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련재 《조선의 힘》 제52회 > 소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소설

도서련재 《조선의 힘》 제52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선구자
댓글 0건 조회 2,590회 작성일 23-08-31 14:17

본문


제 52 회

제 2 편

24


김일성동지께서는 전선부대들에 대한 지도를 마치고 날이 저물녘에야 최고사령부로 차를 달리시였다. 며칠째 계속된 강추위는 아직도 풀릴념을 안했다. 구배진 령길마다에서 눈가루들이 회오리처럼 휩쓸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시창유리에 허옇게 불린 성에를 바라보며 적후에서 싸우는 전사들을 생각하시였다. 이같은 강추위에 눈속에서 자고 먹으며 하루에도 수백리씩 행군하고 전투를 거듭하는 전사들이였다. 지금 그들은 전선서부의 반공격작전에 결정적인 국면을 조성하기 위하여 거의 휴식도 없이 대동강, 림진강 일대로 기동하고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제 적후의 제2전선부대들로 하여금 평양을 해방하고 림진강류역에서는 적의 퇴로를 최종적으로 차단하게 할 결심이시였다.

전쟁3계단의 제2차작전이 바야흐로 절정에 이르고있는 이때 제2전선부대들에 의한 평양해방은 거대한 정치군사적의의를 가지게 될것이다. 평양해방은 무엇보다 전체 인민들에게 승리의 신심을 더욱 굳게 해줄것이며 적들을 불안과 공포속에 몰아넣게 될것이다.

평양이 해방되면 청천강에서 패주하는 적들은 부득불 대도로를 버리고 교통이 불리한 중부산악지대로 들어서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은 기동수단에만 매달려온 적들을 총 붕괴상태에 빠뜨리는것으로 된다.

그러나… 적후의 전사들은 지금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다. 굶주림과 혹독한 추위속에서 지칠대로 지쳤으며 화력과 장비도 아주 빈약하다. 부상병들과 환자들은 날을 따라 늘어만 가고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여전히 성에불린 시창유리를 통해 은빛눈가루들이 휩쓸고있는 도로를 내다보고계시였다.

전조등이 켜졌다. 길아래쪽 얼어붙은 강바닥으로 세찬 바람이 몰아치고있었다. 그렇게 얼마쯤 달렸을 때였다. 길가의 불탄 집터를 막 지나치려던 순간 그이께서 차를 세우도록 하시였다. 불탄 집터에서 한 늙은 어머니가 서까래를 힘겹게 들추고있는것을 띄여보신것이였다.

그이께서는 차에서 내려 늙은이에게로 다가가시였다.

《피해가 많습니까?》

그이께서 먼저 물으시였다.

《폭격통에 집이 불타 없어졌수다. 보시는것처럼… 재만 남았지요.》

늙은이의 대답이였다. 날이 어두워서 장군님을 알아뵙지 못한것이였다. 장군님께서 근심어린 목소리로 또 물으시였다.

《가족들중엔 상한 사람이 없습니까?》

그이의 음성이 범상치 않게 여겨졌던지 늙은이는 가까이 오신 그이를 눈여겨보았다. 다음순간 황황히 두손을 치마폭에 문지르며 허리를 폈다.

《장군님!… 원, 이렇게 장군님께서 오실줄이야… 장군님, 이 늙은게 주책없이… 그만 장군님도 알아뵙지 못하구…》

늙은이가 허리굽혀 인사를 올리는것을 그이께서는 일으켜주시였다.

《이러지 마십시오… 그런데 가족들은 다 어데 있습니까. 누구 다친 사람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장군님!… 두 아들을 키웠는데 지금은 다 전선에 나가구… 다친 사람은 없습니다.》

《예, 그런데 여기서 뭘하십니까. 날도 저물었는데…》

《저… 집재목을 좀 건져볼가 하구… 이 집두 벌써 두번씩이나 불탔습니다만 아직 양코배기놈들이 나는 죽이지 못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하고 그이께서는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그런데 왜 계속 큰길 가까이 집을 짓습니까. 멀리 안전한 곳에 옮겨지으면 더 좋지 않습니까.》

《아니올시다. 장군님!》 늙은이는 황황히 부르짖었다. 《전쟁이 끝나면 우리 애들이 찾아올텐데… 제가 왜 자리를 옮기겠습니까! 미국놈들이 백번 불지르면 백번 다시 짓드래두… 그애들이 돌아올 때까진 자리를 뜨지 않으렵니다. 오두막같은 집이래두 제 살던 집에서 싸움을 이기고 오는 자식들을 맞아얍지요.》

《예-》

장군님께서는 가슴이 뭉클해지시였다. 그 늙은이의 소박한 말마디들이 한없이 귀하고 자랑스럽게 여겨지시였다. 잠시 그이께서는 아무말없이 불타버린 집터를 둘러보시였다.

