

평지로 내려오면서 길옆으로 나지막한 단층집들이 서있었다. 줄당콩 넌출들이 둘러싼 그 집들의 굴뚝으로 아침밥을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여오르고있었다. 좀 외따로 떨어진 집을 지나다가 울바자가에 주저앉아 가쁜숨을 쌔근거리는 녀인을 띠여보게 되였다. 그냥 지나칠수가 없어 가까이 다가가서 어줍어하며 물었다.

《어디 아픈게 아니예요?》

녀인은 고통스러운듯 미간에 잔뜩 주름을 잡고 두눈을 감고있다가 힘겹게 뜨면서 승혁을 올려다보았다. 녀인이 자기의 두손으로 잔뜩 부풀어오른 배를 쓸고있는것을 보고서야 승혁은 그가 임신부임을 깨달았다. 승혁은 왜선지 당황해났고 부끄러움을 느끼였다.

《일없어요. 배가 갑자기…》 녀인은 갑자기 얼굴을 붉히였다. 《어서 가보라요.》

《내가 도울 일이 없겠어요?》 승혁은 저도 모르게 슬슬 뒤걸음쳤다.

《빨리 남편을 찾아야겠는데…》 녀인이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남편이 어디 있어요?》

《비날론공장 1카바이드직장에 있는데…》

1카바이드직장이라는 말에 갑자기 녀인이 누이처럼 생각되였다. 1카바이드직장은 승혁의 어머니가 젊었던 시절부터 몸담고 살아온 일터였다.

화학공장이 비날론공장으로 발전한 후에도 어머니는 여전히 1카바이드직장에서 원료처리공으로 일하였다. 소년시절에 어머니를 찾아 여러번 가보기도 했던 직장, 비록 먼지가 많이 나고 로동자들이 얼굴이 새까맣게 되여 일하는 장소였지만 승혁에게는 저으기 정겹게 느껴지는 직장이였다.

승혁은 녀인에게서 남편의 이름을 알고는 비날론공장을 향해 냅다 달리였다. 녀인의 남편은 1카바이드직장 공정기사였는데 급한 로수리가 제기되여 며칠째 집에 들어오지 못하고있었다. 승혁에게서 안해가 몸이 말째서 울바자가에 주저앉았다는 말을 듣자 공정기사는 깜짝 놀라면서 사색이 되였다.

《이거 야단났구나.》

《빨리 가보라요. 차라리 의사를 데리고 가는게 아니예요?》

공정기사는 문득 의문이 서린 눈으로 유심히 승혁을 보았다.

《그런데 넌 어떻게 우리 집에 가게 되였니?》

《난 지금 흥남화전에 입학시험치러 가는 길이예요. 아저씨네 집곁을 지나다가 아주머니가 쓰러진것을 발견하게 되였어요.》

《그렇게 됐구나. 하여간 고맙다. 빨리 가봐라, 자칫하면 시험치는데 늦겠구나.》

승혁은 뒤돌아서 냅다 달리였다. 땀을 철철 흘리면서 전문학교에 도착하니 이미 시험은 시작되였다. 그는 늦어진 사정을 이야기하고 시험장에 들어갈수 있었다. 마음이 급하고 정신이 안정되지 못하다보니 시험을 잘 칠수가 없었다.

그후 입학시험합격자명단이 공시되였다고 해서 전문학교에 가보니 그의 이름은 없었다. 그는 락선되고말았던것이다. 어깨가 축 처져 집으로 돌아오다가 임신부녀인이 나와 쓰러졌던 그 집앞을 지나치게 되였다. 마침 집밖에 나와 신발장을 만들고있던 세대주가 승혁을 발견하고 무작정 집으로 잡아끌었다. 방안에서는 녀인이 아기를 안고 웃어보이였다. 알고보니 녀인은 바로 그날에 예정일을 앞당겨 팔삭둥이를 낳은것이였다.

《그래 전문학교입학시험은 어떻게 됐나?》 애기아버지가 물었다.

승혁은 한숨을 내쉬였다.

《떨어졌습니다.》

《그거 안됐는걸. 혹시 그날 우리 처때문에 시험에 지장받은게 아닌가?》

《뭐 좀 지각하기는 했는데… 기본은 내가 시험을 잘못 쳤기때문이지요.》

애기어머니가 밥상을 차려들여와서 그 집에서 점심식사를 하게 되였다.

이때부터 승혁은 1카바이드직장 공정기사와 절친한 사이로 되였다. 공정기사는 오래동안 한직장에서 일하다가 년로보장을 받은 승혁의 어머니를 존경하고있었고 합성직장에서 반장으로 일하는 승혁의 형과도 잘 아는 사이였다.

