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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조선의 힘》 제3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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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구자
댓글 0건 조회 2,839회 작성일 23-08-2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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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5 회

제 2 편

7


이해의 겨울은 전례없이 일찍 들이닥쳤다. 북부고산지대는 벌써 흰눈에 뒤덮이고 나날이 맵짠 칼바람이 휘파람소리를 지르며 불어쳤다. 정오에만 바람이 자고 따스한 볕이 내려쪼이군 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사방이 확 트인 높은 령길우에서 차를 멈추고 적들의 무차별폭격이 있은 주민지역과 도로를 이윽토록 살펴보고계시였다.

적들이 발악하고있다. 저기 운산과 희천, 박천, 대령강, 팔원리계선에서 아군련합부대들이 반공격을 배합한 완강한 방어전을 벌리고있는데 극도로 당황한 적들은 제공권으로 사태를 수습해보려 하고있다. 그러므로 김일성동지께서는 어제 최고사령부 군관장령회의에서 적비행기와의 투쟁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할데 대하여 가르치시였다. 특히 그이께서는 연설에서 새로운 반공격준비를 철저히 갖출데 대한 강령적가르치심을 주시였다. 그리고 중국인민이 자기의 우수한 아들딸들을 조선전선에 보내여 피로써 우리를 도와주고있는 유리한 환경에서 중국인민지원군부대들과의 협동작전을 잘할데 대하여서도 가르치시였다.

어제날 항일혁명의 간고한 투쟁에서 함께 피흘리며 싸웠듯이 오늘도 우리 인민은 형제적중국인민과 같이 공동의 적 미국무력침범자들을 반대하여 어깨겯고 싸우고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두손을 허리에 짚고 멀리 구름바다우에 섬들처럼 솟아있는 아득한 령봉들을 바라보시였다.

새로운 전환의 시기가 다가오고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반공격에로 넘어가려면 반공격집단을 더욱 튼튼히, 속히 꾸리며 제2전선부대들의 배후타격을 더욱 적극화하여 적들의 명맥을 완전히 끊어버려야 한다. 그리함으로써만 적의 대집단을 포위환속에 몰아넣고 섬멸적인 타격을 가할수 있다. 그리고 부족되는 무기와 탄약 등을 속히 생산보장하여야 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차에 오르시였다. 운전수에게 멀리 바라보이는 철탑을 가리키시였다.

《저 송전탑쪽으로 가보기요.》

차는 고르로운 발동소리를 울리며 령길을 내리기 시작했다.

얼마후 김일성동지께서는 파괴된 고압전주주위를 거닐고계시였다. 군수공장들에서 전기가 부족되여 무기생산이 지장을 받는때에 뜨문한 적기들의 폭격때문에 자주 정전이 되는것이 가슴아프시였다. 그때문에 이곳까지 송전선을 따라오셨는데… 아직 전기문제를 풀 확실한 방도는 나지지 않고있다.

장군님의 부름을 받고 미리 나와있던 서병호국장이 부관장과 함께 파괴된 송전탑 저쪽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향산쪽으로 난 길가에 여러대의 승용차들이 서있고 호위성원들이 오락가락할뿐 산촌의 외통길은 고요했다. 폭격을 맞은 흔적들만 아니라면 바야흐로 겨울이 시작된 북방의 자연풍치에 눈길이 갈수도 있을것이다. 폭탄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길좌우쪽엔 온통 구뎅이들이고 릉선을 가로지른 고압선들은 머리태처럼 땅에 늘어졌다. 길가의 잡관목들과 소나무숲도 불타버리고 앙상한 검은 가지들만이 음산하게 드러내고있었다.

서병호국장이 천천히 몇발자국 걸어나서며 심중한 생각에 잠기신 그이께 조심스레 말씀올렸다.

《방금 복구대가 떠났습니다. 이제 곧 송전을 계속할수 있습니다.》

《?!…》

김일성동지께서는 의문어린 시선을 돌리시였다. 끊어진 선을 잇고 송전을 계속 하리라는데 대하여 보고받으실 필요는 없는것이였다. 그것이 늦어진다는 리유로 일이 바쁜 서병호국장을 부르신것은 아니였다.