끄을음내가 코를 찔렀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재티들이 어지럽게 흩날렸다. 시꺼멓게 타버린 서까래에서 작은 불찌들이 숨쉬듯 반짝이였다. 한쪽에 늙은이가 골라놓은 재목들이 쌓여있었다. 보잘나위없이 불에 탄 재목들이다. 그것으로 집을 고쳐 지을 때마다 집은 형편없이 작아지고 졸아들것이다. 하지만 승리하고 돌아올 아들들을 기다리는 강직한 이 어머니의 마음은 결코 졸아들지 않을것이다.

이윽고 그이께서는 전선에서 싸운다는 두 아들에 대하여 물으시였다.

《맏이는 인민군군관이고 둘째는 분대장입니다.》

《이름은 어떻게 부릅니까?》

《맏이는 김명길이고 둘째는 김명진이라고 합니다.》

그이께서는 잠시 그 이름들을 곱씹어보시였다. 어데선가 들어보신듯 한 이름들이였다. 전선에서 만나보시였던 군관들과 병사들의 모습이 련이어 비쳐왔다.

《김명길, 김명진…》

그이께서는 기어이 그들의 모습을 기억해내시려는듯 입속말로 거듭 뇌이시였다. 그러자 늙은이가 황황히 중얼거렸다.

《어찌 그애들까지 다… 장군님! 이름없는 우리 애들을… 그토록 관심해주시니… 무슨 말로…》

《원 무슨 말씀을!…》하고 장군님께서는 벌써부터 옷고름으로 눈굽을 찍는 늙은이의 손을 다정히 잡으시였다. 《어머니는 훌륭한 아들들을 두셨습니다. 나는 그들이 전선에서 용감하게 잘 싸우리라고 믿습니다.》

《고맙습니다, 장군님!》 늙은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이였다. 《장군님께서 계셔서 우리 애들두 힘이 장사같애지구 무서운것이 없는게 아니겠습니까. 인민군대 군관인 맏이만 하드래두 옛날 지주집에서 머슴을 살던때 같애서야 어찌 그렇게 달라질줄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그애들은 어질구 착하지만 장군님께서 그리도 오랜세월 모진 고생을 하시며 찾아주신 내 나라, 내 땅을 미국놈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구 범처럼 무섭게 싸운답니다. 접때… 우리 둘째가 보낸 편지에 그렇게 썼길래… 그게 얼마나 대견하던지… 하길래 우리 어머니들은 애들을 험한 전쟁판에 내보내구두 가슴속엔 자랑스러움이 꽉 차있습니다. 온밤 가마니를 짜구 새끼를 꼬면서두 피곤한줄 모르구… 가슴아픈 일이 그리 많아도 울지를 않습니다. 그럴수록 더 강심을 먹구 살아갑니다. 장군님! 그래서 이 늙은것도 애들이 돌아올 때까지 백번이구 집을 고쳐지으면서 기다릴 생각입니다. 이제 그애들이 전쟁을 이기고 돌아오면… 그땐 애들을 붙잡구 좀 울것 같습니다. 장군님!…》

《고맙습니다.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하시며 그이께서는 늙은이의 두손을 힘주어 꼭 잡으시였다. 《오늘 어머님이 저에게 힘을 주셨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장군님!…》

그이께서는 가슴이 뜨거우시였다. 어둠에 싸인 불탄 집터가 그리도 한산하였지만 그이께서는 밝은 눈길로 주위를 둘러보시였다.

《이제 전쟁을 이기고 아들들이 돌아오면 더 좋은 집을 짓고 살아봅시다. 보란듯이 기와집을 덩실하니 지어놓고 아들, 손주들까지 다 거느리며 잘 살아봅시다. 그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장군님!-》

손등우에 떨어져내린 눈물의 뜨거움은 다시 길을 떠나실 때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눈보라가 휩쓸고있는 시창밖을 점도록 내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계시였다.

오늘 우리 인민은 얼마나 변모되고 억세여졌는가!… 어제날 류랑의 보짐을 이고지고 피눈물 뿌리며 이 땅을 떠나가던 그 인민이 오늘은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제침략자들과 맞서 억척같이 싸우고있다. 두메산촌의 한 늙은이까지도 승리하고 돌아올 아들들을 기다리며 불탄 집터에 또다시 기둥을 박고있다. 이것이 바로 승리하는 우리 인민의 모습이다!…

날은 완전히 어두웠다. 칼바람이 아츠러운 휘파람소리를 질렀다. 뽀얗게 날리는 눈가루들이 승용차의 전조등불빛에 무수히 반짝이였다.…

고산진 림성골의 최고사령부에 도착하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전선동부의 반공격정형에 대한 보고를 읽으시였다.