《승혁이, 걱정할게 없어. 우리 비날론공장에 들어오라구. 온 나라의 선망의 대상이지. 공부는 일하면서 하면 되는거야. 공장전문학교, 공장대학체계가 다 있어.》 그는 열을 올리며 승혁에게 말하였다.

그러나 승혁은 입학시험에서 떨어진것으로 인한 락심하고 우울한 감정에서 쉽게 벗어날수가 없었다. 집에서 밥맛을 잃고 끙끙 앓는데 동창생 박춘섭이가 찾아왔다. 박춘섭은 승혁과 함께 화학전문학교시험을 쳤는데 합격되였다. 그는 찌뿌둥한 얼굴로 바라보는 승혁에게 히쭉 웃어보이였다.

《승혁이, 좋은 수가 있어. 리병각이 그치 말이야, 교원대학합격통지서가 나왔거던.》

《리병각에게 교원대학입학통지서가 나온게 나와 무슨 상관이야?》

《글쎄 내 말을 들어보라니까. 병각이가 화학전문학교입학통지서도 받지 않았니.》

《그래서?…》

교원대학을 지망하는 고등기술학교졸업생만은 교원대학외에 다른 전문학교에도 입학시험을 칠수가 있었다. 당시 나날이 늘어나는 교원수요를 충족하려는 목적에서 국가적으로 이런 조치를 취한것이였다. 하여 리병각이라는 동창생은 교원대학에 가서도 입학시험을 치고 화학전문학교에 가서도 입학시험을 쳤는데 결국 다 합격되여 두개의 입학통지서를 받게 되였던것이다.

《병각이는 교원대학에 가겠다는거야. 그러니 화학전문학교입학통지서는 남지 않았니. 네가 그걸 가지고 가서 입학할수도 있다는거야.》 춘섭의 말에 승혁은 피식 웃어버렸다.

《자식, 무슨 망신을 시키지 못해서 그래. 당장에 들장나고말거야.》 승혁은 손을 홰홰 저었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한번 해보자. 난 네가 떨어진게 얼마나 아쉬운지 모르겠다. 함께 공부하면 좋지 않니.》

《됐어, 너나 가서 공부잘해라.》

그러나 배움에 대한 미련을 버릴수가 없었던 주승혁은 리병각이라는 이름으로 된 입학통지서를 가지고 전문학교에 다니게 되였다. 그는 공부를 잘하여 두각을 나타내면 전문학교측에서 혹시나 정식으로 입학시켜주지 않겠는가 하는 희망과 기대를 품고 부끄러운 마음을 달래였다.

전문학교에서 승혁은 리병각으로 불리웠다. 승혁이가 머리를 쳐들지 못하는데 춘섭은 우정 《병각이.》 하고 큰소리로 찾으며 웃어댔다. 승혁은 학교에서 돌아오는 외진 산길에서 춘섭의 목깃을 틀어잡았다.

《너 오늘 날 놀려댔지? 죽어보겠니?》

《아니야, 그저 나도 재미나서 롱을 한번 해본거야. 다 너에게 속아넘어가지 않았니.》

《다시한번 날 병각이라고 부르면 용서 안하겠다.》

승혁은 몸집은 비록 체소했지만 단단했고 록록치 않은 성격으로 중학교시절에 학급사로청초급단체 위원장(당시)을 했다. 부위원장을 하던 춘섭은 늘 승혁에게 지는 처지에 있었다.

《내가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 하지만 학교에선 널 어떻게 부르라니? 승혁이라고 부르면 다 빵나지 않아.》

춘섭의 말에 승혁은 더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저 걷기만 했다.

며칠후부터 승혁은 전문학교에 가지 않았다. 매일 구렝이처럼 온몸과 정신을 둘러감고 조여대는 수치감을 뿌리쳐버릴수도 이겨낼수도 없었던것이다.

승혁은 비날론공장에 입직하였다.

형이 승혁을 데리고 합성직장 구석구석까지 데리고다니면서 구경시키였다. 어려서 아버지를 잃은 승혁은 자기보다 10살이나 웃벌인 형을 무척 어려워하고 그의 말을 아버지의 말처럼 무겁게 받아들이였다.

《비날론공장에선 합성직장이 기본이야. 여기서 비날론공업의 기초물질들인 알데히드와 초산이 나오거던. 그리고 초산비닐도 여기서 합성되는거야. 알겠니?》

형은 마치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처럼 매 공정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었다.

초산비닐합성공정을 돌아볼 때 어느 한 합성탑곁에서 형은 걸음을 멈추었다.

《이 합성탑을 수령님께서 몸소 보아주시였단다.》 형의 목소리는 숭엄하게 젖어 울리였다.

