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6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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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1 회)
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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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밤에 주승혁은 대단히 기분이 들떠있었다. 리영복이가 보내준 짜장면을 맛있게 먹은데다가 초산비닐합성공정의 설비, 장치물조립과 보수를 마침내 끝냈던것이다. 정류공정의 정비보수도 며칠후엔 끝나게 될것이였다.
보수공들이 뒤거둠질을 하고 집으로 퇴근하는데 승혁은 박춘섭을 찾아나섰다. 춘섭이가 짜장면을 가지고 운전조작실에 들어왔다가 간 다음에 보니 그의 사업수첩이 방에 떨어져있었다. 곧 찾으러 올것이라고 심상히 생각했었는데 보수작업이 끝나도록 그는 오지 않았다. 아마 사업수첩을 어디에 떨구었는지 알지 못하고있는지도 모른다.
승혁은 친구를 찾아가 그가 잃은 물건을 돌려주면서 생색을 내고싶기도 하고 오래간만에 친근한 말을 주고받고싶기도 하였다. 박춘섭의 존재는 어떤 때는 승혁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면서 손과 발을 얽어매려들기에 성가시고 부아를 돋구기도 하지만 오랜 우정이라는 접착제가 그들사이에 두텁게 발려있어 쉽게는 떨어질수가 없는것이였다.
사실 춘섭은 유별난 호인이여서 그의 인간됨에서 그 어떤 점을 특별히 싫어하고 타매할수는 있을지언정 전체적으로는 도저히 그를 미워할수가 없을것만 같았다.
승혁은 춘섭이가 어디에 있는지 잘 알고있었다. 지금 중앙지도소조성원들이나 기업소 책임일군들의 관심은 랭동직장 3려과공정의 보수개건공사에 쏠려있었다. 이 공정을 빨리 개건하여야 초산비닐생산공정을 비롯하여 새로 일떠서는 공정들에 정수를 보장해줄수가 있었다. 하여 기업소개건지휘부에서는 랭동직장에 강력한 보수력량을 집중시켜 경쟁을 벌리도록 하였다.
주승혁이가 3려과공정건물안에 들어서니 환한 불빛속에서 로동자들이 설비, 장치물들에 새까맣게 달라붙어 전투를 벌리고있었다. 웃쪽에서 장치물보수공사가 벌어지고 아래쪽에서는 정수주관련결작업이 진행되고있었다. 박춘섭을 김준선의 작업반원들이 일하는 곳에서 만날수가 있었다.
춘섭은 승혁에게서 사업수첩을 받아들고는 어깨를 으쓱하였다.
《이게 거기 떨어져있었나?》
이윽고 그는 승혁의 팔을 툭툭 치면서 말을 이었다.
《초산비닐합성공정보수가 끝났다지? 이제 이 려과공정보수만 끝내면 앞선 공정들의 시운전을 해볼판이지.》
춘섭은 자기의 호주머니를 뒤지더니 담배 한갑을 꺼내 승혁의 손에 쥐여준다.
《한갑이 남았구만. 이렇게 현장에 나올 땐 몇갑씩 넣어가지고나와 로동자들과 함께 피우지.》
《그럼 넣어두라구.》 승혁은 춘섭에게 도로 담배갑을 주려고 했으나 그는 받지 않았다.
《됐소, 됐소.》 춘섭은 손을 흔들었다.
그는 친구에게 담배 한갑이라도 줄수 있게 된것을 기쁘게 여기는듯 시뭇이 웃었다.
승혁과 춘섭은 잠시 김준선의 작업반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지금 자기들이 맡은 정수주관련결작업을 마무리하고있었다.
사회주의경쟁을 벌리는 과정에 기업소 보수부문에서는 2카바이드직장 수리작업반, 기계화직장, 염료직장 수리작업반이 가장 두드러지는 집단으로 나타나 힘겨루기를 하였다. 개건지휘부에서는 이 세개의 힘있는 보수단위들을 자주 한전투장에 불러내여 승부를 다투게 하였는데 이번에 그들은 랭동직장 3려과공정의 정수주관련결작업에서 경쟁바람을 일으켰다. 김준선이네는 기발한 작업방법을 내놓아 처음부터 앞장에 설수 있었다. 정수주관의 밑은 바닥에 붙어있었고 그우에는 설비, 장치물들이 놓여있어 작업조건이 매우 불리하였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으로 한다면 배관웃면을 절단하고 그 구멍에 손을 넣어 밑부분과 옆면을 용접한 후 웃면을 밖에서 용접해야 하였다. 그렇게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질도 보장하기 어려웠다.
