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7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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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3 회)
제 6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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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수는 맥주 한병을 꺼내 고뿌에 부어 승혁에게 권했다.
《술을 끊었다니까 맥주라도 드시오.》
《맥주는 주가 아니요? 일체 주와는 담을 쌓았소.》
《그것 참, 좌우간 놀라운분이라니까.》
명수는 맥주고뿌를 입으로 가져가면서 말을 이었다.
《세상에 담배를 끊었다는 사람은 더러 봤는데 술을 끊었다는 사람을 보기는 주아바이가 처음이요. 그렇게도 확고하게 끊는 사람 보지 못했다니까요. 난 인류의 발명중에서 제일로 치는게 술이라고 봅니다. 그래 이젠 술을 보면 역한가요?》
《아따, 이 사람아. 나도 술을 보면 마시고싶어. 그러나 한번 결심했으니 마시지 않는거요. 그건 스스로 나자신에게 벌을 가하는것이라고 할수 있소. 어버이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께 죄를 지었으니까…》
《아니, 아바이가 무슨 죄를 지었소?》
《량심의 죄를 지었지. 됐소. 그 얘긴 그만하기요. 이제 두고보오. 내 이제 비날론이 쏟아지는 그날에 취하도록 마셔볼테요.》
《아바인 정말 간단치 않소. 내 머리를 숙이게 됩니다. 에라, 나도 그럼 마시지 말아야지. 부끄럽소.》
명수는 맥주병을 상에서 내려놓았다.
《내 사실 지금까지 주아바이를 잘 몰랐댔습니다.
나도 제딴엔 비날론공장을 사랑하고 합성직장을 사랑하는 사람이지요. 합성직장을 위해서 내게 아낄게 없다고 생각하지요. 그런데 처음엔 주아바이가 하는 일이 눈에 거슬리더군요. 무모하게 덤벼드는것 같더란 말입니다. 어떤 땐 아바이가 과오를 씻기 위해 점수를 따려든다고 생각하기도 했지요. 그래서 주인인 내가 합성직장을 든든히 지켜야 한다고 마음먹었단 말입니다. 그런데 따져보면 거기에 사심이 섞여있었다는겁니다. 아바이가 정당하게 비판했지요. 내가 성복이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격분하여 꾸짖지 않았습니까. 그때는 납득되지 않았지만 후날에 두고두고 생각해보니 옳다고 인정하게 되더군요. 확실히 난 언제나 내 몫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거던요. 그러고보면 비날론공장이나 합성직장에 대한 나의 사랑이란것도 참된것이 못되는거지요.
아바이가 한 일은 다 정당했습니다. 특히 이번에 누구나 안된다고 보던 초산비닐합성공정을 돌릴 기발한 안을 내놓는것을 보고 사실 감동됐지요. 그건 누구나 다 내놓을수 있는게 아니란 말입니다.
전기가열기도 그렇지 않습니까. 아바이처럼 참된 사랑을 품은 사람만이 전기가열기제안을 내놓을수 있는거지요. 결국 주아바이가 우리 합성직장을 크게 살려준셈이란 말입니다. 그러니 내가 고맙다고 절을 해야 할판이 아닙니까.》
《여보, 그만하오. 내가 무슨 참된 사랑을 지닌 사람이겠소. 당치 않은 소린 그만두오.》
명수가 너무나 솔직하게 자기의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머리를 숙이니 승혁은 어색하고 면구스러워졌다. 그는 괜히 헛기침을 깇다가 입을 열었다.
《어디 한번 솔직하게 말해보오. 동문 전기가열기가 합성직장을 하늘로 날려보낼가봐 조금도 떨리지 않습데?》
《주승혁동지가 그렇게 할 사람이 아니지요. 그리고 전기가열기는 승산이 보입니다.》
《고맙소. 날 리해해주어 정말 고맙소.》
승혁은 음식들을 먹어보면서 짐짓 감탄의 말을 했다.