11월 27일 20시, 전선서부에서 반공격을 개시한 이틀후 반공격에로 넘어간 전선동부의 아군부대들은 장진호반 계선에서 먼저 미제10군단 주력부대들을 대포위망에 몰아넣고 섬멸전을 벌리였다. 적들은 100여대의 비행기의 지원밑에 30여대의 땅크를 앞세우고 포위에서 벗어나려고 발악했으나 결코 전멸의 비운에서 벗어날수 없었다. 겨우 극소수의 력량만이 비행대의 엄호밑에 함흥방향으로 패주하였다.

혜산-풍산, 혜산-삼수지역에서도 미제7보병사단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패주하기 시작하였으며 청진방향의 인민군련합부대들은 괴뢰군3보병사단을 차지한 계선에서 완강한 방어로 타격한 후 이어 12월 2일 현재 반공격을 개시하여 패주하는 적들을 추격소멸하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남일을 부르시였다. 그를 통하여 주타격방향인 전선서부의 인민군련합부대들, 아군련합부대들이 해방한 지역과 제2전선부대들의 기동로정을 확인하신 후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최현동무에게 곧 명령을 전하시오.》

그이께서는 남일이 수첩을 펴들기를 기다려 천천히 불러주시였다.

현재 청천강을 건넌 전선서부의 주타격부대들은 안주를 해방한데 이어 문덕, 숙천, 성천 일대에로 성과를 확대하고있다. 전선동부에서도 장진호반의 적집단을 성과리에 포위섬멸하고있으며 풍산을 해방한데 이어 북청, 길주, 성진 지역에서 추격전을 벌리고있다.

조성된 정세는 패주하는 적들에게 숨돌릴 사이를 주지 말며 새 방어선을 구축할 기회를 주지 말며 병력을 재정리할 시간적여유를 주지 말것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제2전선부대들은 적의 퇴로를 차단하고 강력한 집중타격을 적극화하며 정치군사적요충지들을 장악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성천, 강동지역의 제2전선부대들을 급속히 평양으로 진출시켜 영광스러운 우리 조국의 수도인 평양을 해방하며 동해연선에 진출시킨 제2전선부대들로 원산을 해방할것이다. 그리고 서울 제4보병사단 등 전투력이 강한 부대들로 림진강계선에서 대매복전을 조직하여 패주하는 적집단들을 포위섬멸할것이다!…

명령서를 다 받아쓴 남일은 수첩을 덮자 차렷자세로 몸을 꼿꼿이 폈다. 그의 표정은 엄숙하고 숭엄하기까지 했다. 드디여 온갖 고난과 시련을, 모진 쓰라림과 아픔을 누르며 손꼽아 기다리던 그 환희와 기쁨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것이였다.


최현은 혼미한 의식속에서도 자기가 신음소리를 내고있다는것을 알았다. 희끄무레한 어둠속에서 무엇인지 하늘하늘 춤추며 불타고있었다. 불, 불길이 타오르고있다. 캄캄한 어둠을 짓태우며 황황 솟구쳐오르고있다. 그러나 그 뜨거운 불도가니속에 서있건만 온몸은 계속 와들와들 떨리고있다.

안깐힘을 써서 눈을 떴다. 방수포천막을 친것이 보였다. 머리맡의 야전가방우에 남포등을 밝히고 우두커니 앉아있는 부관을 알아보았다.

《지금 몇시요?》하고 그는 소리쳤다. 그러나 자기 귀에도 겨우 들릴가말가한 목쉰 소리였다. 《왜 행군이 멎었소. 지금 몇시요?》

《군단장동지, 군단지휘부는 휴식을 하고있습니다. 지금은 새벽 3시입니다.》

《새벽 3시… 휴식?…》 최현은 천근같이 무거운 머리를 흔들었다. 《날 좀 일으켜주-》

《안됩니다, 군단장동지!》

최현은 소리칠 힘도 없었다.

《그담 또 무슨 소식이 없소?》

《최고사령부에서 전신이 있었습니다.》

《뭐?!》

《지난밤 10시니까… 꼭 5시간전입니다.》

최현은 벌떡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무슨 힘이 있어 그렇게 뛰쳐일어났는지 그로서도 알수 없는 일이였다.

《무슨 일을 그렇게 하는가 부관?!… 그런 일이 있었는데두 날 깨우지 않았어?》

그는 마치 자기가 잠을 자고있었던듯이 버럭 소리질렀다. 옷매무시를 바로 하느라고 후들후들 떨리는 손을 황급히 놀렸다. 덮고있던 털외투까지 껴입고 하나하나 정히 단추를 채웠다.

《어데 있소. 이리 주오!》

부관의 얼굴에 경련이 이는듯 했다.

《군단장동지, 지금 군사위원동지가 가지고있습니다.》

《?!…》

최현의 얼굴은 험악해졌다. 고열로 신음하던 그 얼굴에 무서운 반점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 하나하나의 반점들은 부들부들 턱을 떨 때마다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푸르끄레하게 드러나고있었다.