김준선은 2메터나 3메터 되는 배관을 붙여놓고 그안에 기여들어가 밑부분을 용접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기발하기는 하였으나 용접공들은 힘과 인내성을 최대한 발휘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방법은 반원들의 한결같은 찬동을 불러일으켰고 인차 뚜렷한 위력을 보이였다. 뒤이어 다른 보수단위들이 김준선네의 작업방법을 받아들이고 바싹 뒤를 쫓았다. 그러나 김준선네를 따라앞설수가 없었다.
《보라구. 저들의 작업모습을… 이건 그야말로 결사적이야.》 하고 춘섭이가 감탄의 소리를 하였다.
정말 배관속에 기여들어가 용접을 한다는것은 보통각오를 가지고서는 엄두를 낼수가 없었다. 용접봉이 타면서 나는 가스가 배관안에 꽉들어차면서 인차 숨을 쉬기가 어려워진다. 로동자들은 있는 힘을 다해 버티다가는 다른 사람과 교대하군 하였다.
《이젠 나오라요.》
《교대합시다.》 하는 소리들이 자주 들리군 한다.
용접을 끝내고 배관밖으로 나와 맑은 공기를 들이키며 헐떡거리는 준선의 모습이 보이였다.
(준선이, 본때를 보여라. 너는 인간의 힘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듯싶구나.) 하고 승혁은 뜨거운 마음으로 뇌이였다.
《난 가보겠소. 시운전준비작업을 착실히 해야지. 준선이네가 일하는걸 보면 자신이 부끄러워지거던.》 승혁은 춘섭에게 말하였다.
춘섭이가 머리를 끄덕이였다.
《준선이네가 지금 기적을 창조하고있소. 각오가 보통이 아니지. 사회주의경쟁들마다에서 다 1등을 하겠다고 작업반원들모두가 결사대가 되였다질 않소. 이번에도 1등은 문제없소.》
그들이 걸음을 옮기는데 뒤에서 다투는듯 한 소리가 일어났다. 그들은 호기심을 느끼면서 돌아보았다.
《이건 누가 용접했는가 말이요?》 준선의 서리발같은 목소리가 울리고있었다.
승혁은 가까이 다가가서야 벌어진 일의 사연을 알게 되였다.
제일먼저 맡은 구간의 배관련결작업을 끝낸 준선은 용접개소들을 깐깐히 검사해보다가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쪽의 부분에서 용접피복두께를 제대로 앉히지 못한것을 발견하게 되였다. 하여 그는 참지 못하고 소리질렀던것이다.
《이건 누가 용접했소?》 준선이 반원들을 둘러보며 다시한번 물었다.
머리를 숙이고 나선 사람은 애어린 청년이였다.
《왜 용접두께를 10미리 주지 못했소?》
《그 정도는 허용수치라고 보았습니다. 검사원동지에게 물어보니 2미리정도는 일없다고 했습니다.》
《허용수치라고? 우리 량심에 허용수치를 두어서야 되겠는가. 다시 용접을 제대로 해야겠소.》
《다음부터는 잘하겠습니다. 이번만은… 용서하라요. 지금 기계화직장이 바싹 꼬리를 물었습니다. 승부가 분초를 다투지 않습니까.》
《이런 식으로 1등을 해서야 무슨 필요가 있겠소.》
김준선이 벌써 용접고대를 손에 쥐고있었다. 리정삼이 볼멘 소리를 했다.
《반장동지, 너무한것이 아닙니까. 우린 매 단계 사회주의경쟁에서 다 1등을 하고 평양견학을 가자고 하지 않았어요. 평양견학은 둘째치고라도 이건 우리 작업반명예문제가 아닙니까. 다음부터 잘하면 되지요.》
준선이가 정삼을 불만스럽게 쏘아보는데 건일이가 준선에게 조용히 말하였다.
