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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5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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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구자
댓글 0건 조회 2,889회 작성일 23-07-2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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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3 회)

제 5 장

2

(2)


어느날 박건일은 1카바이드직장 로보수가 긴급제기되면서 기업소의 조치로 며칠간 1카바이드직장 수리작업반에 동원되게 되였다. 한사람의 고급기능공이 빠지자 용접작업의 속도가 떨어지는것이 눈에 띄게 알리였다. 작업반에 용접기능이 높은 사람은 김준선과 박건일, 김성철이였고 원동식을 비롯하여 몇사람이 겨우 뒤따르는 정도였다.

그날 밤 총화시간에 김준선은 작업반의 모든 성원들이 용접을 배워야겠다고 말하였다.

《용접을 배우는 시간은 따로 없소. 휴식시간에도 하고 집에 가서도 손놀림을 숙련시키시오. 내가 매일 그 수준을 검열하겠소. 모두가 기능이 높은 용접공이 되는가마는가 하는데 우리 작업반의 실적이 좌우될거요.》

리정삼은 밤중에 퇴근하여 밥술을 놓자마자 어디서 붓대를 찾아쥐고 물을 찍어 내리긋고 가로긋는 훈련을 하였다. 그는 자기가 평상시에 용접기능을 높이려고 노력을 하지 않았던것을 후회하였다.

(반장이 옳은 제기를 했다. 헛되게 보낸 시간을 이제라도 봉창하자.)

그는 얼마전에 주승혁에게 잠을 잘자는것이 건강을 보존하는데서 제일 중요하다고 준 그 충고가 자기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듯 끈지게 손놀림훈련을 하였다. 정삼의 안해 안지향은 여느때같으면 밥술을 놓자마자 피곤에 못이겨 노그라지던 남편이 갑자기 어린애들처럼 붓대를 쥐고 자꾸 《장난질》하는것을 보고 놀랐다.

《당신 어떻게 된 일이예요?》

《작업반모두가 용접기능을 높이자고 반장이 말했소. 아직 내 용접기능은 반장이나 건일동지처럼 높지 못하오. 그래 훈련을 하는거요.》

안지향은 가슴이 찌르르해져서 남편의 퍼그나 살이 깎인 얼굴을 애처로운 애를 보듯이 바라보았다.

(몸보신을 좀 해주어야겠는데.…)

지항은 어진 남편을 괴롭혔던 지난날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남편을 받들어주고있었다. 아니, 그보다도 비날론공장을 다시 일떠세우는데 저절로 성수가 난다. 남편의 사기도 높고 이전의 일터에 다시 서고싶은 욕망이 굴뚝처럼 치밀기도 한다. 지향이 잠든 아이를 다독거리면서 생각에 잠겨있는데 마당에서 개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삼이가 갑자기 긴장하여 밖의 동정에 귀를 기울이다가 물었다.

《〈달구〉에게 밥을 먹였소?》

마당에서 짖는 개는 2년전인가 준선이가 몸보신을 하라면서 끌어다주었던 그 개였다. 정삼이네 집에서는 아직도 그 개를 기르고있었다.

개는 참으로 령리하고 사람을 잘 따랐다. 그런 개를 마치도 애물을 처리하는것처럼 꾸미면서 넘겨준 반장의 웅심깊은 처사는 생각할수록 가슴이 뭉클해지게 하는것이였다. 반장의 성의가 깃든 짐승이여서인지 별스레 정이 가고 관심을 두게 된다. 지금 정삼은 혹시 안해가 개에게 먹이를 주지 않아 짖는것이 아닌가 의심하는것이였다.

《배가 터지도록 먹었어요.》 안지향은 입을 삐쭉하면서 말하였다.

그제야 정삼은 다시 안심한듯 붓을 틀어잡고 손놀림훈련을 한다.

지향은 이왕 말이 나온김에 다시금 청을 들이대리라 작정하였다.

《이젠 저 개를 잡을 때가 되지 않았어요? 당신 몸이 축가는걸 더 보지 못하겠어요.》

《내 몸이 언제 살쪄본적이 있었다고… 아직 견딜만 하니 개를 좀 더 키우기요.》

머리를 흔드는 정삼이를 보면서 지향은 속으로 앓았다.

(참, 철수 아버진 무슨 생각을 하는것일가. 속이 상하는건 그저 우리 녀자들뿐이라니까. 남자들이야 제 밸대로 하면 그만일테지만 우리야 어디 그런가. 흥)

《여보, 당신생각엔 우리 작업반이 사회주의경쟁에서 다 1등을 할것 같소?》 정삼이가 자기 세계에 빠져 손놀림훈련을 하다가 묻는 말이였다.