《그가 어데 있소. 군사위원이?!…》

놀라울 지경으로 낮아진 거쉰 속삭임소리였다.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군단장동지!》

부관이 방수포천막을 활 열어젖혔다.

그리고 군단장을 부축하려 했으나 최현은 사나운 눈빛으로 그것을 막아버렸다.

군사위원 리승엽은 멀지 않은 비탈면에 친 천막안에 있었다. 병기공급장과 두사람의 지대장들이 마주앉았는데 잉걸불우에서는 주전자가 끓고있었다. 최현이 들어서자 모두 후닥닥 자리에서 일어나 거수경례를 붙였으나 리승엽은 아주 절친한 사이기라도 한듯 손을 내밀며 반색했다.

《아, 군단장동무. 앓고계시더니… 어느새 일어나셨군요. 여기 불가까이 오십시오.》

《최고사령부에서 보낸 전문이 어데 있소?》하고 최현은 날카롭게 물었다. 《그걸 왜 아직까지 나한테 알리지 않고있는거요?》

리승엽은 칼칼해진 낯빛으로 가까이 있는 자기의 심복들을 둘러보면서 군단장이 이렇게 야밤중에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면서 우정 너스레를 떨었다.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분을 애써 삭이며 최현은 최고사령부에서 보낸 전보를 읽었다. 헌데 그것은 평양과 원산을 해방할데 대한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서였다.

《평양!…》하고 최현은 부르짖었다. 《장군님께서 평양을 해방할 영예로운 임무를 우리에게 주셨소. 적후에 있는 우리에게… 평양을!…》

전문을 읽고 또 읽었다. 누르끄레하게 병색이 짙은 얼굴우의 짧고 더부룩한 검은 눈섭이 흠칫거렸다. 그러다가 전문을 쥔 손을 부르르 떨며 엉거주춤 서있는 사람들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충혈진 두눈에서 퍼런 불꽃이 튀여나왔다.

《이걸 왜 깔아뭉갰소. 왜 나한테 알리지 않고…》 극심한 분노로 하여 그의 목소리는 갈리고 거쉬여졌다. 《그래 여기선 뭣들을 하는거요?》

잉걸불우에 놓인 주전자가 부글부글 끓어넘쳤다. 하얀 거품이 흠씰흠씰 뚜껑을 들어올리고 세찬 증기발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옮겨놓을 생각을 못하고있었다.

《그렇단말이지…》

최현은 즉시 천막을 나서려 했다. 그 순간 리승엽이 《군단장동무!》하고 불렀다. 최현을 바라보는 그의 세모진 눈길엔 자못 고통스러워하는듯 한 표정이 어렸다.

《우린 군단장동무가 앓고있기에… 아침에 보여줄가 했습니다. 그리구… 아무래도 지금 당장 련합부대들을 기동시키는것은… 힘들것 같습니다.》

《뭐요?》

《그러지 않아도 전사들은 너무 지쳐서… 일어나지도 못합니다. 아시겠지만… 그런 상태로는…》

《무슨 소리?!… 전사들에게 평양을 해방할데 대한 최고사령부의 명령을 전달하기만 해보우. 천리를 달려갈거요.》

《하지만… 이제 적의 방대한 무력이 집중되여있는 평양, 원산 등의 도시해방전투를 벌리기 위해서는 하루이틀 푹 쉬운 다음…》

리승엽은 끝내 말끝을 잇지 못하고말았다. 무섭게 격노한 최현이 천막을 밭쳤던 나무기둥을 쾅! 하고 쳤던것이다.

《뭐야?!》

천막이 통채로 무너질듯 했다. 최현은 단말마의 고통에 모대기듯이 하얀 이를 악물고 검붉어진 볼을 후들후들 떨었다.

《누가 감히… 어느 누가 감히…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을 놓고 흥정을 해?… 최고사령관동지께서 평양을 해방하라고 하셨는데 쉬고 가겠어?… 어따 대고 이짓들이야?!…》

《아 군단장동무, 난 군사위원으로서 응당 해야 할 말을 했을뿐인데…》

어느새 최현은 꺼멓게 얼고 튼 손으로 권총집을 더듬고있었다.

《용서치 않을줄 아오! 그가 누구던지… 다시한번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을 놓고 흥정하거나 한치라두 어기면… 그자리에서 쏴죽일테요!…》

언제 넘어졌는지 주전자가 거품이 이는 진액을 쏟아놓았다. 그러자 뜨거운 증기발이 뽀얗게 솟구쳐올랐다. 천막안은 물속에라도 잠긴듯 했다. 최현은 몸을 홱 돌려 천막밖으로 나갔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서비스이용약관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상단으로


Copyright © 2010 - 2023 www.hanseattle1.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