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련재 《너를 사랑하기에》 제4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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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2 회)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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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기술연구소로 향하던 승혁은 합성직장 잔사처리공정건물이 원래 위치에 다시 일떠서고있음을 발견하고 못박힌듯 서버렸다. 벌써 건설분사업소 로동자들이 건물보수작업에 달라붙었다.
(한발 늦었구나.)
실망감에 맥이 풀리는감을 느끼며 서있다가 잠시후에 힘을 주어 주먹을 틀어쥐였다. 잔사처리공정건물이 그 자리에 서는것을 결코 그대로 방치할수 없다는 각오와 절박감을 안고 합성직장으로 부리나케 걸어갔다.
그는 합성직장장 김명수를 찾았다. 잔사처리공정을 운영해야 할 사람들의 동의를 얻는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것이였다. 명수는 설비와 장치물들을 다 뜯어놓은 초산비닐생산공정현장에 있었다. 승혁이가 잔사처리공정에 대한 말을 하자 명수는 대뜸 반대의사를 표시하였다.
《아바이, 그대로 놔둡시다. 뭐, 시끄럽게 옮기고말고 할게 있습니까. 해야 할 일이 가뜩한데…》
《경제적으로 훨씬 유익한데도 그대로 놔두잔 말이요?》
《제발 자중해주시오. 우린 뭐 생각이 없는줄 압니까.》
《그래 무슨 생각을 했다는거요? 어디 내놓고 토론해보기요.》
《주동지도 알겠지만 잔사처리공정에서는 역한 냄새가 납니다. 그걸 합성직장건물안으로 끌어들이면 숱한 로동자들이 그 냄새를 맡으며 일해야 할게 아니요. 그러니 그대로 놓아두는것이 옳다는겁니다.》
《그 냄새는 운전조작상결함으로부터 오는거요. 얼마든지 제거할수 있소. 내 연구소사람들과도 이미 토론해봤소.》
승혁의 말은 사실이였다. 공업기술연구소 합성실의 연구사들은 그의 착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였었다.
《됐습니다.》 명수는 더 들어볼것도 없다는듯 한손을 흔들었다.
《합성직장일은 이젠 우리에게 맡기십시오. 주동지는 상관할게 없습니다. 주동지야 초산비닐생산공정시운전만 책임지면 그만이 아닙니까.》
승혁은 기가 막혀 명수를 쳐다보았다.
알데히드와 초산생산공정을 개건할 때 명수와 충돌하던 일들이 피끗 불쾌하게 떠오른다. 왜 자꾸 일을 해보자면 명수와 부딪쳐야 하는것인지, 또 이 사람은 무엇때문에 코코에 제동을 거는것인지 리해할수가 없었다. 안타까운노릇이지만 그렇다고 억지다짐으로 내려먹일수도 없으니 어차피 명수와 싸우며 또다시 한고비를 넘어야 하는것인가.
어쨌든 지금은 침착하게 그를 설복해보자.
《직장장동무, 그러지 말고 다시한번 생각 좀 해보기요.》 승혁은 사정하는 투로 말하였다. 《확실히 잔사처리공정은 다시 꾸릴 필요가 있소. 그게 그닥 어려운 일은 아니란 말이요.》
《글쎄 알겠다니까요. 그러나 제발 잔사처리공정문제는 우리가 알아하도록 놔둬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내가 자꾸 삐치니 거치장스럽다는거겠소? 나더러 초산비닐생산공정만 책임지라는거겠는데 명백히 말합시다. 잔사처리공정은 초산비닐생산공정에 달려있는거요. 난 비날론공업의 심장부를 꾸리는 사업을 완전무결하게 해보자는 립장이요.》
《알겠습니다, 알겠다니까요. 하지만 내 사정을 하는건데…》
《사정이라는게 그만두자는 소리겠는데… 난 도대체 리해할수 없구만.》
승혁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방문쪽으로 걸어가다가 돌아섰다.
《동무가 정 반대를 한다면 나도 생각이 있소.》
《아바이, 그건 날 위협하는셈입니까?》 명수의 얼굴이 시뻘개지고 목소리가 거칠게 울리였다.
승혁은 명수와의 충돌은 불가피하다는것을 깨달았다. 다름아닌 비날론이 타협을 허용하지 않는것이다.
더는 명수를 얼리면서 에돌아갈수가 없게 되였다.
《위협하는게 아니라… 나로서는 현대적인 비날론공업을 위해서 내 할바는 해야 하겠단 말이요.》
《아바이, 말을 똑바로 합시다. 그건 내가 현대적인 비날론공업을 반대하는 사람이라는 소리요?》
《아니지, 직장장동무가 그런 사람이 아니란것을 내 다 아오. 그러나 확실히 우리 둘사이엔 통하지 않는 그 무엇이 있는것 같소.》
승혁은 결이 나서 방을 나갔다.
명수는 그대로 못마땅하고 불쾌하여 승혁이 사라진 방문쪽을 쏘아보았다.
(제가 뭐라고 내게 삿대질인가.)