《글쎄요. 다른 사람들도 다 각오가 높고 기능들도 보통이 아닌데 어떻게 되겠는지.》

《꼭 이겨야 평양견학을 가겠는데… 가족들도 다같이 평양견학을 가면 얼마나 좋겠소.》

《당신과 함께 평양의 거리를 보란듯이 활개쳐보는 날이 과연 올가요?》

《기를 쓰고 일을 잘해야지. 승혁아바이는 지금이 모든 사람들의 충정의 열도가 어느 정도인지 검토받는 시기라고 말했소.》

정삼의 입에서 승혁의 말이 나오자 지향은 그와 그의 안해 백영희에게서 교양을 받던 일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고마운 이웃들이였다. 남편이 오늘처럼 혁신자가 되기까지엔 승혁아바이가 들인 공도 적다고 할수 없을것이다. 승혁아바이가 충정의 열도를 검토받는 시기라고 했으면 당연히 그럴것이다.

《옳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지향은 무작정 맞장구를 쳐댔다.

정삼은 지향에게 더 응대하지 못하고 머리방아를 찧다가 끝내 붓을 손에서 놓고 잠자리에 쓰러지고말았다. 지향은 아무렇게나 쓰러진 정삼의 머리에 살뜰히 베개를 고여주고 이불을 덮어주고나서 애정이 넘쳐흐르는 눈으로 한참이나 그를 내려다보았다.

다음날 준선은 작업의 휴식시간에 용접기능시험을 쳤다. 잘못된 점을 가르쳐주고 기능이 오른 사람들은 칭찬하였다.

《리정삼동무가 확실히 괜찮아졌소.》

정삼은 앞으로 꼭 반장을 따라앞서고야말리라고 속다짐하였다.

50대중반나이의 강희선은 떨리는 손으로 용접을 하였지만 잘되지 않았다. 희선은 쑥스러워하며 헤식은 웃음을 지었다.

《반장, 이젠 늙어서 안되는구만.》

《그래도 해보겠다고 접어들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정신을 평가하겠소. 동무들, 희선아바이까지 해보겠다는데 젊은 사람들이 각성을 높여야겠소. 그런데 희선아바이는 용접을 그만두시오. 아바이, 젊었을적엔 뭘했소? 답답하구만.》

《나도 지금 후회가 막심하다니까.》

《됐소. 희선아바이는 전적으로 산소병을 나르는 작업을 맡아해야겠소. 총탄만 떨구지 말고 보장해주시우. 쏘는건 우리가 백발백중으로 명중시킬테니까.》

《알겠소. 내 총탄은 어김없이 보장하리다.》 강희선은 사기가 올라 젊은이처럼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이렇게 날이 흘러갔다.

하루는 정삼이가 출근길에서 원동식을 만났는데 그는 얼굴이 온통 땀투성이였다. 원동식은 안경을 벗어들고 입김을 한번 후 불고 옷자락에 문지르더니 다시 꼈다.

《무슨 일이 있었소?》

《그래, 일이 있었소. 새벽에 처가 금시 아이를 낳으려는것처럼 급해하더구만. 그래 의사를 데리고오니 당장 입원해야 한다는게 아니요. 급해맞아 처를 병원에 데려다주었소. 지금 입원시키고 막 달려오는 길이요. 에, 잠만 밑졌는걸.》

잠만 밑졌다고 투덜거리는 원동식의 순박한 얼굴에는 웃음이 벙실거리고있었다.

《그럼 처를 지키고있어야 하지 않아. 남편이 곁에 있어야 녀자가 마음놓고 애를 낳는단 말이야.》

정삼이 경험자처럼 하는 말에 동식의 얼굴에 금시 근심이 어리였다. 안경속의 두눈이 갑자기 커진것처럼 보인다.

《그게 정말이요? 그러니 이거 야단났는데…》

동식은 잠시후에 머리를 흔들었다.

《에이, 제대로 낳겠지뭐. 아무래도 작업에서 떨어질수야 없지 않아. 지금 기능공 한사람 한사람이 다 두몫, 세몫씩 일하는데 내가 빠지면 안되지.》

정삼은 동식의 말을 긍정하였다.

《그 말이 옳아. 우리 의사들을 믿자구, 그들이 어련히 동무 애를 잘 받아주지 않을라구.》

그런데 동식은 오후부터 눈에 띄게 불안해하였다. 준선이가 동식이가 용접을 서툴게 한것을 발견하고 욕을 하였다.

《동식이, 뭘 생각하는거야?》

《예, 그저 좀…》

《솔직히 말해. 무슨 고민거리가 있나?》

《저… 처가 오늘 해산을 한다기에… 자꾸 거기에 신경이 씌여지는 통에…》

《그걸 왜 이제야 말하는거야?》 준선은 성이 난 목소리로 말하였다.

《어서 병원에 가보오. 내가 미처 관심을 돌리지 못했소.》

《일없습니다. 내가 작업에 빠지면 작업반일에 지장을 줄게 아닙니까. 건일동지도 없는데… 일을 다 끝내고 가보겠습니다.》

《일은 끝이 없소. 몇년동안 벼르던 애요?》

《그럼 가보고 오겠습니다.》 동식이가 금시 사기가 올라 웨치듯 말하였다.