《이 고압선이 어데로 이어져있는지 아오?》

그이께서 나직이 물으시였다. 그리고 자신의 기대에 어긋날가봐 우려하는듯 조급한 마음으로 대답을 기다리시였다.

《저… 이 선은 희천과 개천 그리고는 평남도로 이어져있는것 같습니다.》

《그런것 같다?…》

그이께서는 몹시 실망하신 기색이였다. 지금까지 그이를 흥분케 하던 사색과 구상이 삽시에 허물어져버린듯 했다. 고압전주의 기초콩크리트에 한손을 짚으시였다. 묵묵히 찌뿌둥한 하늘을 바라보시였다. 지금까지 전기문제로 줄곧 사색을 이어오시였다. 그런데… 령북땅에 늘여진 송전선은 우리 나라 최대의 전력원천지인 수풍에서 너무도 멀리 떨어져있다.

절대적으로 부족되는 전기를 수풍에서 끌어올수만 있다면!… 그러나 수풍에서 이곳까지는 험한 산발들이 가로놓여있다. 행인들도 멀리 청천강지역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북으로 돌아가는 형편이다.

그래도 이 생각에서 헤여날수가 없으시였다. 전선에서는 다량의 무기와 탄약을 요구한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도는 전기이다. 동력문제를 제때에 풀지 못하면 그만큼 반타격의 준비도 지연된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다해서라도 전기를 끌어와야 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끊어진 고압선을 다시 바라보시였다.

《수풍에서는 고압선이 어떻게 뻗어있소?》

《…》

서병호는 난감해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에게서 그이상 더 기대할것이 없다는것을 아시였다.

《좋소. 그 문제는 리성조동무와 토론합시다. 그가 지금 어디 있소?》

《…》

다시 서병호는 어깨를 움츠렸다. 릉선을 내리려던 그이께서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시였다. 야릇한 불안이 엄습해왔다. 준엄한 전시환경이니만큼 예상치 않던 우연과 불행이 자주 빚어지는것이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게 아니요?》

《장군님!》 마침내 그 무엇인가 결심한듯 서병호는 결연히 대답올렸다. 《우린 그 동무를 철직시켰습니다!》

《?!…》

《그 동무는 로동계급적립장을 떠나 패배주의에 사로잡혀있습니다. 당치않은 구실을 붙여가면서 당에서 맡겨준 과업을 흥정하는가 하면 지어… 장군님께서 주신 과업까지도…》 성급한 그의 얼굴이 해쓱해지더니 맹렬한 기침이 터졌다. 안면근육을 푸들푸들 떨기까지 했다. 《장군님! 우린 당적량심을 저버린 그런 사람을 용서할수 없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문제가 자신께서 전화로 무기생산과제의 가능성을 료해할 때 리성조가 대답올린 그것과 직접 련결되여있다는것을 아시였다.

그이께서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였다. 얼마 사이를 두고 조심스러운 발자국소리가 뒤따랐다.

흐린 하늘, 불타다 남은 숲, 폭탄구뎅이, 파헤쳐진 길섶에서 줄지어가는 개미떼가 눈에 띄시였다. 보금자리를 잃고 어데론가 급급히 이사를 가는 무리였다. 전쟁은 그것들에게서도 안정을 빼앗아갔다.

그이께서 머리를 돌리시였다.

《그 동무가 지금 어데 있소?》

서병호는 다시금 어깨를 움츠렸다.

《540호공장 인입선공사장에서 일하고있습니다.》

《음!…》

김일성동지께서는 목깃단추를 헤치시였다. 어성을 높이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셨지만 잘 되지 않았다.

