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7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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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5 회)
제 6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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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위원회의 조치에 따라 기업소예술소조원들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예술소조원들은 작업현장들을 돌며 예술선동활동을 벌리였다. 생산부문, 건설부문, 보수부문을 가림없이 다니며 벌리는 그들의 예술선동활동은 종업원들의 기세를 더욱더 높여주었다. 김송희는 예술소조원들속에서 두드러지는 존재였다.
그날 저녁 예술소조원들은 중합직장에 가서 선동활동을 벌리였다.
중합직장에서 설비와 장치물들의 가동정확성여부를 재삼 확인하던 보수공들, 기술기능학습을 진행하던 운전공들, 콤퓨터화조작을 끝내고 운전공들에게 콤퓨터조종을 가르치던 콤퓨터운영원들이 예술소조원들의 공연을 보았다. 김송희는 풍부한 감정을 담아 노래를 부르면서도 그 많은 사람들속에서 최성복의 모습을 인차 발견해냈고 그가 자기를 주시하고있음을 느끼였다. 모르는척 하고 노래를 부르다가 보면 그의 눈길과 부딪치군 하였다. 그때면 왜선지 성복이가 자기를 사랑하는것만 같이 여겨지면서 기쁨을 느끼게 되였다. 그러다가는 성복에 대한 괘씸한 생각이 불쑥 떠오르고 (흥, 내가 싫다면서 보기는 왜 본담.) 하고 얼굴에 서리발을 세운다. 예술소조원들이 공연을 마치고 떠나려는데 성복이가 다가왔다. 우정 못 본척 동무들과 말하는데 《송희》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가슴이 후둑 뛰였으나 못 들은척 계속 말하니 또 불렀다. 마지못한것처럼 돌아섰다. 성복은 무뚝뚝한 얼굴로 송희를 보더니 쪽지편지를 주고는 돌아서 가버렸다.
《뭐야?》 예술소조의 동무가 호기심이 동하여 묻는데 《응, 아무것도 아니야,》 하고 건성 대답해버렸다.
어두워서 쪽지편지를 볼수 없는것이 안타까왔다. 그렇다고 그 편지를 읽겠다고 갑자기 불빛이 있는데를 찾아갈수도 없었다. 예술소조원들이 대렬을 짓고 움직였기때문이였다.
(무슨 편지일가?)
가슴이 몹시도 두근거리였다. 더 인내성을 발휘할수가 없었다. 대렬속에서 걸어가다가 불빛이 흐르는 건물속에 뛰여들어갔다. 쪽지편지를 펼치니 성복이 또박또박 쓴 글자가 두눈을 지지는것만 같았다.
《오늘 퇴근할 때 함께 가자. 할말이 있어.》
그가 무슨 할말이 있는지는 알수 없으나 어쨌든 마음은 들뜬다. 희망이 영 사라지지는 않았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성복동지와 함께 걷는 기회가 찾아오는구나. 어떻게 된 일일가? 얼마전까지는 날 쓴외 보듯 하지 않았던가. 머리가 기웃거려지기는 하지만 가슴은 마냥 설레인다.
송희는 정말 바빴다. 예술소조활동을 끝내고는 수리작업반으로 달려가 반원들을 도와주었다. 하루일을 끝내고 작업반원들이 퇴근한 밤 12시 그는 최성복을 찾아갔다. 최성복은 자동화과에서 숙식하고있었다. 자동화과의 콤퓨터기술자들은 집에 들어가지 않고 생산공정들의 콤퓨터화를 다 실현하기 위한 전투를 벌리고있었다. 성복은 기다렸던듯 인차 퇴근준비를 하고 나왔다. 그들은 함께 걸어갔다.
《너 그새 날 많이 욕했겠구나.》 성복은 심상한 어조로 말하였다.
송희는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걷기만 하였다. 성복은 송희의 대답을 바라지 않은듯 인차 자기 말을 계속하였다.
《난 정말 생각이 많았다. 남자의 자존심으로 네 아버지를 용서할수 없다고 독하게 마음을 다지였지. 내가 옹졸한 남자지? 그렇지 않아?》
송희는 《예, 맞아요.》 하는 말을 하고싶었으나 입이 벌려지지 않았다.
《하기야 그렇게 옹졸해서 이렇게 나이를 먹도록 장가를 못 갔는지도 몰라. 허허.》 성복은 허거프게 웃었다. 《그런데 송희가 날 따르니 난 정말 얼마나 행복하던지… 한데 그 행복도 길지 못해서 난 내 운명은 일생 장가를 갈수 없는것으로 받아들였댔어. 그래서 콤퓨터분야에서 당당한 기술자가 되리라고 일에만 몰두했어.》
송희는 그저 듣기만 하였다. 가슴에 두텁게 앉은 불신의 얼음장은 아직 녹지 않았다.
《며칠전에 비날론을 자기 살붙이처럼 사랑하는 어떤분이 나에게 말하더구나. 비날론에 대한 사랑에 신념도 의리도 다 깃들어있다고… 그분은 송희 아버지도 비날론공장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그때문에 내가 공장을 버렸댔다고 미워한것이라고 말하더구나.》
송희는 (그분은 주승혁아바이지요?) 하고 묻고싶었다. 하기야 누가 말했든 무슨 상관이람. 중요한건 그분이 진실을 말했다는 그거야.
《송희, 난 네 아버지를 리해했다. 네 아버지야말로 사랑과 증오가 명백한분이라고 생각했단다.》
송희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솟구치는것을 느끼였다.
《나를 깨우쳐준 그분은 비날론에 대한 사랑이 깊은 사람들은 서로를 용서하고 서로를 사랑할수 있다는 그런 뜻의 말을 했어. 난 이렇게 생각해. 비날론을 떠나서 우리의 사랑도 있을수 없다고… 내 말이 맞니?》
《예.》 송희는 비로소 입을 열었다.
《그래 내가 송희를 생각한다는건 비날론을 생각한다는거야. 그건 송희가 비날론을 사랑하는 처녀이기때문이지. 또 송희가 날 생각한다는건 또 비날론을 생각한다는거야.
그런데 비날론이라는게 뭐겠어. 그건 한마디로 우리 조국의 영예이고 자존심이지. 안 그래?》
《예.》
《그래서 난 빨리 송희를 만나서 나의 심정을 토로하고싶었어. 내가 비날론을 사랑하는 한 절대 송희의 속을 태우지 않게 하겠다고, 송희나 내가 비날론을 사랑하는 한 우린 언제나 함께 있을거라고…》
송희의 두볼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는 끝내 멈춰서서 눈물을 닦았다.
《너 우는게 아니야?》
《아니, 일없어요. 그저 너무 행복해서 우는거예요.》 송희는 울며웃으며 말하였다.
송희는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은하수가 흐르는 밤하늘이 이처럼 아름답게 안겨오기는 처음이라고 생각되였다. 송희는 조용한 밤의 대기속에서 크게 웨치고싶었다.
(난 정말 행복해요. 오늘 밤을 영원히 잊을수 없을거예요. 그건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인생의 참뜻을 받아안았기때문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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