《아들이면 다시 오고 딸이면 오지도 마오.》 준선은 롱을 하였다.

정삼은 부리나케 자전거에 올라타서 바람처럼 내달리는 동식을 보면서 웃음을 머금었다. 그리고 그는 준선의 인정깊은 처사에 감탄하였다.

(역시 우리 반장은 난 사람이야.)

준선은 한창 작업에 열중하고있는 작업반원들에게 말하였다.

《우리 동식동무가 오늘 드디여 아버지가 된다누만. 그래서 내 그 동무를 병원에 보냈소. 우리 새로 태여나는 작업반의 아들을 위해 더 힘을 내여 일하자구.》

정삼은 자기 자식이 태여나기라도 하는것처럼 기뻐하는 반원들을 보면서 가슴뭉클해지는 정을 느끼였고 저도 모르게 힘이 북받쳐서 용접을 하였다.

동식은 두시간후에 자전거를 타고 달려왔다.

《그래, 해산했소?》 준선이가 물었다.

《예, 그런데 딸입니다.》

《딸이면 오지 말라는데 왜 왔소?》 준선은 껄껄 웃었다.

《딸이면 딸… 뭐랍니까. 처는 딸이 더 좋다는데요 뭐.》

《하긴 나도 딸뿐인데 처는 딸이 좋다더군. 녀자들은 다 딸을 좋아하는것 같소.》

그리고 준선은 반원들에게 큰소리로 말하였다.

《자 동무들, 딸아버지가 된 원동식동무를 축하해주기요.》

김성철이 동식을 안고 한바퀴 돌리였다. 강희선이 주변의 덤불속에서 쑥 한잎사귀를 뜯어 내밀었다.

《꽃이라고 생각하고 받게나.》

《고맙습니다.》

동식은 짐짓 황송스럽게 쑥을 받아들고 냄새를 들이켰다. 그리고 그는 안경을 벗고 슬그머니 눈물을 닦는것이였다.

이때 1카바이드직장 수리작업반에 동원되였던 박건일이 돌아왔다.

《내 1카바이드직장 수리작업반을 추켜세우고 왔소.》 하고 그는 롱을 하였다.

《야, 박동무가 얼마나 생각나던지…》 김준선은 건일의 손을 꽉 잡았다.

《나도 작업반이 그리웠소.》

언제나 건일을 시까슬러주고싶어 입술이 근질거리는 김성철이 참지 못하고 퉁을 준다.

《난 이 친구가 그립다는 그 말만은 믿지 못하겠구만. 하하.》

건일이 위협하듯 주먹을 쳐들자 모두들 배를 그러안고 웃어대였다.

김송희가 염소젖이 든 수지통과 간식이 든 꾸레미를 량손에 들고 부리나케 걸음을 다그쳐왔다.

《우리 송희가 때마춰 오는군. 좀 휴식하기요.》 김준선이 담배를 붙여물며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어느새 사회주의경쟁의 한주기인 보름이 흘러가고 경쟁총화의 날이 왔다. 저녁시간에 종업원들이 가소제직장앞의 공지에 모였다.

주석단에는 지배인, 책임비서, 중앙지도소조책임자, 직맹위원장이 나왔다. 그앞에는 경쟁상품들이 가득 쌓여져있었다.

각 부문별로 렬을 맞추어앉은 종업원들은 저들끼리 수군덕거리고 웃기도 하고 혹은 묵묵히 생각에 잠겨있기도 하였다.

기업소 직맹위원장이 경쟁순위를 발표하였다.

정삼은 그 누구보다도 긴장하여 자기들의 성적이 어떻게 평가되겠는가를 기다리고있었다. 호기심으로 김준선의 얼굴을 쳐다보니 그도 긴장되여 미간의 주름살이 쐐기모양으로 찌프러져있었다. 정삼은 준선이 기울인 수고가 되새겨지면서 자기네 반장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1등이 차례지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저앞에 쌓여져있는 상품들을 받는가, 못 받는가가 문제가 아니였다. 작업반성원들이 다진 맹세가 어떻게 관철되겠는지가 이제 결정지어지는것이였다. 첫시작이 중요하다.

생산부문, 건설부문이 발표되고 마침내 보수부문차례가 되였는데 정삼은 긴장해서 가슴이 졸아드는것만 같았다.

《보수부문 1등에 2카바이드직장 수리작업반…》

열렬한 박수소리가 터져오르는데 정삼은 자기의 눈굽이 뜨겁게 젖어드는것을 느끼였다.

그때 그는 주승혁의 말이 다시금 상기되였다.

정삼은 지금 자기의 아니, 자기 작업반원들모두의 충정의 열도가 남들보다 높다고 당당하게 말할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앞설수 있을것인지는 두고봐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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