《떡이랑 맛있게 했소. 가재미튀기도 잘하고… 송희 솜씨요?》
《고런 맹꽁이가 료리할줄을 아나요. 제 엄마가 싸준걸 들고왔지요.》
《송희가 맹꽁이라니 그건 모를 소린데… 송희가 어때서? 다 칭찬을 하는데… 인물 곱지, 마음씨 곱지, 노래 잘하지 그만 한 처녀가 어디 쉽소.》
《그만두시오.》 하고 명수는 한손을 내저었다. 《송희가 그렇게 마음에 들면 아바이가 며느리를 삼아보시구려.》
《송희야 임자가 있지 않나. 최성복이 말이요.》
《아바인 날 놀리시는거요? 내가 딸애와 성복이의 사랑에 훼방을 놀았다고 얼마나 날 질책하셨소. 내 일생 그렇게 욕을 먹어보기는 아바이에게서 처음이요.》
《그러니 성복이를 단념했다는거요?》
《내가 단념한게 아니라 벌을 받는거지요. 주아바이 말마따나 내가 딸애를 불행하게 만든것 같습니다.》 명수는 길게 한숨을 내쉬였다. 《내 눈이 멀었댔지요. 성복이가 공장을 떠나갔다가 다시 오는걸 보고는 좀 부실한 녀석이라고 보았댔지요. 내가 저만 제일인듯 우쭐해서 사람의 마음속을 깊이 들여다볼줄 몰랐습니다.》
승혁의 눈앞에는 성복이가 송희와 갈라지고나서 괴로와하던 그 모습이 떠올랐다.
《성복이가 당신 처사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소. 그걸 생각하면 난 지금도 가슴이 아프오. 그때의 괘씸함을 떠올리면 나서고싶지 않지만… 어쩌겠소. 좋은 젊은이들인데 붙여주어야지. 내 한번 성복이를 만나보겠소.》
《그만두시우. 이제야 다 엎지른 물인데…》 명수는 다시금 한숨을 쉬고나서 말하였다. 《우선 비날론을 뽑아내고나서 다른 마련을 봐야지.》
《다른 마련을 본다는건 무슨 말이요.》 승혁은 성이 나서 눈을 치떴다. 《그따위 소린 하지도 마오. 이제 보니 영 한심한 사람이구만.》 승혁은 저가락을 놓고 일어섰다. 명수가 놀라서 눈이 커지였다.
《왜 그렇게 일어나는거요?》
《기분이 없어서 어디 먹겠소.》
《됐수다. 내가 잘못했으니 어서 앉으시오.》
《아니, 그만하고 가보겠소. 다르게 생각마오. 소뿔은 단김에 빼랬다는데 내 성복이를 만나려고 그러오. 성복이가 중합직장에 있을거요.》
기업소의 많은 종업원들이 집에 들어가지 않고 현장에서 먹고 자면서 최후돌격전을 벌리던 때였다.
승혁은 중합직장으로 건너갔다. 중합직장의 검화공정 운전조작실에 있는 최성복을 불러내여 콤퓨터수행기구들이 있는 옆방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별로 드나들지 않는 조용한 방이였다.
《솔직히 말해봐라. 넌 송희에게 장가들 생각이 조금도 없느냐?》
승혁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성복은 어리둥절해서 쳐다본다.
《갑자기 그건 왜 묻습니까?》
《글쎄 내 생각이 많아서 그런다. 송희나 너를 생각하면 이게 어디 제대로 된 일인가 말이다.》
성복은 머리를 숙이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내게 네 감정을 솔직히 말해줄수 없겠느냐?》 승혁은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이윽고 성복은 숙이고있던 머리를 쳐들었다. 그의 살이 빠지고 관골이 두드러진 얼굴에는 고뇌의 빛이 짙게 어려있었다.
《사실 아직도 송희가 곱습니다. 그런데 송희 아버지가 괘씸하여 함께 살고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그 사람을 가시아버지로 모시고싶지는 않군요.》
《너도 참 지독하구나. 그렇게 감정적으로만 생각하면 일생 혼자 살아야 할거야. 명수직장장이 너무 올곧은 사람이다보니 널 오해한거야. 사람에 대한 평가는 서뿔리 하는게 아니다. 그 사람이 널 서뿔리 평가했는데 너까지 서뿔리 평가하는 전철을 밟겠니.》
《그 사람이 날 변절기가 다분한 남자라고 한 그 말… 일생 잊혀질것 같지 않습니다.》
《송희 아버지는 비날론공장을 사랑하는 사람이야. 그때문에 성복이가 쉽게 공장을 버렸댔다고 밉게 본거야. 비날론에 대한 사랑, 그것이 중요한거야. 그 사랑이 송희 아버지에게도 있고 너에게도 또 송희에게도 있지. 그것이면 다 용서하고 리해할수 있지 않을가. 그 사랑에 신념도 의리도 깃들어있지.》
승혁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덧붙이였다.
《송희 아버지는 지금 후회하고있단다. 내 너를 설복하려고 하는 말은 아닌데… 한마디로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란다. 투박스런 성격밑에 진실한 성품을 간직하고있는 사람이지.》
성복은 승혁의 진심을 똑똑히 알고싶은것처럼 묻는듯 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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