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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6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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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구자
댓글 0건 조회 2,841회 작성일 23-08-0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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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6 회)

제 6 장

2

(1)


초산비닐생산공정을 돌릴수 있는 준비가 거의나 갖추어진 이해 11월말에 이르러 증기직장의 보이라능력문제는 더욱더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였다. 기업소의 모든 생산공정의 수요를 넉넉히 보장할수 있는 능력이 큰 보이라가 아직 개건공사에 들어가지 못한 상태인지라 1년안에 비날론을 뽑아낸다는것은 불가능한것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되였다.

이러한 때 자동화과장 강영식이 안타까운 심정을 이길수가 없어 지금 있는 보이라능력으로도 될수 있지 않겠느냐, 련속공정으로 생산하려 하지 말고 한공정씩 돌리는 방법으로 해보자, 어떻게 하나 방도를 찾아야 할게 아니냐고 일군들의 총화시간에 말하였는데 이것이 발단이 되여 관계부문 일군들의 협의회가 기술발전과사무실에서 진행되게 되였다.

기술발전과장, 기술과장, 자동화과장, 동력과장, 열관리과장, 증기직장의 직장장과 책임기사, 증기직장 담당설계원들, 합성직장장을 비롯한 여러 일군들과 함께 초산비닐생산공정시운전을 책임진 주승혁이 참가하였다.

주로 증기직장의 능력과 초산비닐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증기압의 차이를 줄여보자는 론의가 벌어졌다.

협의회를 주관하는 기술발전과장 김경인은 중키에 마른명태마냥 버쩍 말랐는데 살이 없는만큼 동작이 가볍고 활동이 재빠른 사람이였다. 또한 머리가 잘 돈다든지, 전개력이 있다든지, 열정이 높다든지 하는 그가 소유한 많은 재능중에서 무엇보다 손꼽지 않을수 없는것은 유모아감각이 뛰여나다는것이다.

《오늘 협의회는 누구를 죽이고 살리는 재판마당은 아니니 몽둥이는 특별히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더운물은 충분히 준비해놓았으니 요구되는분들은 얼마든지 마실수 있습니다. 오손도손하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론의를 해봅시다.》

근시안경을 낀 갱핏한 얼굴에 웃음을 함뿍 실은 김경인이 이렇게 서두를 떼자 모두들 우선우선하게 따라웃었다. 그러나 론의가 벌어질수록 웃음은 거의나 좌중에서 사라져버리고 대신 짜증섞인 눈길들이 오가고 신경질적인 목소리들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증기직장의 일군들은 현존보이라들의 능력으로 최고 얼마까지 압과 증기량을 낼수 있다고 했고 합성직장장 김명수는 그만한 수자로는 초산비닐합성공정을 돌릴수가 없다고 반박하였다.

김경인이 기술과장더러 빨리 원단위실에 가서 초산비닐생산이 한창 활성화되던 시기의 10년간 원단위소비실적을 뽑아보라고 부탁하자 명수가 불만스럽게 말하였다.

《아니, 과장동무는 내 말이 믿어지지 않아서 그러는거요?》

경인은 대학을 졸업하고 합성직장에서 공정기사로 일정한 기간 사업한 경력이 있기때문에 초산비닐생산물계를 잘 알고있을것이였다.

《난 내 기억력을 잘 믿지 않수다. 좋은 머리보다 얼떨떨한 문서가 낫다는데 다른 사람들이 다 알수 있게 수자를 정확히 밝혀보자는겁니다.》 하고 경인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기술과장이 방에서 나가자 강영식이 김명수를 마뜩지 않은 눈길로 쏘아본다,

《그러니 합성직장장은 하자는거요, 말자는거요?》

《아니, 왜 나보고 해보는겁니까? 내가 하지 말자고 했는가요? 어쨌든 생산공정을 돌리고 화학반응이 진행되자면 그만한 압과 증기량이 보장되여야 한다는것은 공식이 아닌가요.》

《참, 답답하구만.》

《나도 답답합니다.》

협의회참가자들은 저마끔 담배를 피워물고 연기를 내뿜었다.

《자, 물들을 마시면서 가슴들을 식힙시다.》

김경인은 사무실의 기술준비원처녀에게 보온병에서 더운물을 한고뿌씩 참가자들에게 따라주라고 지시한다.