《비날론공장이 조업해서도 우리 직장 합성탑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서 애를 많이 먹었어. 그때 수령님께서 우리 직장을 찾아주시였단다. 비날론공장이 조업한지 몇달이 지난 때였다. 수령님께서는 이렇게 교시하시였단다. 우리는 남들이 걸어보지 못한 길을 걸어가고있다, 그러니 헐치 않을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비날론공업을 성공적으로 발전시켜나갈것이다. 계속하여 그이께서는 비날론공장의 심장부인 합성탑공정을 빠른 시일에 정상화해서 전체 조선인민의 기대에 꼭 보답해야 한다고 하시였단다.

승혁아, 똑똑히 들어라, 수령님께서 우리 직장 합성탑을 두고 비날론공장의 심장부라고 교시하시였다 이거야.》

《형, 나 합성직장에서 일하겠어. 그렇게 제기하겠어.》 승혁은 가슴이 뿌듯해옴을 느끼면서 말하였다.

《잘 생각했다. 우리 형제가 한직장에서 일하면 좋지 뭐.》

이렇게 되여 주승혁은 합성직장에 배치되였다.

그는 합성직장에서 중학교동창생인 최영빈을 만났다. 최영빈은 상급학교진학을 포기하고 먼저 공장에 입직하였던것이다. 영빈은 벌써 열풍기실에서 운전공으로 일하고있었다.

《넌 화전(화학전문학교)에 다닌다더니 왜 그만두었니?》 영빈은 의아하여 물었다.

《사실은 시험에 떨어졌던거야. 그런데 억지를 쓰고 며칠 다녀보았지 뭐.》 승혁은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였다.

《너야 학급에서 공부를 잘하지 않았니.》 영빈은 머리를 기웃거리였다.

《잘하긴… 그저 열성을 좀 부렸던건데…일없어, 난 현장에서 일하면서 대학까지 졸업하겠다. 난 이 합성직장이 마음에 들어. 어때? 여기가 일해볼만 한 곳이지?》

《그렇지 않구. 네가 와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구나.》

승혁과 영빈은 서로 두 손바닥을 마주쳐 찰싹 하는 기분좋은 소리를 냈다. 그리고 하하 웃어댔다.

다음날 그는 뜻밖에도 공장에 찾아오신 어버이수령님을 뵈옵게 되였다. 그날이 1967년 6월이였는데 수령님께서는 당과 정부의 간부들과 함께 합성직장을 돌아보시였던것이다.

그때 주승혁은 2층의 열풍기실에서 기대를 운전하고있는 최영빈을 찾아왔다가 수령님께서 직장을 돌아보시고 나가시는 모습을 유리창(당시는 간막이들이 유리창으로 되여있었다.)너머로 뵈옵게 되였다. 주승혁은 감격이 끓어올라 자신을 걷잡지 못하고 《만세!》 하고 웨치였다. 그의 곁에서 최영빈이 덩달아 만세를 불렀다. 그러나 그들의 만세소리는 기대의 소음에 눌리워버렸고 수령님께서는 간막이너머에서 두 청년이 격동되여 우러르며 만세를 부른다는것을 알지 못하신채 건물밖으로 나가시였다.

그것만으로도 주승혁은 마치 바라던 소원을 이룬것처럼 환희에 휩싸였다. (내가 수령님을 다 뵈옵게 되다니…) 비록 먼발치에서 뵈옵기는 했으나 그는 큰 행운을 받아안은것만 같은 심정이였다.

소학교에 다니던 1961년 5월 비날론공장의 준공을 경축하는 대회가 함흥시에서 진행되였을 때 수령님의 모습을 뵈옵자고 함흥까지 걸어갔던 기억이 생생하였다. 그러나 행사가 이미 시작되였고 그는 아직 소년이라는것으로 하여 행사장에 들어갈수가 없었다. 그때의 아쉬움이 다 풀리는것만 같았다. 그리고 수령님께서 중시하시고 계속 찾아주시는 일터, 비날론공업의 심장부인 합성직장에서 일하는 긍지와 자부심이 불물처럼 뜨겁게 가슴에 소용돌이침을 느끼였다. 그 당시에 그는 수령님께서 그후 수십년세월 끊임없이 비날론공장을 찾아주시게 되리라는것을, 하여 자신도 그이를 맞이하는 종업원들의 환영대렬속에 섞여 몇번이나 몸가까이에서 뵈옵게 되리라는것을 알수 없었다. 그저 수령님의 모습을 처음으로 뵈온 감격이 형언할수 없을 정도로 그를 격동시키였다.