《누가 그렇게 결정했소? 국장동무가 지시한거요, 아니면 동무가 말끝마다 입에 올리는 로동계급의 요구요?》

《장군님! 우린 생각하기를…》

《동무!》 준렬한 어조이시였다. 《동무는 왜 그가 당적량심을 저버렸다고 보오? 왜 그에게 패배주의감투를 씌우는거요? 그 동무가 자기의 량심이 시키는대로 대답했다는 그때문이요? 동무의 말대로 하면 손으로 피대를 돌리면서라도 기어이 해내겠다고 대답했어야 옳다는 말이요?… 그러나 그는 기술자요. 기대를 돌리는 로동자라면 그렇게밖엔 대답할수 없겠지만 기술자인 그에게는 다른 대답이 있을수 없었소. 동무, 생각해보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거야 사실이 아니요? 그런데도 덮어놓고 〈할수 있습니다. 해내겠습니다!〉하고 대답한다면 그가 무슨 기술자겠소. 그 동무가 그렇게 말했다면 나는 그를 믿지 않았을거요. 그러나 그는 몹시 힘들었지만 그 말을 했소. 그 말을 듣기가 나는 뭐 쉬웠는줄 아오? 그러나 그때문에 나는 그 동무를 더 믿게 되였소. 그 동무의 당적량심을 더 믿게 되더란말이요! 그런데 동문… 그가 당적량심을 저버렸다고 인입선공사장으로 내쫓았소. 기술자인 그더러 삽자루를 주면서 당적량심을 되찾으라고 했소. 동무! 당적량심이라는게 뭐요? 도저히 할수 없는 일도 할수 있다고 흰소리를 치면서 뻔뻔스레 낯을 내는게 당적량심이요? 흔히 그렇게 흰소리를 쳐놓고도 일을 치지 못하면 남에게 책임을 넘겨씌우고있소. 나는 침식을 잊고 현장에서 피땀을 흘리며 아글타글 애썼다. 그이상 무엇을 더 할수 있는가! 라고 말하고있소.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다 옳은것 같단말이요. 웃동을 벗어제치고 같이 일도 하고 밤잠도 미루어가며 선동도 하고 추궁도 하고… 모든 사람들이 다 그걸 알고있소. 그런데 모든게 다 옳은것 같으면서도 옳지 않다는데 바로 문제가 있는것이요. 왜 그런가?… 결국은 책임질 사람이 없어지고 사람들의 머리속에는 의혹이 생기오… 하지도 못할 일을 왜 시키는가? 타산도 없는 일을 누가 벌려놓았는가? 왜 마구잡이로 내모는가? 하고 말이요. 엄중한가, 엄중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귀맛좋게 발라맞추는 사람은 애국자로 내세우고 옳은 말을 하는 사람은 그것이 귀에 거슬린다고 해서 비당적이라고 단죄한다면 일이 어떻게 되겠소? 정직한것이 허풍에 눌리우고 량심적인것은 위선에 몰리게 되오. 권력이 조장되고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말거요. 그래 이것이 무서운 일이 아니란 말이요?…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수걱수걱 시키는대로만 일한다면… 결국은 어떻게 되겠소?… 그래도 이것이 엄중한 일이 아니란말인가?!…》

컴컴하게 질린 서병호의 뒤덜미에는 어느덧 땀이 흐르고있었다. 별로 크게 생각지 않았던 기술자 한사람의 문제가 그토록 심각하게 분석될줄은 몰랐던것이다.

길가에 세워둔 승용차에서는 부관장이 연신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있었다. 갈길이 바쁜 그이께서 자꾸 지체하시는게 걱정스러운 모양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도 퍼그나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것을 알고계시였다. 그러나 아직 못다하신 일이 남아있었다.

《그 동무가 일하는 곳이 머오?》

그이께서 물으시자 서병호는 흠칫 놀라며 눈길을 들었다.

《멀지는 않는데… 장군님! 길이 몹시 험합니다.》

《거기 들렸다 가겠소.》

김일성동지께서 승용차로 다가가시자 운전사는 벌써 발동을 걸고있었다. 강부관장이 차문을 열어드렸다. 그이께서 문짝을 잡고 서병호를 돌아보시였다.

《동무가 앞서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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