《속이 타는데 더운물을 주면 어떻게 하라는건가.》 명수는 이렇게 두덜거리면서도 입김을 불면서 물 한고뿌를 다 마시였다.

주승혁은 말없이 생각에 잠겨있었다. 무슨 신통한 안이 나오겠는가를 기다려보았으나 그저 탄식소리뿐이다. 강영식이 어떻게 하나 해야한다고 주장하였기에 무슨 방도를 가지고있지 않겠는가고 은근히 기대도 하였는데 사실 영식은 증기직장이나 합성직장의 기술적문제에 대한 파악도 깊지 못한것이다. 승혁은 자기가 지금껏 사색해온 안을 내놓을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때 기술과장이 들어와서 사업일지에 써온 초산비닐생산실적을 읽었다. 명수의 말이 틀린데가 없었다. 수자들은 보이라능력을 새로 더 조성하지 않고서는 초산비닐생산이 불가능하다는것을 말해주고있었다.

《이거야 화가 나서 견디겠나. 전탕 안되겠다는 말뿐이군.》 강영식이 벌떡 일어섰다. 《나같은 자동화쟁이가 공정쟁이들의 협의회에 참가한것부터가 잘못이지.》

실무적으로 따지면 영식은 이 협의회참가대상이 아니였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드높은 열정과 지향으로 이 협의회를 발기하였던것이다. 영식이 실망하여 나가자고 하는데 곁에 앉았던 주승혁이가 그의 팔을 잡았다.

《좀 앉아있소. 끝을 봐야 할게 아니요.》

《그래? 참 아직 주승혁동무의 말을 듣지 못했지.》

영식이 행여나 하는 기대의 눈길로 승혁을 보며 의자에 앉았다.

《이자 기술과장동무가 뽑아낸 초산비닐생산공정실적표는 생산을 만부하로 걸었을 때의 통계자료입니다.》 하고 승혁은 말을 시작하였다. 《그러니 지금상태로서는 좀 여유가 있다고 봐야 할것입니다. 그리고 초산비닐생산공정을 보수정비하면서 현대적인 기술을 받아들여 개조도 했다는것을 념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러니 주아바이는 될수 있다는겁니까?》 김경인의 근시안경속의 두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할수 있소.》

김명수의 얼굴에 대뜸 불만기가 어리였다.

《아니, 어떻게 한다는겁니까? 아무튼간에 증기량이 10여톤이나 모자라지 않습니까. 이게 욕망만 가지고 될 일인가 말입니다.》

《직장장동문 좀 가만있소.》 승혁이가 거칠게 말하였다.

이즈음에 와서는 명수의 그 어떤 말이라도 승혁에게서 감정적인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고있었다.

(또 무슨 주인타령을 할것이다.)

아닐세라 명수가 참지 못하고 욱 소리지르는데 바로 승혁이 짐작한대로였다.

《왜 가만있으라는거요? 초산비닐생산공정을 돌리는 사람은 우리들이란 말입니다. 물론 애써 보수정비해놓은 생산공정들을 못쓰게 만들자는거야 아니겠지요?》

《자자, 어디 주승혁동지의 말을 더 들어보기요.》 경인이 명수를 제지시키였다.

《걱정하지들 마시오. 내가 다 생각해봤소. 내가 해낼수 있습니다. 그러자면 증기직장에서 나에게 담보를 주어야 하오.》

승혁의 말에 증기직장 책임기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떤 담보가 필요합니까?》

《초산비닐합성공정에 최소 9기압정도의 증기를 보내주어야 하오.》

《그건 할수 있습니다.》

《다음… 증기압이 낮은 조건에서 대신 200도이상의 과열증기를 생산해달라는거요. 과열증기를 생산하면 증기압력을 올리지 않아도 증기의 온도를 올릴수 있다고 봅니다.》

《200도이상의 과열증기를…》

아직 나이가 젊은 책임기사의 눈이 휘둥그래지더니 두릿두릿 증기직장장을 보고 설계일군들을 보았다.

《그건 좀 곤난한데요. 자신이 없습니다.》 책임기사가 말하였다.

《과열도를 올리기 위한 기술적개조를 하면 될게 아니요.》 승혁이가 불만스러운듯 얼굴을 찌프렸다.

열관리과장과 증기직장 일군들, 설계원들이 이것저것 토의를 한 끝에 증기직장장이 말하였다.