명수는 애써 자신을 다잡으며 거친 손동작으로 문건들을 뒤적거렸다. 이때 박춘섭이 방에 들어왔다. 박춘섭은 여러명으로 구성된 2. 8비날론련합기업소개건지도소조의 한 성원으로 사업하고있었다.
명수는 저으기 기분이 나쁜 속에서도 례의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나 명수는 춘섭에게 호감을 품게 되였고 따라서 이전처럼 데식데식하게 굴지 않았다.
춘섭에게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그 어떤 친화력이 있는듯 했다. 언제봐야 따뜻한 미소를 띄우고있는 춘섭은 명수가 부탁하지도 않았지만 그의 딸 송희의 혼사문제에 관심을 돌리고 좋은 총각들을 소개해주기도 했고(비록 그 소개가 송희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지만 그 친절은 얼마나 고마운것인가.) 또 중요하게는 개건을 한시바삐 다그치려는 열망에서 서로 배짱이 맞는것이였다.
명수가 춘섭의 지난날의 일로 하여 품고있던 거부감도 얼마전에 완전히 풀려버리고말았다.
춘섭은 그날 합성직장에 와서 함께 작업을 하고 밤에 명수의 사무실에 와서 잠간 눈을 붙이게 되였다. 의자들을 붙여놓고 누웠다가 어떻게 되여서인지 속에 품은 소리들을 하게 되였다. 명수는 이때라 생각하고 들이댔었다.
《난 처장동지에게 의견이 많습니다. 몇년전에 우리 비날론계통설비들을 뜯어가자고 분주하게 사업했댔지요? 그건 도대체 량심이 있는겁니까. 처장동지도 여기 비날론지구태생이 아닙니까.》
춘섭은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길게 내쉬였다.
《그래, 그건 량심이 없는 행위였지. 지금도 그걸 생각하면 막 괴롭소. 하지만 난들 어쩌는수가 있겠소. 나도 우에서 내려먹이니 집행하는수밖에 없었던거요. 그 당시로서는 우의 간부들이 그런 식으로 난관타개책을 찾았던거요. 지금 돌이켜보면 참으로 어리석고 혁명적인 의리도 없는 행위였지만 그땐 어쩔수 없었소. 직장장동무가 내 처지에 있었대도 제마음대로 안됐을거요.》
춘섭은 비날론계통의 생산공정들을 없애려고 했던 과오에 대해 자기는 피동적인 처지에서 어쩔수가 없었던듯이 변명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아래일군들에게 솔직히 털어놨대야 사업권위만 손상케 된다고 생각하였기때문이였다. 그런데 춘섭의 이런 처세는 효과가 있었다.
명수는 춘섭의 말에 넘어가서 그를 측은하게 여기게 되였고 끝내는 거부감을 털어버렸던것이다. 명수는 춘섭이가 지난날의 과오를 철저하게 반성하고있으며 또 그의 과오라는것도 따지고보면 리해할만 한것이였다고 생각하였다.
명수는 춘섭에게 자기의 골치거리를 털어놓고 조언을 받기로 했다. 그는 승혁과의 사이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나서 덧붙이였다.
《글쎄 승혁동지도 물론 자기 주장이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 잔사처리공정이 중요한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직장장동문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오?》
《난 초산비닐생산공정을 빨리 복구하여 돌리는것이 급선무라고 봅니다. 그것만 복구하자고 해도 할일이 산같아서 난 그 무게에 짓눌리우는것 같은 심정입니다.
온 나라가 우리 합성을 지켜보고있지 않습니까.
우리 직장때문에 강성국가에로 가는 비날론공장의 걸음이 늦어진다면 그 죄를 어떻게 씻는단 말입니까. 그런데 자꾸 생뚱같은 일거리를 만들어내면서 성가시게 구니…》
명수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절절하게 어려있었다. 그는 자기대로의 정당성을 주장하고있는것이였다. 춘섭은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런 일이 있었구만. 승혁동문 제딴엔 잘 해보자는것이겠지만… 이게 개건공사에 지장으로 되면 안되겠는데 말이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지장으로 되고있단 말이지요. 그러니 내가 속이 타지 않을수 있나요.》
《알겠소. 내 직장장동무에게 부탁하고싶은건 아무리 불만스럽더라도 승혁동무를 나쁘게 생각해서는 안되겠다는거요. 그는 고지식하고 사심이 없는 사람이요.》
《알고있습니다. 그렇다고 덮어놓고 그의 주장을 따를수야 없지 않습니까.》
춘섭은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동무도 알겠지만 난 승혁동무와 친구지간이요. 그래서 더욱더 생각이 복잡하오. 자칫하면 오해를 살수 있지. 그러니 직장장동무의 위치와 책임이 중요하오. 직장장동무가 딱 뻗쳐야 한단 말이요. 승혁이가 한번 고집을 쓰면 웬간해서는 당해내기가 힘들거던. 승혁동무가 물덤벙술덤벙하다가 무슨 실수를 하지 않겠는지 난 몹시 걱정스럽소.》
명수는 춘섭의 말을 들으면서 고무도 받았고 자기의 정당성을 더욱더 확신하게 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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