《일없을것 같은데 그러누만. 앞으로 압시험을 해보면 알게 되겠지.》
《물론 그때는 별일없을수 있소. 1년~2년후에도 아무 일이 없을수도 있소. 하지만 10년, 100년후를 어떻게 담보할수가 있겠소.》
준선은 자기를 쳐다보는 반원들에게 엄숙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리정삼동무가 이자 우리 작업반명예문제에 대해 말하였는데… 옳소. 지금까지 1등을 한 우리가 이런 식으로 일하는것은 우리의 낯을 깎는것이란 말이요. 우린 한가지 일을 해도 나무랄데가 없이 해야 하오. 남들이 뒤소리질을 할 지경으로 거칠게 일하는건 벌써 1등의 자격을 상실하는거요. 그래서 나는 스스로 1등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이번 일을 그대로 넘겨버릴수는 없소. 우리 앞으로 평양견학을 가도 떳떳한 1등을 쟁취하고 가기요.》
춘섭이 곁에서 보다못해 나섰다. 그는 준선의 팔소매를 잡아끌면서 조용히 말하였다.
《준선이, 허용수치라는것도 있어. 많은 사람들이 자네들이 이번에도 1등 하기를 바라고있어. 어쨌든간에 1등을 해놓고봐야지.》
준선은 말없이 서있었다. 그의 사색어린 눈빛이 승혁의 지켜보는 눈과 마주쳤다. 그는 마치 《난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묻는것만 같았다.
승혁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수가 없었다. 그도 준선의 작업반이 1등 하기를 바라는 사람이였다. 그러면서도 그 어떤 뜻깊은 목소리가 준선의 입을 통하여 울리게 될것을 바라며 기다리는 심정이기도 했다.
마침내 준선이가 입을 열었다.
《1등을 하지 못해도 좋습니다. 이건 우리 작업반의 명예문제이기 전에 우리 비날론로동계급의 량심문제입니다. 이건 우리 비날론공장의 전망과 관련됩니다.》
준선이네는 수정작업에 달라붙었다. 그동안에 기계화직장이 맡은 작업을 끝냈고 염료직장 수리작업반도 준선이네를 앞서고말았다.
춘섭이가 혀를 차면서 승혁에게 불만을 토하였다.
《준선이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렸소. 우리가 그렇게도 믿고 내세워주자고 하는데 1등을 양보하려드니 답답하지 않나. 하나만 알고 둘을 보지 못하오. 외곬으로만 생각한단 말이요.》
그러나 승혁은 비날론로동계급의 진실한 사랑에 대한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였다. 공장의 전망을 위해 대충대충 일할수 없다는 그 립장, 그것은 비날론에 대한 참다운 사랑에서 나오는것이였다.
그것은 일시적인 승부심이나 명예욕에 더럽혀지지 않는, 진흙탕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보석과도 같이 귀중한 사랑이였다.
승혁은 준선의 심정을 리해 못하는 춘섭에게는 혹시 그러한 사랑이 결여되여있거나 부족한것이 아닐가 하는 생각이 피뜩 들었다. 춘섭이가 초산비닐촉매생산에 필요한 담체를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는것도 우연한 일이 아닐것이다. 얼마전에 그를 만났을 때 어떻게 되였는가고 물으니 기다리느라면 그럭저럭 될수도 있고 안되면 수입하는 길도 있다고 말을 했던것이다. 그렇다, 그는 애초부터 열성이 없었다. 승산이 있는것 같으면 달라붙고 가능성이 희박하면 열의를 보이는척 할뿐인것이다. 일군의 태도가 이래서야 되겠는가. 그런 사람이 어떻게 저 준선이의 참된 사랑을 옳바로 리해할수가 있겠는가.
승혁은 춘섭에 대한 정이 갑자기 자기에게서 천리만리로 달아나버리는듯 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괜히 주먹을 쥐기도 하고 호주머니에 손을 찌르기도 하는데 문득 춘섭이가 준 담배갑이 잡혔다. 그는 그 담배갑을 꽉 움켜쥐며 나직이 한숨을 내쉬였다. 싸늘한 두려움을 느끼며 가늘게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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