《보이라에 과열기를 설치하면 될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나 과열증기 200도를 보장하겠습니다. 비날론의 운명이 보이라에 걸렸는데 이제야 죽든살든 해볼판이지.》

이때 김명수가 시푸녕스러운 낯색을 하고 질문을 던지였다.

《아니, 9기압에 200도의 과열증기를 가지고 초산비닐을 합성해낼수 있겠나요? 온도는 보장한다쳐도 모자라는 증기량은 어떻게 합니까. 지난 기간 운전해본 경험과 소비실적이 있는데…》

김경인도 머리를 기웃거리였다.

《정말 될수 있겠습니까?》 김경인은 이렇게 의문을 표시했다가 인차 뒤를 달았다. 《물론 주아바이가 게도 구럭도 다 놓치게 할 사람은 아니라는걸 인정합니다만…》

승혁이가 공정을 현대적기술로 개조한 유리한 조건에서 거기서 나오는 2차증기를 모조리 회수리용할수 있다고 하면서 방안을 내놓았다. 그리고 덧붙이였다.

《할수 있습니다.》

김경인이며 강영식의 얼굴에 웃음이 피여났다.

《내 오늘 주동무에게서 시원한 대답을 들어 기분이 좋소. 주동무가 된다는데야 믿어야지.》 영식이 말하였다.

《그러니 우린 그저 주승혁동지를 믿고 따라갈수밖에 다른 방도는 없다는거군요.》 하고 말하는 김경인의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져있었다. 그것은 합성생산공정의 가장 유능한 기사이고 기능공이고 책임감도 높은 주승혁을 믿고 계속 전진한다는것이였다. 그는 이전에 주승혁의 밑에서 기사를 했으므로 승혁을 잘 알고있었다.

《그러니 과장동무는 제 견해가 없다는거요?》 누군가 경인에게 따지고들었다.

《왜 견해가 없겠소. 우린 70프로만 승산이 보이면 적극 지지합니다. 옴니암니 따지느라면 세월이 다 갑니다.

권투선수가 코피를 흘릴가봐 겁이 나도 경기장에 나가지 않을수 없듯이 우리도 피를 볼 각오를 하고 한번 해봐야지요. 코피를 흘리게 되겠는지 상대방을 꺼꾸러뜨리게 되겠는지 그건 붙어봐야 알지요. 또 한번 코피를 흘리게 되면 심각한 교훈을 찾고 준비를 잘해서 또 출전해야지요.》

김경인의 말에 협의회참가자들은 껄껄 웃어댔다.

《아무리 둘러봐야 여기에 코피를 볼 사람은 나밖에 없을것 같구만.》 김명수가 낯을 찡그렸다.

《합성직장장동무가 코피를 흘리면 모두 달라붙어 닦아줍시다. 영양보충도 시키고요.》 다른 사람들은 아무리 심각해지더라도 시종 웃음을 유지해온 김경인은 마지막까지 웃으면서 협의회를 이끌어갔다.

《그럼 오늘 협의회진행정형을 기사장, 지배인동지들에게 보고하고 결론을 받아봅시다.》

메사한감을 느낀 명수가 우뚤거리며 방을 나가는데 김경인이 멈춰세운다.

《합성직장장동무, 왜 그리 급해하오? 내 동무한테 줄게 있는데…》

《나한테 뭘 줄게 있소?》 명수의 목소리는 저으기 퉁명스러웠다.

《내게 어제 도일보가 있소. 당신을 칭찬하는 글이 실렸던데, 그래서 동무에게 주려고 내 건사했소.》 김경인이 도일보를 들고 흔들었다.

《과장동무가 두고두고 보면서 불굴의 정신력이 어떤것인지 잘 배우기나 하오.》 명수는 홱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시무룩이 웃으며 걸어갔다.

이상하게 허전한 심정으로 걷노라니 얼마전 최성복의 문제로 자기를 질책하던 승혁의 목소리가 다시금 귀전에 울려왔다.

(젠장, 그 령감의 말이 지독하게도 내 머리속에서 떠나지를 않는구나. 이번에도 난 또 한번 그 령감에게 꺾인셈이다. 무엇때문인가. 기술은 확실히 그에게 따라가지 못한다. 그외에 또 무엇이 있는가? 그의 말마따나 정녕 나는 순결치 못한것일가. 그때문에 나는 그와 충돌하는것일가? 좌우간 그 령감이 간단치 않은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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