《오늘로 내 일생은 결정되였어. 난 일생 합성직장에서 일하겠다.》

주승혁은 최영빈에게 말하였다. 《어떤 유명짜한 철학가가 자기 직업을 좋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는데 난 그에 반기를 들겠단 말이야. 넌 어때?》

《나도 너와 함께 여기서 한생을 바치겠다.》

승혁은 그날로 공장전문학교에 달려가 당장 편입시험을 치게 해달라고 교장에게 졸랐다. 공부를 잘하여 비날론공장을 발전시키는 훌륭한 기술자가 되겠다고 열렬하게 들이대는 승혁을 대견스레 바라보던 교장은 시험을 쳐서 합격되면 편입시키겠다고 머리를 끄덕이였다. 하여 승혁은 편입시험을 치게 되였다. 직장에서 맡겨진 일을 하면서 1주일동안에 5개 과목을 시험쳤는데 다 통과되였다. 특별히 성적이 높기도 하고 그가 끈질기게 요구하기도 하여 단번에 2학년에 편입하게 되였다. 그만큼 그의 욕망은 단숨에 큰 산을 허물어뜨릴것만 같이 맹렬하게 솟구쳤다.

승혁은 공장전문학교를 성과적으로 마치였고 즉시에 공장대학에 입학하여 공부하여 유기합성공학기사자격을 받았다.

1980년대 초엽 성에서 합성직장 공정기사로 일하는 그를 소환하려고 한 일군이 내려와서 담화를 하였는데 그는 거절하였다.

《난 합성직장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일생을 여기서 일할 결심입니다.》

그의 말을 듣고 머리를 끄덕이던 성의 일군이 물었다.

《박춘섭이라고 동창생이요?》

《예, 기술학교를 함께 다녔습니다.》

승혁은 박춘섭이 화학공업대학까지 졸업하고 어느 한 화학공장에서 일하다가 성에 소환되였다는것을 알고있었다.

《춘섭동무가 승혁동무에 대한 말을 하더구만.》

《그렇습니까. 우린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춘섭동무에게 내 인사를 전해주십시오.》

주승혁은 합성직장에 일생을 바치려고 하였지만 운명은 고약하게 그를 희롱하는것만 같았다. 그는 공정기사, 책임기사를 거쳐 직장장까지 되였지만 과오를 범하고 해임되여 합성직장을 떠나지 않으면 안되게 되였던것이다. 하지만 운명은 다시금 그를 합성직장으로 불렀다…


주승혁은 합성직장 알데히드생산공정건물앞에 서있었다.

수령님께서 1961년 5월 6일 비날론공장의 준공테프를 끊으시였다는 글발이 씌여진 표식비가 거기에 세워져있다.

가을바람이 선들선들 불어오고있었다. 생산건물앞에 심은 두그루의 수삼나무가 바람을 맞아 우수수 설레이였다. 이 두그루의 수삼나무를 심던 일이 눈앞에 삼삼하였다. 승혁은 직장장으로 임명되여 직장건물주변에 여러가지 꽃나무들을 많이 심어 풍치를 아름답게 하는 사업을 벌렸다. 알데히드생산건물로 들어오는 도로입구에는 직접 수삼나무를 구해들여 심었다. 백양나무를 심자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수령님께서 몸소 저택에서 심어 가꾸시여 온 나라에 대대적으로 번식시키도록 하신 수삼나무를 심고싶었다. 승혁이가 자기의 키만 한 애어린 나무모를 심는데 제대군인출신으로 대학공부를 하고 3대혁명소조생활까지 마치고 갓 직장에 입직한 김명수가 그를 방조하였다.

《직장장동지, 수삼나무가 꽤 살아날가요?》 명수는 나무에 물을 주면서 머리를 기웃거리였다.

《내가 왜 수삼나무 두그루를 여기에 심는지 아오? 직장을 지키는 파수병이 되라는거요.》 승혁은 롱조로 말하면서 크게 웃었다. 《파수병이 꺼꾸러져서야 안되지, 응?》

《나무가 파수병이 된다구요? 허허… 직장장동진 재미있는 말을 곧잘하시는구만요.》 명수도 웃었다.

그렇게 나무를 심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지금은 거목으로 자랐다. 두그루의 수삼나무는 승혁의 말마따나 이제야말로 생산건물을 지켜선 파수병마냥 미끈하게, 우아하게 서있었다.

그런데 벌써 10여년전에 생산공정은 죽어버리고말았다. 그래 파수병들이 무엇을 지킨단 말인가.

수삼나무들은 더욱더 세차게 설레이였다. 바늘같은 나무잎새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져내렸다. 승혁에게는 나무들의 설레임소리가 마치 숨죽은 합성직장을 다시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소리처럼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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